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으로 자른 사과에 치약 발라보고 ‘멘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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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케어 전문 브랜드 ‘화이트랩스’ 민상기 대표
GS홈쇼핑 다니다 창업, 치아미백기 개발
천연 가루치약, 광고없이 초도 물량 1만개 완판

평소 쓰는 양의 5분의1 만 써도 되는 치약이 있다. 칫솔모에 짜는 치약이 보통 2g인데, 0.4g만 사용해도 양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평소 쓰는 치약에서 필요 없는 성분을 모두 뺐기 때문이다. 이 천연 가루 치약 ‘플라본(Flavon)’은 민상기(51)대표 운영하는 구강 케어 전문 브랜드 ‘화이트랩스’에서 만들었다. 2020년 6월25일 출시해 5일 만에 6000개, 2개월 만에 초도 물량 1만개를 모두 팔았다.

민상기 대표는 “공부해보니 기업이 양치가 아닌 원가 절감을 위한 치약을 만들고 있었다. 기존 치약에 양치와 관련 없는 성분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는 걸 깨닫고 새로운 치약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화이트랩스 사무실에서 치약 개발 과정을 들었다.

◇불필요한 성분 뺀 천연치약

-화이트랩스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구강 케어 전문 브랜드입니다. 2012년에 창업했고 치아 미백기와 천연치약을 판매 중입니다. 이중 천연 치약 플라본(bit.ly/3ct4Lgx)은 가루 형태의 치약으로 자연에서 얻은 13가지 원료로 만든 천연 치약입니다. 기존 치약에서 불필요한 요소는 모두 빼고 꼭 필요한 성분만 넣어 만들었습니다.”

-시중에 천연치약이 많습니다. 플라본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방부제, 습윤제, 결합제, 합성색소 등 치약에 불필요한 성분을 모두 뺐습니다. 꼭 필요한 성분만 넣었어요. 기존에 사용하던 양에서 5분의 1만 써도 양치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칫솔모에 2g의 치약을 짜는데, 우리 제품은 0.4g만 써도 충분합니다.

또 불소를 사용하지 않고 충치를 예방합니다. 인간의 침은 중성입니다. 평소 중성을 유지하다가 음식을 먹으면 pH가 떨어져 입안이 산성이 됩니다. 산성화한 입안에서는 미네랄 덩어리인 치아가 부서지는 ‘탈회’가 진행됩니다. 그러면 치아 안의 단백질이 드러나고 단백질에 세균이 침투해 충치를 유발하죠. 플라본을 입에 넣으면 구강 내부의 pH를 정상화해 탈회를 멈춥니다. 이를 pH 밸런스라고 해요. 그래서 양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일 때는 물에 타서 가글만 해주셔도 됩니다. 부작용을 동반할 수도 있는 불소를 쓰지 않고 충치를 예방하는 제품의 핵심 기술입니다.”

리트머스 시약을 탄 탄산수에 플라본과 일반 치약을 넣었을 때 변화를 실험한 것이다. / 화이트랩스 제공
플라본을 넣은 탄산수는 중성화 했고 일반치약은 그대로 였다. / 화이트랩스 제공

◇치아 미백기에서 시작된 창업

민상기 대표는 창업 전부터 치아 미백 제품과 인연이 있었다. GS홈쇼핑 상품개발팀장으로서 치아 미백 상품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어떤 상품이었나요.

“어떤 상품을 론칭할 지 고민하다가 치아 제품이 눈에 들어왔어요. 당시 회사에서 피부 개선 LED마스크를 개발했는데, 그 LED 라이트로 할 수 있는 걸 찾았습니다. 그게 치아 미백기였습니다. 관심이 생겨 제품 공부를 해봤더니 치아 미백 제품에 대한 기대감은 큰데 효과는 적었어요. 홈쇼핑, 광고 등에서 말하는 미백 효과를 현실에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개발이 순탄치 않았어요. 저는 계속하고 싶었지만 2012년 결국 제품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회사에 이걸로 사업을 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하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퇴사했나요?

“제품을 들고 뜻이 맞는 동료 한 명과 퇴사했습니다. 그때까지 모았던 돈을 다 투자해 이·미용기기 회사 ‘비에스앤코’를 차렸죠. 거의 완성한 미백기와 함께 사용할 미백제를 만들었어요. 2년의 개발을 거쳐 제품을 만들었고 단국대학교 치과 병원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자신의 치아 색에서 7.4단계가 하얘지는 효과를 입증했어요. 2015년 7월 치아 미백기 ‘화이트랩스’를 출시했고 지금까지 5만개 정도 판매했습니다.”

사과 단면에 플라본을 바르는 실험. / 화이트랩스 제공

첫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후 2016년 새로운 제품을 준비했다. 당시 가습기 살균제 살인사건이 다시 이슈가 됐고 치약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돼 논란이었다. 이를 본 민 대표는 사내 연구소장, 품질책임자와 함께 100% 천연 치약 개발에 돌입했다.

-치약에 대해서 잘 알고 시작한 건가요.

“먼저 수많은 책과 논문을 찾아보면서 치약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치약 개발 과정, 충치 예방법, 구취 생성 과정 등을 공부했어요. 그 결과 치약을 꼭 페이스트 형태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식약처 치약 표준 제조 규정을 보면 치약을 만들 수 있는 형태는 네 가지에요. 우리가 흔히 아는 페이스트제와 겔제, 액제, 가루제가 있어요. 기업이 치약을 페이스트 형태로 만드는 이유는 생산비 때문입니다. 원가가 700원 정도 하는 페이스트 형태로 만들면 가장 적은 금액으로 향, 맛, 모양 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페이스트 형태로 만들면 양치에 불필요한 성분이 많이 들어갑니다. 치약의 핵심성분인 돌가루(흙가루·모래가루)를 튜브에 넣기 위해 물과 섞어 반죽합니다. 제품에 물이 들어가면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방부제’를 넣습니다. 또 반죽이 굳는 걸 막기 위해 ‘습윤제’를 쓰고 치약을 짰을 때 모양을 유지하기 위한 ‘결합제’도 들어갑니다. 모두 양치에는 필요 없고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것이죠.”

-왜 가루치약이었나요. 

“불필요한 성분을 빼려면 물을 넣지 않으면 됩니다. 플라본(bit.ly/3ct4Lgx)처럼 물이 필요 없는 가루 형태의 치약이 딱이었죠. 해외의 유명한 가루 치약을 사서 비교하면서 만들었어요. 가루가 날리지 않으면서도 목으로 넘어가지 않는 적당한 크기의 입자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입자를 작게 하는 데만 1년이 넘게 걸렸어요. 또 방부제, 습윤제, 결합제, 합성색소 등 불필요한 성분을 다 빼고 양치에 꼭 필요한 거품과 천연원료에 신경 썼습니다. 

치약을 포함한 비누, 샴푸 등은 세정제입니다. 세척이 목적이기 때문에 계면활성제는 필수입니다. 대부분 석유에서 추출한 계면활성제를 사용합니다. 저희는 천연 원료에서 추출해 풍성하고 밀도가 높으면서도 잘 씻기는 거품을 만들었어요. 평소 양치를 하고 입안에 남는 화한 느낌은 상쾌함이 아니라 치약 속 결합제 때문에 씻기지 않은 잔여물이에요. 양치를 다 한 후 향과 맛이 남지 않아야 합니다.”

◇샘플만 1톤 버려… 3년 걸린 개발 
 
개발 끝에 천연 가루 치약 플라본(bit.ly/3ct4Lgx)을 완성했다. 많은 양의 공부와 시행착오를 거쳐 출시까지 만 3년이 걸렸다. 샘플만 1톤 가량을 버리기도 했다. 가격도 고민이었다. 원가가 일반 치약보다 5배 이상 비싸기 때문에 처음부터 프리미엄 제품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반응은 어땠나요.

“체험단 150명에게 제품을 써보고 솔직한 평을 해달라고했습니다. 150명 3명은 생소해 하거나 부정적이지만 나머지 분들은 좋아해 주셨습니다. 출시했을 때도 긍정적인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중간중간 피드백을 받아 향과 맛을 조금씩 수정하기도 했고 함께 나가는 스푼도 플라스틱에서 스테인리스로 바꿨습니다. 5일 만에 6000개를 팔았고 입소문을 타 광고를 하지 않는데도 초도 물량 1만개를 모두 팔았어요.”

-개발하면서 힘들었던 점은요.

“일단 업계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의심을 하는 제품이었어요. 공장에서도 미쳤다고 했죠. ‘치약은 피 튀기는 저가 시장’이라고 하시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버린 샘플만 1톤일 정도로 힘든 개발과정을 거치면서 포기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존에 나와 있는 엉터리 제품을 보면서 우리 제품을 꼭 완성하고 싶었어요. 시중에는 천연이라는 이유로 거품이 나지 않는 등 사용성이 떨어지는 제품이 많습니다. ‘좋은 성분이니까 불편해도 참으라’는 식의 장사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한국을 대표하는 구강 케어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광고보다는 제품으로 인정받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또 우리 직원이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3명이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퇴사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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