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15억 손에 쥔 로또 1등 당첨자의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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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복권이 2019년 한 해 동안 4조3000억원어치 넘게 팔리면서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3월12일 기획재정부와 복권 수탁 사업자인 동행복권은 작년 로또복권 판매액이 4조3181억원이라고 했다. 하루 평균 118억3000억원어치가 팔린 셈이다. 역대 최고인 2018년(3조9687억원)보다 8.8% 많다. 로또 판매가 4조원을 돌파한 것도 처음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로또가 4조3000억원어치 넘게 팔리면서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조선DB

기재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로또를 한 번이라도 샀다고 응답한 이의 비율은 전체 조사 대상자의 62.4%였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로또를 산 거다. 전체 인구에 이 비율을 대입해보면 1인당 로또 13만4000원어치를 샀다. 11월19일 기준 지금까지 누적 1등 당첨자는 총 6570명. 평균 1등 금액은 약 20억원 정도다.

2002년 하반기 시작한 로또 판매는 2003년 3조8242억원이 팔렸다. 그해 4월12일 당첨금 이월로 1등 당첨자 한 명이 사상 최고인 407억2000만원을 받으면서 ‘로또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인생 역전’의 기회로 불리는 로또. 그만큼 당첨되기도 어렵다.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약 800만분의 1이다. 욕조에서 넘어져 죽을 확률이 약 80만분의 1,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이 400만분의 1이라고 한다. 로또 1등 하는 게 욕조에 넘어져 죽는 것보다 10배나 더 어렵고, 벼락에 맞아 죽는 것보다 2배 더 어렵다.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운 로또 1등에 당첨된 사람들의 근황을 알아봤다.

2012년 4월7일 488회 로또 1등 당첨자 김성수씨./KBS 방송 캡처

지난 11월15일 한 예능 프로그램에는 로또 1등 당첨자가 출연했다. 2012년 4월7일 488회 로또 1등에 당첨된 김성수씨였다. 당시 그는 약 15억원을 당첨금으로 받았다. 김성수씨는 당첨되기 전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가 쌍코피를 흘리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김씨는 “로또 1등 사실을 방송이 아닌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했다. 틀릴까 봐 두 번 검색했다. 당첨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어머니로 인해 당시 1등 당첨 소문이 온 마을에 퍼졌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께만 당첨금을 수령했다고 했는데 동네 분들에게 다 말씀하셨더라. 서울에서 기차 타고 내려오니 벌써 소문이 다 퍼졌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충북 옥천에서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이전엔 119 구조대로 10년간 근무했다고 했다. 갑자기 생긴 거금을 어디에 썼냐는 질문에 “크게 투자를 한다는 등 돈을 불리려는 욕심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큰 욕심을 내지 않고 빚을 상환한 뒤 변함없이 일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당첨 비결에 대해서는 “행운을 쫓아가지 말고 열심히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복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사기꾼·상습절도범으로 전락

김씨처럼 로또 당첨금을 필요한 곳에 쓰면서 더 편안하고 여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반면 로또 당첨 이후 패가망신한 사례도 있다. 실제로 ‘로또의 저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큰돈을 갑자기 얻게 된 사람은 불행해진다’는 속설이다. 

2008년 물건을 훔치다 붙잡혀 경찰 조사를 받는 모습(좌)./2019년 한 주점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고 있는 모습(우)./뉴스 방송 캡처

작년 6월에는 2006년 로또 1등 당첨자인 황모씨의 근황이 전해졌다. 그는 부산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황씨는 부산의 한 주점에 들어가 업주와 친분이 있는 것처럼 속여 ”단체 손님 예약이 들어왔으니 선불금을 받아오라”면서 종업원을 내보냈다. 이후 금품을 훔쳤다. 이런 수법으로 부산·대구 지역 식당 주점 등 16곳에서 3600만원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황씨는 26살이었던 2006년 로또 1등에 당첨돼 총액 19억원 중 세금을 제외한 약 14억원을 손에 쥐었다. 당시 그는 전과 22범, 강도상해 혐의로 수배 중이었다. 쫓기다가 우연히 산 복권이 1등에 당첨된 것이었다. 그중 1억원으로 변호사를 선임했고, 벌금만 낸 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처음에는 가족에게 돈을 나눠주면서 새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도박장과 유흥시설을 드나들면서 돈을 탕진했다. 아는 여성들에게 수백만원씩을 뿌리기도 했다.

8개월 만에 돈을 모두 탕진했고, 돈이 떨어지자 좀도둑으로 전락했다. 2007년, 2008년, 2014년에도 물건을 훔치다 붙잡혔다. 황씨는 2008년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로또에 당첨됐었다는 게 실감나냐’는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또 ‘돈이 어디로 사라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제가 관리를 잘못했다”고 했다. 그는 2017년 2월 출소한 이후에도 절도와 사기, 갈취 등 범죄 행각을 이어갔다. 검거 당시 그의 지갑에는 로또복권과 스포츠토토 등 복권 10여장이 들어 있었다. 황씨는 경찰의 로또 당첨금에 대한 질문에 “아픈 기억인데 이야기하지 마라”며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어 “로또가 되지 않았으면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 복권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나눔로또./조선DB

로또 역대 2위 금액인 242억원을 받았던 A씨도 사기꾼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2003년 로또 1등에 뽑혔다. 세금을 제외하고도 189억원이라는 큰돈을 얻었다. 그러나 주식, 투자 실패 등으로 5년 만에 모두 탕진했다. 서울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2채를 사는데 40억원을 썼다. 또 병원 설립금에 40억원을 투자했고, 주식 투자에 89억원을 썼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한 돈은 모두 날렸다. 병원 설립 투자금도 서류상의 문제로 돌려받지 못했다. 이후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인터넷 채팅 사이트 등에서 자신을 ‘펀드매니저’라고 소개했다. 당시 복권 당첨 영수증 보여주면서 피해자들을 속였다. 결국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당첨금 놓고 가족 불화로 이어지기도

작년 10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한 전통시장에서 B씨의 동생이 흉기에 찔려 쓰러져 있다. B씨의 동생 아내는 사건 발생 직후 달려와 남편의 상처 부위를 막고 지혈을 시도했다. 그는 친형 B씨에게 살해됐다./인근 CCTV 캡처

2009년 로또 1등 당첨자인 B씨는 동생을 죽인 살인자가 됐다. 작년 10월 돈 문제로 다투던 중 친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B씨는 당시 당첨금으로 8억원을 받았다. 그중 1억4000만원은 집을 사는 데 보태라면서 동생에게 건넸다. 그만큼 형제의 우애는 남달랐다. 그러나 형이 동생의 집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의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비극으로 바뀌었다. 형은 복권 당첨금으로 전북 정읍시에 식당을 냈다. 그러나 식당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폐업 직전까지 몰렸다. B씨는 동생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원을 빌렸다. 그런데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B씨는 월 대출이자 20여만원을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에서 빚 독촉이 이어지자 형제가 싸우는 일이 많아졌다. 만취 상태로 동생을 찾아간 B씨는 동생의 목과 등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렀다. B씨는  주변 상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현장에서 체포됐다.

◇기부하면서 새로운 인생…사회에 모범이 되는 사례도 있어

2003년 4월 역대 최고액인 407억원을 받은 박모 경사는 현재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조선DB

로또 당첨 후 꼭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건 아니다. 사회에 큰돈을 기부하면서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도 있다. 2003년 4월 역대 최고액인 407억원을 받은 사람이 있다. 당시 춘천경찰서 근무한 박모 경사다. 당시 박씨는 소대 의경에게 로또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한 차례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수백억에 달해 많은 사람의 관심이 쏠렸을 때다. 이 로또가 당첨되면서 세금을 제하고 317억6390만원을 수령했다. 그는 강원일보에 공익재단을 만들어 달라며 20억원을 기탁했다. 또 근무했던 춘천경찰서 희망장학회에 10억원을 쾌척했다. 희망장학회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는 경찰관 자녀를 위해 운영하는 단체다. 박 경사의 기부 이후 전국 경찰서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자녀들이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2억원을 냈다. 이후 약 30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박 경사는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는 2012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근황을 전했다. 그는 “남은 200억원의 돈은 늘지도 줄지도 않은 상태”라고 했다. 그는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과 예금 등에 분산 투자했고, 매년 3000여만원을 무기명으로 기부한다고 전했다. 박 경사는 “당첨금으로 여유가 생겨 좀 더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좋다”면서 “남에게 베풀며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다”고 말했다. 또 “로또 1등 당첨 후 단 한 번도 로또를 사본 적이 없다”면서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지속해서 도우면서 평범하게 살겠다”고 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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