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안에 신는 반쪽 발가락 양말, 뭔가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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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을 알리는 킨디고 장수주 대표
자연에서 나오는 유일한 파란색
전통 쪽염색 알리고자 창업

‘쪽’. 쌍떡잎식물인 한해살이풀이다. 8~9월에 붉은색 꽃을 피우는 것과 달리 자연에서 유일하게 파란색을 내는 천연 재료다. 쪽으로 원하는 청색을 내기 위해선 쪽을 장 담그듯 담가 ‘니람(泥藍)’이라는 천연염료를 얻어야 하고 이를 발효시켜야 염색이 가능하다. 이 과정이 쉽지 않아 쪽 염색하는 염색장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하기도 했다.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을 살펴보면 쪽에는 항균력과 살균력은 물론 해열효과 등이 있다. 현대 실험을 통해 증명되기도 했다. 쪽으로 염색한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방법이 어려워 점차 전통 방식으로 염색하는 곳이 사라지고 있다. 이 천연 염색 방법을 지키려 직접 쪽 염색을 배운 사람이 있다. 바로 킨디고(Kindigo) 장수주 대표다.

킨디고는 한국을 뜻하는 ‘K’와 쪽을 뜻하는 ‘Indigo’를 더한 말이다. 전통방식으로 양말, 속옷, 손수건 등 염색한 제품을 판매하고 쪽 염색 체험으로 일반인에게도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한국 쪽 염색의 아름답고 우수한 기능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창업했다”는 장수주 대표를 만났다.

킨디고 장수주 대표 / 킨디고 제공

-킨디고는 어떤 곳인가요.

“한국과 쪽을 합친 이름처럼 한국 쪽 염색을 세상에 알리는 곳입니다. 사실 쪽이라고 하면 ‘재패니즈 블루’로 일본이 유명합니다. 옛날에는 우리나라도 쪽이 일본만큼 흔했고 많이 했던 염색이에요. 그러나 방식이 어려워 갈수록 전통 방식이 줄고 수요도 줄었어요.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 중 하나를 연구해서 다시 알리고 이어가고자 2012년 킨디고(bit.ly/2FMGpCt)를 창업했습니다. 지금은 전통 방식으로 쪽 염색을 한 제품을 판매하고 마스터 과정을 통해서 염색 방식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쪽도 직접 키우나요?

“서울 양재동에 사무실 겸 매장이 있고 강원도 홍천에 쪽 농장이 있습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키우고 있어요. 그래서 쪽을 수확하는 7월 말에서 8월 초가 가장 바쁩니다. 쪽은 한해살이 식물로 봄에 씨를 뿌려 여름에 수확해 천연 재료를 만들죠. 수확한 것으로 1년 내내 두고두고 쓸 수 있습니다.”

-쪽 염색 과정이 어렵다고 합니다.

“쉽지 않죠. 우선 쪽을 수확한 후 물에 담급니다. 쪽을 건져낸 후 그 물에 조개 가루를 넣고 저어줘야 합니다. 공기를 넣는 과정인데 이를 고무래질이라고 합니다. 계속 젓다 보면 거품을 내면서 물색이 점점 청색으로 변합니다.”

이때 쪽물은 바로 청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고무래질을 하는 30여분 동안 연두색, 노란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을 띠다 마지막에 쪽 특유의 청색으로 변한다. 조개가루와 섞인 쪽물이 산소와 만나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쪽물이 청색을 띠면 색소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다. 시간이 흐른 후 맑은 윗물을 퍼내고 남은 것이 색소 ‘니람’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니람을 잿물에 녹이고 거기에 막걸리를 넣고 발효를 시킵니다. 그럼 염색할 수 있는 물로 변해요. 이걸 항아리에 발효 시켜 놓으면 염색할 때 두고두고 쓸 수 있습니다. 전통 방식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전통방식이 어렵고 복잡해 화학약품을 넣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면 색은 파랗지만 화학 물질이 섬유에 남아요. 쪽 효능도 소용이 없죠.”

쪽(좌)과 쪽 염색을 위한 니람을 얻는 과정(우). / 킨디고 제공

쪽 염색은 ‘동의보감’ 탕액편에 ‘청포(靑布)’라고 나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청포는 쪽을 들인 천이다. 동의보감에는 ‘여러 가지 독, 돌림병의 열독, 어린이의 단독(丹毒) 등을 푸는 데 쓴다. 모두 물에 담가 우린 물을 마신다. 태운 재를 오랫동안 낫지 않는데 붙이면 물이 들어가도 헌데가 터지지 않고 아문다’고 기록돼있다. 장수주 대표도 이런 효능 중 하나를 직접 경험했다고 한다. 죽을 끓이다가 팔에 튄 것이다. 쪽 손수건에 물을 묻혀 상처 부위에 가져다 대니 화끈거림이 사라졌다. 물집도 생기지 않고 가라앉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열 작용을 몸소 확인했다.

-그 효능을 보고 쪽으로 염색한 각종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가요?

“우리 문화유산이 귀하다고 박물관이나 장롱에만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체험 교실도 있고 보급형 물건이 있는 것처럼 대중이 직접 경험하고 느껴야 그 가치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처음 만든 게 발가락 양말(bit.ly/2FMGpCt)이고 인기가 가장 많기도 합니다. 쪽의 효능이 가장 필요한 곳이 어딜까 생각해보니 발이었어요. 무좀균으로부터 발을 지켜주고 해열 효과가 있어 땀이 많으신 분들한테 좋아요. 한국의류시험연구원 항균도 테스트, 흡열 테스트 결과 쪽염 원단이 균을 감소시키고 온도도 약 섭씨 2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리 효과가 있다고 해도 발가락 양말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꺼리지 않나요.

“부담스러운 분들을 위한 반 양말도 있어요. 양말이 발가락을 덮고 발 중간까지 옵니다. 쪽 반 양말을 신고 겉에 양말을 신으면 티가 나지 않습니다. 얇기 때문에 착용감도 좋고 두 개 신어도 두꺼운 느낌이 나지 않죠. 등산이나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습니다. 또 스타킹을 자주 신는 여성분들도 많이 찾죠. 같은 효능을 가진 쪽염 손수건도 인기가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로 손을 많이 씻으면서 손수건을 많이 찾으세요. 항균 작용을 하므로 젖은 손을 닦을 때 좋죠. 제가 경험한 것처럼 상처가 난 곳에 두르기만 해도 2차 감염을 막아 줍니다.”

쪽염색 양말과 손수건. / 킨디고 제공
소비자가 직접 신고 올린 인증샷. / 킨디고 제공

지금은 누구보다 쪽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가 됐지만 처음부터 쪽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장수주 대표는 반디자연학교를 운영하던 선생님이었다. 항상 행복한 삶에 대해 고민하던 장 대표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생각에 자연학교를 만들었다. 숲을 교실 삼아 자연체험을 하는 곳이었다. 건강한 먹거리, 입을 거리에 대해 고민하다 알게 된 게 쪽이었다.

-쪽을 알고 바로 창업한 건가요?

“2005년쯤 쪽 염색을 하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아무리 건강한 먹거리나 입을 거리라고 해도 자연에서 취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쪽은 아니었어요. 쪽은 내가 쪽을 키워서 수확하고 염색하고, 해가 지나면 다시 그 씨로 쪽을 심어서 재배하죠. 친환경 입을 거리를 만들면서 한국에서 쪽이라는 종자는 물론 쪽염의 전통 방식도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어요. 처음에는 체험과 교육 위주로 쪽염색 방법, 효능 등을 알렸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염색한 제품을 사용해 그 우수성을 체험하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킨디고를 창업했습니다.

-제품 하나하나 손으로 염색하려면 힘들기도 하고 가격도 비쌀 것 같습니다.

“사업화하려면 특화된 기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특허를 냈습니다. 발효시키는 쪽염 전통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큰 천을 대량으로 염색할 수 설비를 만들었어요. 지금 가격대에 제품을 팔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죠. 일반인이 쉽게 쪽 제품을 접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러나 양말은 면 100% 양말 제조사 직접 의뢰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으로 염색을 합니다. 그 노력을 알아준 소비자 덕분에 2019년 크라우드 펀딩에서 1028%를 달성했습니다. 온라인몰(bit.ly/2FMGpCt)에서도 인기입니다.”

쪽염색을 한 원단 항균 테스트와 흡열 테스트 결과. / 킨디고 제공

그러나 사업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판로가 없었다. 판매가 이뤄져야 매출이 나고, 그 수익으로 다시 투자를 하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자리 잡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서울 양재동에 매장을 내고부터 순환이 자리 잡았고  본격적으로 킨디고와 쪽을 알리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제품 판매는 물론이고 사업 초창기부터 해왔던 쪽 체험과 교육도 꾸준히 하고 있다.

“1년짜리 마스터 과정을 통해 쪽을 키우는 법부터 색소 만드는 법, 발효하는 법 모두 전수합니다. 4계절을 다 지내면서 모든 과정을 알려드리죠. 배출한 교육생은 60명 정도입니다. 창업을 하시는 분도 있고 저희와 협업을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창업 8년 차입니다. 앞으로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은가요.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제품 등 최근 가치와 명분을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쪽염 제품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천연 염색이기 때문에 환경도 지키고 피부에도 좋죠. 유행에 따라 한 철 입고 버리는 게 아닌 1~2개를 사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친환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세계 각국에 쪽이라는 식물은 있습니다. 나라마다 발효 방식은 물론 색감, 기능이 다릅니다. 우리나라 쪽의 색감이 굉장히 아름답고 효능도 좋습니다. 쪽에 관심이 있는 내·외국인이 와서 힐링하고 갈 수 있는 ‘쪽마을’을 만들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쪽 염색뿐 아니라 전통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뒤따라올 수 있게 뒷받침하는 선배 기업으로 크고 싶습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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