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잘 모르지만…해외 175개국서 난리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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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네이버→선데이토즈 거친 마케터
신생 엔터 소속 ‘꿈나무’들 글로벌 데뷔 지원
케이팝 커버댄스 영상앱 ‘어메이저’ 개발

록 밴드 너바나, 라디오헤드, 오아시스에 빠져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시절 인디 밴드로 활동하면서 가수를 꿈꿨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안정적인 직장인의 삶을 택해 네이버에서 콘텐츠 관련 업무를 맡아 10여년간 일했다. 그래도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사내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밤엔 동료들과 연습을 하고 공연을 했다. 이후 가수 ‘텐즈’로 데뷔하면서 세 장의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음악 일에 전념하고자 직접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렸다. 재능은 있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친구들을 육성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수억원을 들였지만 보이그룹만 겨우 데뷔시켰다. 재정적인 문제로 걸그룹은 무대조차 오르지 못했다. 

직접 앨범을 발매하고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면서 마케팅의 중요성을 알았다. 소규모의 신생 엔터테인먼트나 갓 데뷔한 아티스트에게 이렇다 할 마케팅 통로가 없었다. 실력 있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팝 가수를 접하기 어려운 해외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싶었다. 케이팝 아티스트와 해외 팬을 연결해주는 케이팝 커버 댄스 영상 앱인 ‘어메이저’의 이의중(42) 대표의 이야기다.

‘어메이저’의 이의중 대표./어메이저 제공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이 대표는 록 밴드 너바나, 라디오헤드, 오아시스의 노래를 들으면서 가수를 꿈꿨다. 고등학생 때 본격적으로 밴드 생활을 시작했고, 밤낮없이 노래를 부르며 기타를 쳤다. 밴드 활동을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홍익대학교로 대학을 진학할 정도였다. 홍대 근처에서는 더 자유롭게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대학생 때도 밴드 생활을 이어갔다. ‘펠(PEL)’이라는 인디밴드로 활동하면서 보컬과 기타를 맡았다. 그러나 군 제대 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제대 후 음악으로 먹고살 수 있겠냐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저보다 음악을 잘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것도 알았고요. 결국 가수의 꿈을 접고 취업을 준비했어요. 콘텐츠에 관심이 많아 졸업 후 2003년 네이버에 입사했습니다. 10여년간 e마케팅(Internet marketing·인터넷 마케팅)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면서 네이버 뮤직, 영화, 방송 등의 오프라인 콘텐츠를 온라인화하는 일을 했습니다. 네이버에 일하면서도 사내 밴드 동아리에서 활동했어요. 낮에는 업무를 보고 퇴근 후엔 동료들과 합주 연습을 하고 공연도 했습니다.” 

학창 시절 인디 밴드로 활동한 이 대표./어메이저 제공
2008년 ‘상관없어’라는 곡을 발매하면서 가수로 데뷔한 이 대표./어메이저 제공

◇직장 생활하면서도 밴드 활동 이어가…앨범 제작해 가수 데뷔하기도

“어느 날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가서 무대 위 밴드의 공연을 보는데 다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당시 집에서 음악 편집, 녹음 등을 할 수 있는 ‘홈 레코딩’이 생겨났을 때였어요. 퇴근 후 틈틈이 시간을 내서 곡을 쓰고 멜로디를 만들고 녹음했어요. 그렇게 2008년 ‘상관없어’라는 곡을 발매하면서 가수로 데뷔했습니다. 당시 활동명은 ‘텐츠(Tensz)’였어요. 머지않아 음악, 영상 등의 콘텐츠가 주목받는 시대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해서였죠. 이후 2장의 앨범을 더 냈어요.

노래를 만들고 앨범을 발매하니 음악에 더 전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자니 회사 일이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했어요.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기면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2012년 ‘선데이토즈’로 이직했어요. CMO(Chief Marketing Officer·최고마케팅책임자)를 맡아 마케팅 분야를 총괄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마침 ‘애니팡’이라는 게임이 대박이 나면서 일이 많아졌어요. 업무에 시달리면서 이래선 음악에 집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창업해 아이돌 그룹 육성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어메이저 제공

◇엔터테인먼트 회사 창업해 아이돌 그룹 육성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려 음악 관련 일에 집중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오랜 시간 음악 업계에서 일하면서 음반사나 유통사, 아티스트 등을 알 수 있는 통로가 많았어요. 네이버에서 일할 때부터 재능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들을 도와주곤 했었어요. 본격적으로 직접 재능 있는 친구들을 발굴해 키우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업계에서 알고 지내던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렸습니다. 마케팅 분야에서 사외이사로 일했어요. 평일엔 선데이토즈에서 일했고, 주말엔 엔터테인먼트 실무를 봤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어땠나요. 

“아이돌 그룹을 육성하기 위해 잠재력 있는 친구들을 뽑아 트레이닝을 진행했어요. 보이그룹과 걸그룹을 육성했는데 재정적인 문제로 인해 보이그룹 ‘비트윈’만 데뷔했어요. 걸그룹은 결국 무산됐죠. 당시 연습생으로 있던 친구가 ‘프로듀스 101’ 시즌 1에 나온 김지성, 김홍은 등이었어요. 데뷔가 어려워지자 결국 다른 엔터테인먼트로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싱글 앨범 하나를 준비하는 데에 보통 1년 정도 걸리는데 3억~5억원의 비용이 들어요. 노래·춤 강습, 숙소, 스타일링, 뮤직비디오 제작비 등 그룹 하나를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이 어마어마하죠. 보이그룹은 무대에 세웠지만 걸그룹까지 데뷔시키기엔 무리였어요. 

직접 가수로서 앨범을 내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면서 느낀 게 많았습니다. 아무리 실력 있는 아티스트여도 마케팅 부분에서 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마케팅 비용도 만만치 않았어요. 마땅히 홍보하고 알릴 수 있는 곳이 없었습니다. 실력 있는 친구들이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끼와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메이저’ 유저의 챌린지 영상./어메이저 제공

◇해외 팬과 케이팝 아티스트 연결하는 ‘어메이저’ 창업

이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발판 삼아 현재 서비스 중인 케이팝 커버 댄스 영상 앱 ‘어메이저’의 서비스를 구상했다. 2016년 12월 창업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준비했다. 그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 먼저 눈을 돌렸다. 

“당시 국내 홍보 시장은 이미 유튜브, 소셜 미디어 등으로 포화 상태였어요. 해외 팬의 수요에 주목했습니다. 케이팝이 점점 세계 시장에서 주목 받을 거로 생각했죠.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팝 가수의 무대 등을 접하기 어려운 해외 팬들을 공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운영해보니 소속사가 아티스트를 해외에 홍보하고 싶은 니즈가 크다는 걸 알았어요.” 

‘어메이저’는 케이팝 아티스트와 해외 팬을 연결해주는 앱이다. 해외 유저들은 앱을 이용해 케이팝에 맞춰 춤추는 영상이나 립싱크 영상, 셀카 영상 등을 찍어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다른 유저뿐 아니라 케이팝 스타들이 직접 노래와 춤 영상을 보고 피드백을 해주기도 한다. 

실제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다. 전체 사용자 가운데 해외 유저가 96%다. 미국,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등 175여개의 국가의 케이팝 팬이 ‘어메이저’를 이용해 콘텐츠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다. 이중 미국 유저가 25%로 가장 많다. 또 MZ세대인 10~20대가 전체 유저의 80%다. 현재까지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130만회에 달한다. 커버댄스와 커버노래 등이 하루 500여개 이상 올라온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인도네시아, 베트남어 등 8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티스트가 유저의 춤·노래 영상을 보고 피드백해준다./어메이저 제공

“단순히 음악을 듣는 걸 넘어 유저가 직접 음악에 참여하고 즐기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글로벌 MZ세대를 타깃으로 했어요. 이들의 영상 소비 패턴을 분석하니 영상을 보는 시간이 평균 23초를 안 넘기더라고요. 30초 이하의 짧은 숏폼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했습니다. 스티커, 안면인식 기능 등을 넣어 쉽고 재밌게 케이팝 영상을 찍을 수 있게 했어요. 틱톡,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플랫폼이 이끄는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 케이팝으로 차별화했습니다. 여러 연예기획사 등과 협업해 아티스트의 참여를 이끌어냈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춤·노래 영상을 봐주고 피드백해준다는 자체에 열광해요. 현재 블랙핑크, 위너, 몬스터엑스, 모모랜드, 아스트로, SF9, 이달의소녀, 공원소녀 등 40여팀 이상의 아티스트가 어메이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에는 YG엔터테인먼트와 제휴를 맺었어요. 최근 블랙핑크 커버 댄스 이벤트를 진행했고, 많은 추천을 받은 유저를 뽑아 경품을 주기도 했습니다. 

가수 나띠의 어메이저 라이브 모습./어메이저 제공
그룹 루나솔라의 어메이저 라이브 모습. 팬들은 아티스트와 함께 OX 퀴즈를 푸는 등 함께 소통할 수 있다./어메이저 제공

또 아티스트마다 커뮤니티가 있어요. 아티스트와 글로벌 팬의 소통 채널이죠. 100여개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요. 꼭 커버댄스나 노래 영상이 아니어도 사진이나 글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라이브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스타와 팬이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게 했습니다. 게임과 캐릭터를 결합한 최초의 라이브 방송으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의 요소를 접목하는 것)을 적용했습니다. 유저마다 각자 자신의 아바타로 앱 내에서 스타와 만날 수 있어요. 아티스트와 함께 OX 퀴즈를 푸는 등 함께 소통할 수 있습니다. ‘어메이저’는 아티스트와 팬이 직접 소통하는 플랫폼이에요. 해외 진출을 목적으로 하는 아티스트들이나 연예기획사에게는 해외 홍보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비즈니스 모델이 궁금합니다.

“아바타 꾸미기 등 디지털 콘텐츠에서 이익을 얻습니다. 유저는 좋아하는 스타의 굿즈나 티셔츠, 디지털 플래카드 등을 구매해 자신의 캐릭터를 꾸며요. 최근 그룹 루나솔라의 ‘어메이저 라이브’에는 500명의 유저가 참여했어요. 아티스트를 응원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래카드 등으로 약 110만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했어요. 유저당 평균 2000~3000원을 쓴 거죠. 향후에는 라이브 팬미팅, 쇼케이스, 콘서트 등 티켓을 판매하는 형식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할 예정입니다. 또 스타와 팬의 1:1 영상통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코로나 사태로 공연을 할 수 없게 된 아티스트에게도 새로운 수익 창출의 역할을 할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케이팝을 홍보할 수 있는 대표적인 국내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싶어요. 해외 진출에 나서는 아티스트와 해외 팬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서비스를 할 예정입니다. 또 코로나 시대에 아티스트들이 활동에 제약을 받지 않고 온라인에서 팬들과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면 합니다. 또 꼭 케이팝 스타가 아니어도 재능있는 유저들이 자신의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싶어요.”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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