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유명해진 건 다 간장게장집 사장님 덕분입니다

96

K팝 라이브 식당 오다리집 박상현 대표

가수 지망생, 분식집 사장, 기획사 대표 거쳐

한식과 K팝 접목해 알리고자 시작

일본인과 중국인에게 간장게장으로 유명한 한식집이 있다. 서울 명동에 있는 ‘오다리집’이다. 평범한 식당 같지만 3층에는 피아노와 음향기기가 있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돼 있다. 오다리집을 운영하는 박상현(49) 대표는 이를 ‘엔터테인먼트형 식당’이라고 한다.

K팝 스타 출신 뮤지션 윤현상, 위대한 탄생 출신 전은진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무명 시절 이 무대를 거쳤다. 이뿐 아니라 박 대표가 직접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2002년, 2006년 음반도 내고 무대에 서기도 한 가수 출신이기 때문이다. 가수의 길을 걸었던 박상현 대표가 서울 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박상현 대표 / jobsN

◇결국 포기한 가수의 꿈

박상현 대표는 부산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냈다. 가수가 꿈이던 그는 1996년 같은 꿈을 가진 친구 4명을 모아 서울로 올라왔다. 오디션 형식으로 노래와 춤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 친구들을 직접 뽑았다. 지하 단칸방을 구해 함께 생활하고 연습하면서 꿈을 키웠다. 그러다 그가 결성한 그룹이 연예인 컨벤션 대회에서 1등을 하면서 여러 기획사에서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여러 곳에서 제의를 받았습니다. 팀원들과 함께 결정해 한 곳을 골랐어요. 곧 데뷔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소속사 대표가 사기꾼이었습니다. 제작은 무산되고 집에서 보태준 돈도 많이 날렸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준비했죠. 그러다 2006년에 꿈을 접는 계기가 생겼습니다. MBC 월드컵 경기장에서 행사에 섭외를 받았습니다. 비방(방송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으로 먼저 무대에 오르는 팀이었죠. 전날 비가 많이 와 무대가 많이 미끄러웠습니다. 몇만 명이 보는 앞에서 미끄러져 정말 크게 넘어졌습니다. 그때 문득 가수는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포기했습니다.”

◇떡볶이 장사로 시작한 오다리집

박 대표는 음악밖에 몰랐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 지 몰라 막막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냈다. 이러다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압구정동에 5평짜리 가게 자리를 얻어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다.

“하루 12시간씩 일했습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누구보다 열심히 했습니다. 일 마치고 창문도 없는 한 평짜리 고시원에 누울 때면 눈물이 흘렀어요. 그동안 음악 한다고 철없이 살았던 삶을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한 만큼 장사가 잘됐습니다. 압구정동에서 대치동으로 이전하기도 했어요. 3년 조금 넘으니 흑자 전환에 성공해 명동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떡볶이집을 하면서 명동에 가게를 내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외국인으로 가득한 명동거리를 보며 꼭 명동에서 K팝 라이브와 결합한 엔터테인먼트 식당을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한다. 2010년 그 꿈을 이룬 것이다. 2층과 3층에 ‘오다리집’ 자리를 잡았다. 처음엔 떡볶이와 한식을 같이 하다 나중에는 간장게장과 육류를 중심으로 한 한식에만 집중했다.

◇아이돌 그룹 만들었지만…

위대한 탄생 2 3위에 오른 전은진, 피아노 신동 윤현상, 프로듀서 101 출연한 한민호와 이서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우승자 육소희 등이 오다리집 무대를 거쳤다. “다들 기억에 남지만 현상이가 기억에 남아요. 당시 그 친구 집이 경기도였어요. 어린 나이에 일주일에 5번씩 여기까지 오는 게 기특했죠. 대중 앞에서 노래하고 싶은 간절함이 보여서 나중에 꼭 잘 될 것 같았죠.”

그러다 2011년에는 장사해서 모은 돈으로 엔터테인먼트를 차려 직접 아이돌 그룹을 프로듀싱했다. 대형기획사에서 내쳐진 연습생이나 나이가 조금 많은 연습생 등을 모아 첫 번째 아이돌 그룹 ‘퓨어’를 만들었다. 2013년에 데뷔해 활동했다. 당시 유튜브에서 뮤직  비디오 조회 수가 100만이 넘어 유튜브 K팝 차트 1위도 했다.

“얼마 가지 않아 2014년 초에 해제했습니다. 퓨어의 2기 격인 ‘순정소년’을 데뷔시켰어요. 성과가 좋았습니다. 2015년 7월 일본 오리콘 차트 5위, 타워레코드 차트 3주간 1위라는 성적을 냈어요. 그 3주간은 소녀시대, 방탄소년단보다 인기가 많았습니다. 데뷔하면서 오다리집에서도 공연을 했는데, 그때 일본 손님들이 초창기 팬덤을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성공하는 듯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전 매니저가 멤버들을 데리고 무단 이탈해 새로운 그룹명으로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그 일을 겪고 나서 신인 발굴이 무서워졌다고 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인을 발굴해서 키우는 일은 내 일이 아닌 것이었죠. 가수에게 맞는 좋은 곡을 만들어 주는 일만 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극복송 만들어 “조금이나마 보탬 되길”

박상현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잠시 손을 놓고 식당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올해 터진 코로나 사태 때문에 힘들어졌다. 장사가 잘돼 2호점도 냈지만 매출이 95%나 떨어졌다. 가게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고통받는 걸 보고 박 대표는 노래를 하나 만들었다. 작업에는 그동안 오다리집에서 노래를 했던 보컬은 물론,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 포맨 2기 출신 J1도 참여했다. 하모니카 연주는 하림이 맡았다.

“모두가 힘든 가운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코로나 극복송 ‘All together’입니다. 뮤직비디오 시작과 끝부분에 마스크를 꼭 써달라는 메시지도 담았고 영어 버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We are the world’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노래를 듣고 위로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저작권 수익은 모두 기부할 계획입니다.”

박상현 대표는 앞으로도 엔터테인먼트형 식당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주변에서 아직도 음악을 놓지 못 했냐고 타박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계속할 계획이다. 또 작은 무대라도 그 위에 오르는 뮤지션을 존중하는 손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노래하는 친구들은 알려지지 않은 무명입니다. 식당 손님은 대부분 일본인인데, 그들은 가수가 무명이라고 해도 존중해줍니다. 뮤지션으로 인정하고 본인들이 열심히 듣고 홍보해주죠. 그러니 무대에 서는 친구들도 노래할 맛이 나요. 우리 가게에서 노래한 친구들이 3~4년씩 머물렀던 이유입니다.

어서 코로나가 끝나 다양한 손님들에게 잠재력이 있는 친구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더 나아가 일본, 중국, 태국에도 엔터테인먼트형 사업을 확장할 겁니다. 한국 음식과 음악을 동시에 알리고 싶습니다. 또 음악도 계속할 거예요. 프로듀싱 팀을 만들어 뮤지션들에게 좋은 음악을 주고 싶습니다.”

글 CCBB 하늘

img-jobsn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