5개월 동안 사장님이 10번 넘게 바뀐 카페,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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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운영을 체험해볼 수 있는 ‘첫경험충전소’
운영비만 내면 누구나 기간제 카페 사장님 될 수 있어
각종 비용 제외한 수익도 운영자에게 돌아가

제주도 남쪽,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는 특별한 카페가 하나 있다.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한 ‘카페 첫경험충전소’다. 카페 첫경험충전소는 주인이 계속 바뀐다. 5월부터 지금까지 약 10번 정도 주인이 바뀌었다. 카페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정해진 기간 동안 카페를 운영해볼 수 있는 체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체험 기업 첫경험충전소 김달수(40) 대표는 2017년 초 신장암 수술을 받고, 건강 회복을 위해 2018년 말 제주도에 내려왔다. 2019년 가족들도 제주에 내려와 자리를 잡은 후부터 제주 한 달 살기와 캐릭터 샵을 운영했다. 2년 동안 인근 상가가 계속 바뀌는 것을 보면서 창업 전에 체험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카페 주인 체험을 통해 창업에 앞서 실전 경험을 제공하면 준비되지 않은 창업을 막고, 폐업률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카페 주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첫경험충전소를 만든 이유다.

카페 첫경험충전소 외관과 김달수 대표./첫경험충전소

◇카페 관련 경험 전혀 없는 왕초보도 카페 운영 가능

-첫경험충전소는 어떤 기업인가.

“카페 운영을 체험해볼 수 있는 체험 기업입니다. 저희가 국내 최초라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어른들의 키자니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경험하지 않으면 잘 모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실전 같은 경험을 제공하자는 생각으로 창업했습니다. 창업의 순간을 설렘 가득한 시작으로 바꿔줄 수 있는 경험을 전하고 싶다는 의미로 이름을 첫경험충전소로 지었습니다.”

-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조건이 있나.

“참가비와 비슷한 명목으로 운영비를 낸다면 누구나 기간제 카페 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 기간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짧게는 4일, 길게는 2개월 운영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운영비는 계절과 기간, 운영 인원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2주 주 3일 운영 조건으로 하면 40만~70만원 정도입니다. 이후 카페에서 매출이 나오면 원두와 재료비, 각종 공과금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이용자의 몫입니다. 다만, 카페 운영 기간이 너무 짧을 경우에는 매출의 50%를 이용자분께 드려요.”

첫경험충전소를 직접 운영해 본 참가자들./첫경험충전소

-카페와 관련된 일을 전혀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실제로 이용자 중 약 50%는 카페 아르바이트나 운영 경험이 없는 분들이에요. 처음 시작하기 전 기본 교육을 해 드리고, 2~3일 경험한 후에 바리스타 등 현직 전문가에게 심화 교육을 한 번 더 해드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저희가 더 도와드릴 게 없나 싶어서 수시로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다들 너무 잘하셔서 놀랐어요. 짧은 기간이라도 본인이 사장인만큼 책임감을 갖고 미리 공부해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재까지 약 10팀 참여, 창업 고민하는 분들이 대부분

-카페 메뉴도 운영자가 정할 수 있나.

“그럼요, 사장이잖아요. 보통 아메리카노, 라떼는 기본 메뉴로 하고 본인들이 준비한 메뉴를 더 추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따로 준비한 메뉴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요. 본인에게는 단 한 번뿐인 기회이다 보니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최선을 다해서 음료를 만드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일반 카페들은 원가 부담 때문에 재료 선택에 어려움이 있거든요. 카페를 운영하면서 쿠킹 클래스를 여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운영자들이 자체적으로 만들었던 메뉴들./첫경험충전소

-숙식은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인가.

“카페 아래층에 회사에서 마련한 숙소 2개가 있습니다. 그런데 늘 자리가 비어있지는 않아요. 제가 미리 확인하고 검증한 인근 숙소를 연결해 드리기도 합니다.”

-보통 어떤 사람들이 카페 운영을 신청하나.

“현재까지 약 10팀 정도가 카페 운영 체험을 해보셨는데요.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이나 이색적인 여행 경험을 쌓고 싶어 하는 분들이 주로 체험을 신청하고 있습니다.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은 높은 창업 비용을 투자했을 때 과연 본인이 잘 할 수 있을지 경험해보고자 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분들은 1~2달, 이색적인 경험을 쌓고자 하는 분들은 2주 정도 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영자들과 손님들의 반응도 궁금하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카페를 운영해볼 수 있고, 특별한 경험을 한다는 측면에서 대체로 만족하십니다. 콘텐츠를 더 풍부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운영자가 바뀔 때마다 커피 맛이 계속 변하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인근 주민들은 저희 카페 운영 방식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운영자분들에 대한 피드백을 주시기도 해요. 우연히 들른 후에 커피가 맛있다고 하신 관광객분들도 있습니다.”

카페 첫경험충전소 외관(위)과 내부(아래)./첫경험충전소

◇“우버·에어비앤비처럼 카페 공간도 공유하는 문화 생겼으면”

-창업 전에는 무슨 일을 했었나. 제주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KB 국민은행에서 9년, 핀테크 기업 8퍼센트에서 1년 총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2017년 암 수술을 받고 난 후에 건강 회복을 위해 제주에 내려왔다가 잘 맞는 지역이라고 생각해 2018년 말 정착했습니다. 현재는 세 아이를 키우면서 첫경험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왜 하필이면 카페를 창업 아이템으로 잡았나.

“사실 저도 카페와 관련된 일을 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는데요. 창업할 때 꿈과 현실의 괴리가 가장 큰 아이템이 카페라고 생각했습니다. 겉보기에는 예쁜 공간이라 시작하려는 분이 많지만, 만만치 않거든요. 폐업률도 상당히 높고, 폐업하지 않아도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카페는 많지 않습니다. 또 초기 투자금이 높은 만큼 먼저 경험해보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카페 운영 체험으로 첫경험충전소를 창업했습니다. 제가 경험이 없었던 만큼 완전 초보의 입장에서 볼 수 있어 오히려 좋았던 것 같아요.”

-목표는.

“에어비앤비나 우버를 통해 사용하지 않는 집이나 차를 활용하듯이 카페 공간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쉬는 날도 없이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카페 사장님들이 많은데요. 일주일에 며칠, 혹은 하루에 몇 시간이라도 카페 공간을 공유해서 사장님들은 쉴 수 있고, 예비 창업자들은 카페 운영을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아직 세상에는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실패를 통해 경험치를 쌓는 것은 이제 그만했으면 합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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