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초등생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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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누가 이렇게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한명을 꼬집어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상당히 유력한 후보가 하나 있다. 바로 지란지교패밀리를 만든 오치영 창업자다.

“엄마가 엑스키퍼를 컴퓨터에 해놔가지고 유튜브랑 넷플릭스랑 이게 안들어가짐. 엑스키퍼 만든 사람 뭐하는 사람이냐고”

(위)음란물 보는 아동 (아래)네이버 지식in에 엑스키퍼를 검색하면 나오는 글. /(위)중앙일보 유튜브 화면 캡처 (아래)잡스엔

온 국민이 쓴다는 네이버 지식인에 엑스키퍼란 단어를 넣으면 가장 위에 나오는 글이다. 엑스키퍼를 지식인에 넣으면 질문이 무려 3094개(1월5일 기준) 뜬다. 대부분 엑스키퍼를 원망하는 글, 엑스키퍼 피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이다. 구글에 엑스키퍼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엑스키퍼 무력화’, ‘엑스키퍼 삭제’가 뜬다. 많은 청소년들이 엑스키퍼 없는 세상을 꿈꾼다.

엑스키퍼는 지란지교패밀리에 속한 지란지교데이터가 운영하는 청소년 PC, 모바일 보호 서비스. 학부모가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가 지나치게 게임을 많이 하거나 음란물 같은 유해한 정보를 보는 것을 막도록 돕는다. 아이가 어디 있는지 스마트폰 위치정보를 가지고 알아볼 수도 있다. PC로 뭘 검색했는지 어떤 게임을 얼마나 했는지도 알 수 있다.

지란지교소프트 제공

엑스키퍼 때문에 아이들은 죽을 맛이다. 오죽하면 ‘엑스키퍼회사를 파산시키는 법을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지식인에 올렸을까? 엑스키퍼는 원래 2006년 지란지교소프트가 만든 프로그램이다. 당시 지란지교소프트 대표가 바로 오치영 창업자다. 초등학생의 공적 오치영 지란지교 창업자는 어떤 사람일까?

1994년 충남대 전산학과 대학생이던 26살 오치영은 남들 다 하는 취업 대신 창업을 했다. 같은 대학 학생 4명이 창립멤버인 회사 이름은 지란지교소프트. 창업을 한 이유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꿈은 “내가 제일 잘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자유롭게 하고 싶다”. 대학생 오치영에게는 그게 바로 프로그램 개발이었다. 그때 만든 프로그램이 국내 최초 윈도용 통신 프로그램 ‘잠들지않는시간’이다.

오치영 창업자 20대 모습. /지란지교소프트 제공

첫해 회사 매출은 사실상 제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유를 얻은 대신 주머니엔 돈이 없었다. 그러나 점차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13년이 지난 2007년 회사 매출이 100억원으로 불었다. 다시 12년이 지나 2019년엔 매출 약 1000억원(자회사 포함 연결 기준)을 냈다. 지금 지란지교패밀리는 자회사만 29개인 대가족이다. 직원 숫자를 합치면 800명이라고 한다.

게임업체를 제외한 국내 정통 소프트웨어 업체 가운데 가장 성공한 업체를 고르라면 빠지지 않는 이름이 지란지교다. 국내 1위라고 자부하는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10개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1위 스펨메일방지 프로그램 스팸스나이퍼(연매출 200억원)를 패밀리의 일원인 지란지교시큐리티가 만든다. 국내 1위 빅데이터 처리 분석 분석 솔루션 IRIS(연매출 200억원)를 만드는 모비젠도 지란지교 소속사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어떤 과정을 거쳐 패밀리를 이뤘을까? 회사가 걸어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2013년까지는 지란지교소프트는 사실상 자회사가 없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자회사가 슬금슬금 늘어나기 시작한다. 처음 만든 자회사가 보안 소프트웨어를 맡고 있는 지란지교시큐리티다. 핵심사업이던 보안 분야를 덜어내 만들었다. 이후 여러 사업을 떼네 자회사를 만들었다.

분사한 회사 임직원에게 스탁옵션을 줬다. 회사별로 다르지만 보통 지분의 15% 정도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직원들이 회사 사업을 들고 나가 차린 자회사가 10개가 넘는다. 성과도 좋았다. 예를 들어 지란지교시큐리티는 좋은 실적을 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오 창업자는 자회사를 “직원들의 꿈이 낳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1994년 자신이 그랬듯이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일, 잘 하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그 결과 자회사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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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 자회사. /지란지교시큐리티·모비젠 공식 홈페이지 제공

사실 오 창업자는 이때쯤 은퇴를 생각했다고 한다. 자회사를 세우고 사업을 떼어 준 것은 나보다 열심히 할 사람, 잘 할 사람에게 사업을 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창업 20주년 즈음해 젊은 직원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꿈을 꾸고 열정적으로 일하면 그 성과를 가져갈 수 있는 체제를 만든 것이다. 물론 책임도 그만큼 커진다.

시간이 흐르자 오 창업자는 직원들 꿈을 기존 사업에 묶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2017년쯤부터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가진 직원들이 세상에 나가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 있다면 2년 정도 회사를 운영할 돈을 투자하고 독립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사업을 가지고 나갈 때보다 더 많은 지분을 줄 수 있었다. 임직원이 지분을 30% 가진 회사도 있다. 이때쯤 오 창업자는 공식 은퇴를 선언한다. 2018년 그는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CEO 대신 CDO(Chief Dream Officer)라 적힌 명함을 만든다. 최고경영자 대신 최고몽상가로 변신한 셈이다.

이때쯤 회사 밖으로 눈을 돌려 대학생 시절 자신과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외부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오 창업자는 회사를 드림플랫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꿈에 도전하는 회사 직원들과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후배들이 밟고 뛰어오를 발판 역할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사내외 투자 작업을 맡은 조직이 바로 중간 지주회사인 지란파트너스다.

지란파트너스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조직이다. 지란지교는 10년도 전에 미국과 일본에 진출했다. 일본엔 지란파트너스 아래 지란재팬이라는 소지주회사를 만들었다. 지란재팬 아래 있는 제이시큐리트 등 5개의 자회사가 작년 낸 매출은 100억원에 달한다.

요즘 지란지교패밀리가 시끄럽다. 회사 지배구조를 확 바꿨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지주회사 지란지교홀딩스와 사업자회사 지란지교소프트를 합병해 사업지주회사 지란지교소프트를 만들었다. 홀딩스는 맡고 있는 사업이 없는 순수 지주회사였다. 그러나 새 지주회사 지란지교소프트는 사업을 해 돈을 버는 회사로 2024년 상장이 목표다. 오 창업자는 위기에 강한 형태로 지주회사 체질을 바꿨다고 했다. 돈 없는 지주회사보다 지갑이 빵빵한 지주회사가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투자할 때도 더 적극적일 수 있다. 앞으로 드림플랫폼을 활용해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의미다.

주로 투자할 사업도 좀 더 구체적으로 정했다. 클라우드 기반의 B2B SaaS(Software as a Service)다. SaaS는 우리말로 하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정도다. 요즘 소프트웨어를 팔지 않는 회사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고객은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고 앱이나 브라우저로 원하는 서비스를 연다. 고객이 서비스를 열면 소프트웨어 업체는 인터넷을 통해 앱이나 브라우저로 소프트웨어로 처리한 정보를 보낸다. PC와 스마트폰이 하던 일을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 고성능 컴퓨터가 대신해 그 결과를 보내주는 셈이다. 앞으로 지란지교는 기존 서비스를 SaaS로 바꾸고 SaaS 스타트업에 투자해 같이 성장할 계획이다.

오치영 창업자 50대 모습. /지란지교소프트 제공

20대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했다. 30~40대엔 직원들이 꾸는 꿈을 함께 봤다. 50대에 들어선 스트타업 후배들이 꿈꾸는 세상을 같이 만들겠다고 나섰다. 평생 꿈 속에서 살아온 오치영 창업자는 지금 어떤 꿈을 꿀까. “창업 후 매출 100억원을 내기까지 13년이, 1000억원까지는 12년이 걸렸습니다. 다시 10배 성장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해야죠. 이번엔 11년을 예상합니다.” 2030년 지란지교패밀리 매출 1조원이 그의 새로운 꿈이다.

그 다음엔? 오 창업자는 “100년 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꿈을 품은 지란지교 사람들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전하면 가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2.7세(OECD 보건통계 2020). 나이 50이 넘은 오 창업자는 지란지교소프트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더라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엑스키퍼와 지란지교를 미워하는 초등학생들 상당수는 기념식이 열리면 볼 수 있다. 증오하던 회사 100년 주년 기념 행사를 볼 때 심정은 어떨지 궁금하다.

글 CCBB 백강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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