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천에 2년 vs. 3천에 10년…당신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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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
중장년 취·창업 지원 교육 프로그램 운영
“은퇴 전부터 준비해 새로운 10년 일자리 찾아야”

“경험은 나이 들지 않아요. 경험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거든요.”

2015년 개봉한 영화 ‘인턴’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다. 인턴은 수십 년 직장생활을 한 70세 노인 벤(로버트 드 니로)이 30세 CEO 줄스(앤 헤서웨이)가 이끄는 회사에 인턴으로 재취업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시니어 인턴 벤은 자신이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와 경험으로 회사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처음에는 벤을 마땅치 않아 했던 줄스도 곧 마음을 열어가는 내용이다. 영화 속 벤처럼 재취업을 꿈꾸는 중장년을 돕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신철호(45) 대표가 이끄는 상상우리다.

신철호 대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중장년들이 가진 경험과 지혜가 은퇴 후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대기업에서 부장·임원을 지낸 이들도 은퇴 후에는 치킨집을 창업하거나 집에서 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경제활동이 단절된다는 개인적인 문제도 있었지만,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던 신 대표는 2013년 중장년 취· 창업을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를 창업했다.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 /상상우리

◇중장년 위한 참여형 교육과 상담, 일자리 매칭까지

“중장년분들의 재취업 분야는 한정적입니다. 건물 경비나 시설 관리 등의 분야에 치우쳐져 있어요. 재취업이 쉽지 않아 치킨집이나 편의점 등 창업에 뛰어드시는 분들도 적지 않죠. 하지만 은퇴 전까지 한 분야에서 오래 일을 했던 분들인 만큼 총무·인사·회계부터 마케팅·영업, 현장관리까지 커리어를 이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요. 저희는 중장년분들이 본인의 핵심 업무 역량을 바탕으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교육과 상담, 일자리 매칭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상상우리는 기업·기관과 협업해 재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을 모집하고, 선발해 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현대자동차, 고용노동부, 서울시 50플러스재단과 함께 만든 ‘굿잡 5060’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상상우리가 중장년분들의 교육과 취업 알선 등을 맡고, 현대차가 상상우리에 교육 비용을 지원한다.

“굿잡 5060 프로젝트는 2018년 국내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기획한 첫 번째 일자리 프로젝트에요. 5주 동안 10회에 걸쳐서 중장년분들을 교육하고, 교육을 이수하신 분들은 사회적 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취업을 연계하고 있습니다. 올해 9월까지 굿잡 5060 프로젝트 참가자의 취업률은 64.7%입니다.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해마다 신청자가 늘고 있어요. 신청서를 받은 후 심사를 거쳐 교육생을 선발하고 있는데 올해는 경쟁률이 4대 1이 넘었습니다. 그만큼 재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들이 많다는 의미죠.”

굿잡5060 프로젝트 출범식 당시 사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신 대표다. /상상우리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교육 과정은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구성했다. 예를 들어 교육 초기, 퇴직 후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애설계 교육을 할 때는 인생을 막걸리에 빗대어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커리어와 목표를 세워나가고, 함께 막걸리를 빚기도 한다. 또 교재를 따로 만들지 않고 구글 드라이브에 올려놓는 등 재취업 후 협업툴이나 메신저 등을 바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에 대한 교육도 하고 있다.

◇세대 차이는 있지만, 갈등은 적어

교육이 끝나면 중장년 인력을 원하는 회사에 적합한 분을 추천한다. 중장년 일자리 플랫폼 ‘워크위즈’도 만들었다. 워크위즈에 가입한 기업 회원이 원하는 조건 등을 입력하면, 상상우리 교육을 받은 준비된 중장년 취업준비생을 소개받을 수 있다. 

-재취업에 성공한 중장년이 받는 임금은 어느 정도인가.

“기업마다, 개인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기존 연봉의 60% 정도입니다. 저희가 교육을 시작할 때 연봉을 5000만~6000만원 받으면서 1~2년 일할지, 3000만원 받으면서 10년 일할지 물으면 대부분이 후자를 택합니다. 인생 2막에 접어든 만큼 돈을 적게 벌더라도 가치 있는 일자리, 오래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원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굿잡5060 프로젝트 교육 과정. 교재를 따로 만들기보다는 중장년층이 노트북으로 구글 드라이브 등을 실제 이용해보며 업무를 익힐 수 있게 했다. /서울특별시 공식블로그

-기업에서 중장년층을 선호하는 이유는.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기업도 많습니다. 청년들을 뽑아도 1~2년 후에 퇴사하는 비율이 높은 것도 고민이죠. 반면 중장년층은 인건비 부담도 적고, 경력과 연륜을 골고루 갖춘 분들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퇴사율도 높지 않아요. 저희가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4~5년 정도 운영했는데, 취업 1년 후 조사해보면 계속 다니고 계신 비율이 80% 정도입니다. 그만큼 고용유지가 잘 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한 분은 증권회사에서 일하셨던 분을 취업시켜드린 적이 있었는데요. 당시 그 기업은 인원이 10명 정도였는데, 사업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중장년분이 취업 후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청소와 책상 정리를 직접 해주셨고, 모든 사업 관리를 엑셀로 정리해주셨다고 해요. 이후 회사 내 체계가 잡히기 시작했고, 대표가 그분께 재정관리를 믿고 맡길 정도로 회사 성장에 기여하셨다고 합니다. 그 회사 대표가 저를 만날 때마다 아직도 고맙다고 인사를 할 정도예요. 올바른 중장년 재취업 모델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존 회사 인력과 업무 수행 방식 등의 차이로 갈등을 빚는 경우는 없나.

“중장년을 채용할 때 기존 인력, 청년층과 중장년분들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를 우려하는 기업이 많은데요. 실제 채용한 기업들은 그런 걱정이 기우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중장년층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때문인 것 같아요. 혹시 모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청년들의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한 교육을 하기도 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실습 과정을 넣기도 해요.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우려하는 것처럼 세대 갈등은 거의 없습니다.”

신 대표가 중장년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모습. /상상우리

◇취업 후 실무 교육, 창업 교육도 하고 있어

-상상우리 내에도 시니어 인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직원이 35명 정도인데, 50% 이상이 중장년분들입니다. 영화 인턴처럼 68세의 나이에 상상우리에 인턴으로 입사하신 분도 있어요. 2015년 2달 인턴으로 들어오셨는데, 일을 정말 열심히 하셨습니다. 인턴이 끝난 후 아예 정식으로 채용돼 현재까지도 일하고 계시고, 회사에서 가장 근속연수가 높으신 분입니다.”

-취업 이후 실무에 대해 익힐 수 있는 교육도 하고 있나.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교육이 어려워서 중단한 상태인데요. vod, 실시간 교육 등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해서 내년 3월부터 다시 운영할 예정입니다. ‘오늘 배워 내일 쓸 수 있는 교육’을 하자는 목적으로 문서 작업하는 법, 협업툴 사용법 등 어렵지 않지만, 실무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들을 교육하고 있어요.

취업만 시켜드릴 게 아니라 취업 후에도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실무 교육을 시작했어요. 저희를 통해 취업하신 분들의 회사 대표를 자주 만나는데요. 한 번은 시니어분께 법인 통장 개설을 요청했더니 ‘할 줄 모른다’고 다른 사람을 시켜달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렵지 않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서 두려움을 느끼셨던 것 같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충격받아서 바로 실무 교육을 기획했죠.”

오프라인 교육 대신 온라인으로 볼 수 있는 실무 교육 영상을 만들고 있다. /상상우리

-취업뿐 아니라 창업 지원 교육도 하고 있다고.

“저도 창업할 때 사회적기업가육성사업에 참여해 초기 자본부터 멘토링이나 컨설팅 등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창업 후부터 바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상상우리를 통해서 창업한 사회적 기업이 30곳이 넘습니다. 대표적으로 결혼식 날 신랑 신부를 에스코트하는 쇼퍼(Chauffeur·특수 운전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쇼퍼 노경환 대표님도 상상우리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출신입니다.”

◇“중장년 일자리 취향 잘 아는 회사 되고파”

-은퇴를 앞둔 시니어들, 은퇴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균 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예전처럼 퇴직 후 편안한 노후생활을 하는 시대는 거의 끝난 것 같아요. 퇴직 후에도 돈을 벌기 위한 활동을 계속해나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퇴직하기 전이든 후든 자신이 제일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퇴직 후에도 10년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요. 본인의 핵심 역량이 무엇이고 어떻게 발전·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목표는.

“중장년의 일자리 취향을 가장 잘 아는 회사가 되고 싶어요. 단순히 저희 네트워크만을 활용해서 취업을 연계하는 게 아니라 워크위즈라는 중장년 일자리 플랫폼을 이용해 교육·상담 회사에서 IT 회사로 발전해 나가고자 합니다. 중장년 일자리와 관련된 빅데이터 연구사업도 꾸준히 해나가고 있어요. 앞으로 중장년 일자리 취향을 잘 알고, 그에 맞는 회사를 빠르고 쉽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회사가 되고 싶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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