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최초의 주인공이 된 27살 대위입니다

1619

해병대 최초 첫 여성 헬기 조종사 배출
최초의 여성 조종사는 독립운동가
한국전쟁 때 여성 조종사 활약하기도

해병대 최초 여군 헬기 조종사가 나왔다. 주인공은 항공 장교인 조상아(27·학군 62기) 대위다. 해병대는 11월1일 조 대위가 9개월 간의 조종사 양성과정을 마치고 최근 1사단 1항공대대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해병대에서 여군 헬기 조종사가 배출된 건 1949년 창설 후 71년 만에 처음이다. 해병대가 조종사 양성을 시작한 1955년 이후 65년 만이다.

해병대 최초 여군 헬기 조종사 조상아 대위./해병대

조 대위는 1항공대대에서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 조종을 위한 추가 교육 이수 후 작전 임무에 본격 투입될 예정이다. 마린온은 유사시 해병대 상륙작전에 투입되는 헬기로, 전략 도서 방어와 신속대응작전, 비군사 인도주의 작전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최대 순항속도는 시속 265㎞에 달한다. 조 대위는 “해병대 최초 여군 헬기 조종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부여되는 어떠한 임무라도 완수할 수 있도록 요구되는 역량을 갖춘 해병대 조종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그동안 조종사는 남자의 직업이라는 고정관념이 심했다. 한국에서 뿐만이 아니다. 마블 최초의 여성 히어로 솔로 영화인 ‘캡틴 마블’에서 주인공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는 어린 시절 끊임없이 “여자는 조종사가 될 수 없어”, “여자가 하기에는 무리야” 등의 말을 듣고 자랐다. 이는 세계적으로 ‘조종사=남자 직업’이라는 방정식이 유효했음을 보여준다. 캐럴 댄버스처럼, 해병대 최초 여군 헬기 조종사가 된 조상아 대위처럼 한국 사회에서 편견을 깨고 여성 조종사로 성장한 이들을 찾아봤다.

영화에서 조종사가 된 주인공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영화 ‘캡틴 마블’

◇같은 시대, 다른 행보 보인 두 여성 조종사

한국 최초의 여성 조종사는 독립운동가였던 권기옥 선생이다. 권기옥 선생은 평양 숭의여학교 졸업반이던 1919년 3·1 운동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공채 판매 및 군 자금 모집 등의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6개월간 복역했다. 출소 후 1923년 임시정부 추천을 받아 중국 윈난 육군항공학교에 1기로 입학했다. 1925년에 비행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는 독립군 항공대를 창설할 여력이 없는 임시정부 대신 중국 공군에서 10여년 동안 복무하며 항일전선에서 싸웠다.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국민정부 육군 참모학교의 교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최초의 여성 비행사인 권기옥 선생. 중국 공군에서 10여년 동안 복무하며 항일전선에서 싸웠다./트위터, KBS 방송화면 캡처

일제시대 상공을 가르며 조종사의 꿈을 펼쳤던 여성이 또 있다. 권기옥 선생과 비슷한 시기에 비행사 자격증을 얻은 박경원이다. 이 때문에 최초의 여성 조종사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2005년 박경원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청연’이 개봉할 때 제작사 측에서 박경원을 ‘최초의 여성 비행사’라고 홍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박경원은 1927년 일본 다치카와 비행학교를 졸업하고 3등 비행사 자격증을 땄다. 권기옥 선생보다 2년 늦게 조종사가 된 것이다. 이후 제작사는 ‘최초의 여성 민간비행사’로 바로잡기도 했다.

같은 시대에 비행사라는 꿈을 이뤘지만, 두 사람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권 선생은 만주사변과 상하이사변에서 크게 활약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비행기에 폭탄을 싣고 조선총독부를 폭파하려는 계획도 세운 적이 있다. 해방 이후에는 공군 창설에 기여해 ‘대한민국 공군의 어머니’라고 불리기도 했다. 반면 박경원은 1933년 일제의 만주국 건국 1주년 기념 ‘일만친선 황군위문 일만연락비행’을 하던 중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조선이 아닌 일제를 위해, 일장기를 흔들며 비행에 나서 것이다. 박경원을 민족주의자로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영화 ‘청연’은 개봉 열흘 만에 막을 내리기도 했다.

박경원(왼쪽)과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청연./온라인 커뮤니티, 네이버 영화 캡처

◇공군 최초 여성 조종사, 여생도 뽑는 데 기여

공군 최초의 여성 조종사는 김경오 예비역 대위다. 김 대위는 1949년 공군에 입대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알리기 위해 여성 조종사 양성 계획을 세웠다. 수천명이 지원했고, 최종 선발된 인원은 단 15명. 김 대위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군사 훈련을 다 받고도 조종 훈련은 받을 수 없었다. 기상 상황 보고나 정비 업무 등만을 담당했다. 비행이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전쟁 막바지인 1952년이 돼서야 단독 비행 조종 임무를 전달받고 임무를 완수했다.

공군 최초의 여성 조종사 김경오 예비역 대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 대위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비행 조종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하면 억울할 것 같아 그만두질 못했다”고 말했다. 또 “군인은 철저히 계급사회인데 같은 장교임에도 ‘시집이나 가지’하며 비웃고 ‘공군에 들어와서 뭐 하냐’는 수모를 입대 때부터 4년간 당해왔지만 그럴수록 내가 반드시 해낼 것이라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했다. 전역 후 후학 양성을 위해 미국으로 가 민간 항공기술 등을 공부했다. 1988년부터는 한국여성단체협의회 10·11대 회장으로 일하면서 대통령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 “사관학교에서 왜 여성은 뽑지 않느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1997년부터 공군사관학교가 여성을 뽑기 시작했다.

◇최초의 여성 헬기 조종사, 피우진 아냐

최초의 여성 헬기 조종사는 누구일까. 많은 이들이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을 떠올리겠지만, 이 타이틀의 주인공은 피 전 처장이 아니다. 김복선 예비역 대위다. 예비역 중령 출신의 피 전 처장은 군 복무 당시 유방암에 걸려 투병하다가 병마를 이겨냈지만, 군 신체검사에서 장애 판정을 받아 2006년 11월 강제 퇴역됐다. 피 전 처장은 인사소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언론이 그를 최초의 여성 헬기 조종사로 부각했다. 

여군 최초 헬기 조종사 김복선 대위./KBS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국방부 확인 결과, 여성 중 최초로 헬기 조종사 자격을 얻은 사람은 김복선 대위였다. 김 대위는 1981년 7월 육군항공학교를 12기로 졸업했다. 이후 1985년 3월까지 3년 8개월 동안 헬기 조종대를 잡았고, 700여 시간 비행했다. 1985년 9월 전역한 뒤에는 비행기 제작회사에 들어가 일하면서 민간 헬기 조종사 교육도 받았다. 피 전 처장은 김 대위보다 5개월 뒤인 1982년 1월 항공학교를 졸업한 14기다. 

한편 국내 최초의 민항기 여성 기장은 대한항공의 신수진씨다. 신 씨는 1996년 대한항공에서 첫 여성 조종 훈련생을 뽑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첫 여성 조종사로 입사했다. 이후 11년간 부기장 생활을 했고, 2008년 국내 최초로 민항기 여성 기장으로 거듭났다.

글 CCBB 라떼

img-jobsn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