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즐겨 입는 청바지,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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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패션업계의 트렌드인 지속 가능성과 윤리성에 동참하는 청바지 업계가 늘고 있다. 글로벌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는 지난 10월7일 미국에서 중고 프로그램 ‘리바이스 세컨핸드(Levi’s SecondHand)’를 시작했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오래된 리바이스 청바지·재킷 등을 가져오면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세탁과 수선을 거쳐 리바이스의 중고 온라인 스토어에서 중고 청바지를 재판매한다. 오래된 리바이스 제품을 구매할 경우 새 제품을 구매할 때보다 탄소 배출량은 약 80%, 폐기물은 700g이 줄어든다.

(왼) 리바이스 화보모델 이지아, (오) 리바이스 레오파드 청자켓을 입은 한예슬./리바이스 제공, 한예슬 SNS 캡처

◇청바지 워싱만 40단계…한 벌에 물 7000L 필요 

청바지의 대명사 리바이스가 중고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리바이스는 세계 최초로 청바지를 발명한 독일계 유대인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가 만든 청바지 브랜드다. 1850년 천막 사업의 꿈을 안고 미국 땅에 도착한 리바이는 광부들이 험한 노동에도 해지지 않는 질긴 바지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리바이는 천막 천을 이용해 바지를 만들었고 튼튼한 만큼 오래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엔 다르다. 핏이나 워싱 방식, 디자인을 다르게 한 제품이 계속 나온다. 디자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2~3만원 선인 저렴한 가격 탓에 몇 번 입지 않고 버리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누구나 한 벌쯤은 있는 만만한 청바지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물 7000L, 이산화탄소 32.5kg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물 7000L는 우리나라 4인 가족 기준으로 5~6일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이산화탄소 32kg은 어린 소나무 11.7그루를 심어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청바지는 짙은 인디고(Indigo·파란 염료) 생지 원단을 탈색해 만든다. 빳빳한 생지 청바지에 약품을 바르고 긁고 빠는 수십 단계의 워싱 공정을 거치면 우리가 아는 옅고 부드러운 청바지로 탄생한다. 자연스럽게 물 빠지고 헤진 느낌의 청바지가 유행하면서 공법도 다양해졌다. 화학약품으로 특정 부분을 탈색하거나 뜨거운 철제봉에 청바지를 입혀 자연스러운 주름을 내는 엠보싱 공법, 모래를 분사해 천을 마모하는 샌드블라스트 공법 등 여러 가지다.

조선DB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건강도 해친다.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하기 때문에 작업자들은 각종 화학 약품과 분진, 고열에 그대로 노출된다. 2010년에는 샌드블라스트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작업자의 호흡기로 들어가 규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규폐증은 규사(석영의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진 모래) 등의 먼지가 폐에 쌓여 생기는 질환이다. 문제가 커지자 리바이스, H&M, 디젤, 지스타, 구찌 등은 이 공법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업체가 이 공법으로 청바지를 만든다.   

◇”이젠 새로 사지 말고 오래 입으세요” 

청바지의 환경 영향을 우려한 패션 기업들이 청바지 생산과 가공 방식을 바꾸고 있다. 바나나 리퍼블릭, 랭글러, 발자크 파리, 오가닉 베이지 등 17개 청바지 브랜드들이 미국 앨런 맥아더 재단의 ‘청바지 재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앨런 맥아더 재단은 2018년부터 청바지 생산 방식을 전환해 폐기물과 오염을 줄이고 청바지의 수명 연장과 데님 재활용, 생산자와 소비자 안전성을 개선하는 청바지 재설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지속 가능한 청바지 조건은 4가지다.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내구성이 좋아야 하고, 건강을 해치지 않는 소재여야 한다. 또 재활용이 가능하고 옷의 순환 주기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앨런 맥아더 재단은 늦어도 2021년 5월까지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 청바지 약 250만벌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리바이스 세컨핸즈 프로그램./리바이스 제공

리바이스는 청바지의 환경영향을 줄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2011년 물 사용량을 줄인 워터리스(Water Less) 청바지와 페트병, 맥주병을 재활용해 만든 웨이트리스(Wasteless) 청바지를 출시했다. 2015년부터는 청바지의 전주기 환경영향을 계산해 지속 가능한 청바지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했고 마침내 올해 7월 친환경 청바지를 출시했다. 유기농 면 60%, 재활용 데님 20%, 서큘로오스 20%로 만들었다. 서큘로오스는 의류 폐기물 속 셀룰로오스를 재활용한 섬유로, 스웨덴 스타트업 리뉴셀(Re: newcell)이 개발한 혁신 소재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H&M, 앤아더스토리즈, COS를 운영하는 스웨덴 패션기업 H&M 그룹은 2030년까지 재활용 혹은 지속 가능한 소재를 100%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H&M’은 청바지 재설계 프로젝트에 참여해 ‘리디자인 데님 컬렉션’을 지난 29일 출시했다. 유기농 면과 최대 35%의 재활용 면으로 만들고 워싱에 사용하는 화학 물질도 더 안전한 물질로 바꿨다. ‘앤아더스토리즈’도 지난 1일 지속 가능한 데님 컬렉션을 출시했다. 유기농 면과 재활용 면 소재로 만들고, 지퍼는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제작했다. 재봉 실도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만들었다. 앤아더스토리즈는 이번 컬렉션 기획 의도에 대해 “재생 가능한 패션을 주도하고 책임지는 것은 브랜드의 지속적 성장과 수익성에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앨랜 맥아더 재단가 청바지 업계와 함께 진행하는 ‘청바지 재설계 프로젝트’./H&M 제공

국내 패션업계도 초록 행보에 동참했다. 생활문화기업 LF의 여성복 브랜드 앳코너는 친환경 데님 소재를 사용한 ‘시그니처 데님 팬츠’를 선보였다. 터키의 ‘보싸 데님(Bossa Denim)’은 폐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와 천연 화학물질 및 염료를 활용해 만든 친환경 소재다. 공정 시 물과 천연가스를 절약할 수 있어 유럽에서는 친환경 소재로 정평이 나 있다. 롯데백화점은 2019년 청바지 전문 자체브랜드(PB) 에토르를 통해 친환경 청바지 ‘테라피 진’을 출시했다. 산소와 전기를 사용하는 오존 워싱 공정을 통해 물 사용량 99%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글 CCBB 잔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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