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까지 나와 왜 이런 힘든 길 가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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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아뜰리에 이재연 대표
하버드 보건대학원 졸업 후 귀국
합성 계면활성제, 합성 향료 안 넣은 제품 개발
아기는 물론 임산부도 사용할 수 있어

‘향기’, ‘쫀쫀한 거품과 제형’. 바디클렌저를 살 때 대부분의 소비자가 고려하는 요소다. 제품을 사용할 때 좋은 향이 나고 거품이 많이 나는 제품을 선호한다. 이 요소를 과감히 빼고 제품을 만든 사람이 있다. 제조 스타트업 루나써클의 ‘이재연 대표’다. 친환경 브랜드 그린 아뜰리에(GREEN ATELIER)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인공적으로 향을 내기 위한 ‘합성 향료’, 거품을 많이 내기 위한 ‘합성 계면활성제’, 꾸덕한 제형을 위한 ‘점도제’를 넣지 않고 제품을 만든다. 인체는 물론 환경에도 무해한 제품인 것이다. 이재연 대표에게 그린 아뜰리에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린 아뜰리에 이재연 대표. /그린 아뜰리에 제공

방향성 맞는 팀 만나 ‘루나써클’ 창업

대학교에서 생리학을 전공한 이재연 대표는 하버드 보건대학원에 진학했다. 내 건강뿐 아니라 주변 사람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석사 취득 후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귀국 후에는 삼성병원, 한국애브비, 위워크랩스 등에서 일했다. 전공을 살린 연구원으로서는 물론 온라인 마케터, 엑셀러레이터로 일하며 커리어를 쌓았다. 그러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가치가 맞는 사람을 만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어렸을 때부터 사업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어떤 창업을 해야겠다’는 뾰족한 생각은 없었어요. 그러던 중 액셀러레이터로 일할 때 방향성이 같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우리의 행복과 건강을 위하는 건 자연을 위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조재현 전 그루폰코리아 부사장, 한정수 서울화장품 대표님도 저와 같은 가치관을 갖고 계셨어요. 그렇게 2019년 9월 ‘루나써클’을 창업했습니다.”

특허 받은 천연 식물 추출 성분으로 인체에 해롭지 않고 성능도 좋은 제품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린 아뜰리에 제공
인공 향, 색, 거품을 내는 합성 원료를 모두 뺀 제품이라고 한다. /그린 아뜰리에 제공

인공 향, 인공 색, 인공 거품 뺀 ‘그린 아뜰리에’

루나써클의 첫 번째 브랜드는 ‘그린 아뜰리에'(bit.ly/2JOAr65)다. 그린 아뜰리에는 ‘자연을 떼어다 만든 나만의 작업실’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클린 뷰티’와 ‘커스터마이징’ 두 가지 큰 틀 안에서 제품을 만든다. 클린 뷰티는건강과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이재연 대표의 바람에서 출발했다.

“과거에 유명 화장품 브랜드를 쓰면서 피부가 많이 상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피부가 약한 사람에게는 더 좋지 않겠죠. 잘 알려진 브랜드인데도 인체에 좋지 않은 제품이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피부는 끊임없이 화학성분과 외부 유해환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건조함으로 인한 가려움과 각질, 심하면 아토피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계속 생기죠. 제 전공을 살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선한 영향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클린 뷰티’를 모티브로 성분을 중요시 하며 제품을 개발했어요.”

첫 제품은 바디클렌저, 바디로션, 아로마 부스터다. 바디클렌저와 로션은 비건 인증을 받았고 EWG 그린(안전) 등급 받은 성분으로만 만들었다고 한다. 비건 인증은 한국 비건 인증원에서 ‘동물 유래 원재료를 이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고’, ‘제품 생산 공정에서 교차오염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제품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EWG 인증은 비영리단체 EWG에서 운영하는 화장품 부문 안전성 프로그램이다. ‘안전’, ‘주의 요망’, ‘위험’으로 나뉜다. 바디클렌저와 로션에 들어가는 전 성분이 ‘안전’하다는 검증을 받았다. 아로마 부스터도 식물성 원료로만 만들었다.

“비건 제품을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대부분 많이 팔기 위해 자극적인 향, 빠른 흡수 등이 특징인 제품을 만들어요. 또 한국 소비자가 선호하는 꾸덕한 재형으로 만듭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화학 성분이 들어가야 해요. 우리는 이걸 다 뺐습니다.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합성 향료와 색소를 제외하고 기본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린 아뜰리에 제품에서는 ‘무향’의 냄새가 나지 않아요. 모든 제품이 그런 건 아니지만 화장품에서 나는 무향도 원료의 냄새를 덮기 위한 합성향료의 향이에요. 우리는 식물성 원료 자체의 향이 나죠. 또 꾸덕한 제형을 위한 화학 점도제를 넣지 않았어요. 합성 계면활성제가 아닌 자연 유래 계면활성제와 허브 추출물만으로 만들었어요. 최대한 자연에서 온 성분으로 본질에 충실한 제품을 만들려고 한 거죠. 그러다 보니 비건 인증도 받을 수 있던 거죠.” 

아로마 부스터. 원하는 향을 제품에 섞어 나만의 제품을 만들수 있다(좌). 환경을 위해 친환경 용기로 구성했다(우). /그린 아뜰리에 제공

취향 존중, 환경 보호

그린 아뜰리에의 두 번째 키워드는 커스터마이징 즉 맞춤 주문 제작이다. ‘내가 쓰는 제품을 내 취향에 맞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아로마 부스터가 대표 제품이다.

“각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시대입니다. 카페만 가도 제가 원하는 대로 주문할 수 있어요. 우리 몸에 쓰는 제품도 취향에 맞춰 만들 수 있게 한 것이죠. 다섯 종류의 아로마 부스터가 있어요. 천연 에센셜 오일입니다. 이 중 원하는 향을 골라 누드 클렌저나 로션에 담아 흔들면 소비자만의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는 거죠. 오일 역시 천연 원료로만 만들었습니다.”

사람은 물론 환경에도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용기에는 색소를 첨가하지 않고 인쇄를 하지 않았다. 단일 재질의 플라스틱 제작해 재활용이 가능하다. 라벨도 떼기 쉽게 제작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4분의1 로 줄일 수 있는 ‘홈 리필 키트’도 만들었다. 1.6L의 대용량 제품과 씻어서 재사용할 수 있는 유리 용기로 구성했다. 이 대표는 “친환경은 우리가 계속 풀어야 할 숙제다. 친환경으로 가는 작은 발걸음인 셈”이라고 말했다.

가치에 맞게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 만은 않았다. 바디클렌저(bit.ly/2JOAr65) 개발만 10개월이 걸렸다. 수많은 샘플 테스트를 거쳐 끊임 없이 제품을 수정해나갔다. 직접 사용해보고 거품 양, 사용감, 세정력 등을 하나하나 확인했다. 좋은 성분만 넣으려 하니 기본 원가가 높은 것도 문제였다.

“저렴한 합성 성분 대신 특허성분, 식물성 원료, 천연 에센셜 오일 등을 넣다 보니 원가가 턱없이 높았습니다. 제조공장에서도 걱정이 됐는지 연락만 수차례 받았죠.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품질은 절대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고가의 광고, 중간 유통을 포기하고 고객을 직접 만나기로 결정했죠. 개발 과정도 어려웠지만 친환경 제품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도 넘어서야 했어요. 친환경, 비건 제품이라고 하면 가격이 비싸지만 질이 좋지 않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물론 그런 제품도 있죠. 우리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제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품을 사용한 고객이 직접 올린 후기. /그린 아뜰리에 제공

조금 어렵지만 도전하고 배울 수 있는 길

어려움이 많지만 ‘창업의 길’을 가는 이유를 ‘DNA’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일종의 DNA 같다. 나는 편안한 삶을 사는 것보다 조금 어렵지만 새로운 걸 하고 싶은 사람이다. 도전을 통해 배움을 얻고 싶다. 또 배운 걸 더 많은 사람과 함께 느끼고 경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력한 결과 그린 아뜰리에는 와디즈, 해피빈 펀딩에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와디즈에서는 목표액의 641%를 달성했고 해피빈에서는 현재 543% 초과 달성 중이다. 사용자 후기도 좋다. 온라인몰(bit.ly/2JOAr65)에서도 인기다. 이 대표는 모든 후기가 감사하고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가려운 게 사라졌다는 고객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 고객이 아토피로 가려워서 잠을 못 잔다고 했습니다. 밤새 긁어 몸에 상처도 많았는데, 저희 제품을 쓰고 긁는 일이 없어졌다고 했어요. 예민한 피부에 안전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걸 직접 느끼신 거예요. 저희가 도움을 드렸다는 생각에 뿌듯했죠.”

이런 이재연 대표의 목표는 건강과 환경, 커스터마이징 안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 전반으로 건강과 환경에 좋은 제품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2월에 샴푸 라인을 출시하고 나중에는 아동, 반려동물 등 제품 영역을 확장할 거예요. 또 이런 그린 아뜰리에를 기반으로 루나써클을 ‘생산 제조 플랫폼’으로 키울 겁니다. 처음 제조업을 시작하려면 굉장히 어렵습니다. 루나써클만의 제조 시스템을 갖춰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개인 및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기업과 협업하려 합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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