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28%’ 뒤엔 샴페인 탑 쌓은 제 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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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장면 연출하는 푸드스타일리스트
미술감독은 소품 배치 하나하나 신경 써
1000평에 이르는 세트 만드는 세트 디자이너도
드라마·영화를 빛내는 숨은 조연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펜트하우스.’ 종영 직전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 민설아를 죽인 범인으로 지목된 오윤희(유진)의 유전자 검사지 결과에서 성염색체가 XY로 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오윤희가 알고 보니 트렌스젠더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고, 포털사이트에 ‘오윤희 남자’라는 검색어가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소품 실수”라고 밝히면서 오윤희 남자 설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이처럼 드라마·영화에서는 음식을 비롯한 소품 하나하나가 다 의도된 연출이다. 극 전개의 개연성을 높이고,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복선 역할을 하기도 한다. 촬영장에서 음식과 같은 소품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실제 소품 속에 담긴 숨은 의미를 찾아내는 시청자들도 있고, 작품이 끝난 후 감독이 소품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배우나 감독처럼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소품이나 세트장 제작 등을 위해 힘쓰고 있는 숨은 조연들을 알아봤다. 

◇푸드스타일리스트 제이킴, ‘펜트하우스’ 스타일링 맡아

자극적인 내용만큼 화려한 의상과 소품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펜트하우스’에서는 폐쇄형 입주민 커뮤니티인 헤라클럽의 파티 장면도 많이 나왔다. 금빛 장식과 샹들리에로 꾸며진 파티장과 고급스러워 보이면서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파티 음식들이 돋보였다. 실제 파티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 음식들을 하나하나 고르고, 배치한 것은 다름 아닌 푸드스타일리스트였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푸드스타일리스트가 스타일링한 음식 장면. /제이킴 인스타그램 캡처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영화나 드라마, 광고 등에 등장하는 음식 관련 장면 연출을 담당한다. 이외에도 레스토랑에서 새 메뉴를 개발하거나 요리책 등에 소개할 요리 개발, 조리법 작성 등의 일을 한다. 

‘펜트하우스’ 푸드스타일링을 담당한 사람은 푸드스타일리스트 제이킴이다. 경희대학교 조리학과를 졸업한 제이킴은 2012년 ‘제이킴푸드스타일’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이후 회사를 운영하면서 8년 동안 영화 ‘기생충’을 비롯해 드라마 ‘스카이캐슬’, ‘황후의 품격’, ‘부부의 세계’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푸드 디렉팅을 맡았다. 제이킴은 ‘펜트하우스’에서 파티 장면을 촬영하면서 “접시 하나에 몇십만원부터 수백만원까지 들여 명품 식기들을 사용하고, 조화 꽃 하나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푸드스타일리스트 제이킴과 ‘펜트하우스’에서 파티 장면 연출을 위해 샴페인 잔으로 탑을 만든 모습. /제이킴 인스타그램 캡처

2016년에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당시 제이킴은 촬영장에서 술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탄산수와 간장을 섞어 가짜 맥주를 만들었고, 식빵에 커피를 발라 토스트처럼 보이게 하는 등 광고에서 선보이는 음식들의 속임수를 공개했다. 이외에도 즉석식품을 이용해 고급 한정식처럼 보이는 상차림을 만드는 법과 귀여운 캐릭터 도시락 만들기 등 생활 속 푸드스타일링 팁을 공유했다.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맥주, 토스트와 비슷하게 만드는 비결을 공개한 제이킴. /MBC 방송화면 캡처

◇곰팡이 냄새까지 구현한 ‘기생충’ 이하준 미술감독

음식을 비롯한 소품부터 의상, 장치, 배경 등 모든 요소를 총괄하는 사람은 미술감독이다. 미술감독은 각본에 맞는 장면을 디자인하고, 조명이나 음향효과뿐 아니라 소품 배치 등 촬영 외 시각적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아카데미 4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영화 ‘기생충’의 주역 중 한 명은 이하준 미술감독이다. 이 미술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 디자인과를 졸업한 후 공연무대미술을 주로 했다. 이후 선배의 소개로 영화계에 발을 들였고, ‘독전’과 ‘관상’, ‘도둑들’, ‘미인도; 등의 미술감독을 맡았다. 

‘기생충’ 이하준 미술감독(위)과 폭우로 물에 잠긴 기택네 동네와 반지하집 세트장. /YTN 방송화면 캡처, 고양시, CJ엔터테인먼트

특히 기생충에서는 주인공들의 집을 완벽하게 세트로 만들어 주목받았다. 영화 속 기택(송강호)의 반지하 집은 지하 특유의 곰팡이 냄새까지 구현해냈다. 이를 위해 재개발 지역의 오래된 벽돌을 실리콘으로 본떠 벽돌을 만들었고, 실제 음식물 쓰레기도 촬영에 방해되지 않고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배치해 파리가 날아다니게 했다. 세트장에서 삼겹살을 구워 자연스러운 기름때가 배도록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도 최기호 미술감독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선우(김희애)가 주로 머무르는 주방과 이태오(박해준)가 시간을 보내는 거실의 높이를 다르게 해 등장인물 간 지위 차이를 드러냈고, 이태오와 여다경(한소희)의 침실에는 바람둥이를 상징하는 나비 그림을 걸었다. 이 때문에 드라마가 방영하는 내내 “소품도 열연한다”, “미술팀 영혼 갈아 넣었다”는 등 찬사가 쏟아지기도 했다.

불륜 끝에 결혼한 여다경과 이태오의 침실에 바람둥이를 상징하는 나비 그림이 걸려있는 모습. /JTBC

◇세트 디자이너, 1000평짜리 세트 만들기도

미술 감독과 발맞춰 세트를 완성해내는 세트 디자이너도 빼놓을 수 없다. ‘펜트하우스’의 주동민 PD와 김순옥 작가의 전 작품인 드라마 ‘황후의 품격’은 1000평에 이르는 세트장 규모로 화제를 모았다. 일산제작센터와 파주에 위치한 스튜디오 등 세 곳에 나눠 세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이중 일산제작센터 내 스튜디오는 세트가 분리되어 있지 않고 실제 집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도 했다.

SBS 드라마 중 다수 작품의 세트 제작에 참여한 디자이너도 있다. ‘별에서 온 그대’부터 ‘너희들은 포위됐다’, ‘냄새를 보는 소녀’ 등의 세트를 만든 신승준 디자이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세트 제작에만 10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신 디자이너는 당시  “세트를 완성한 뒤 전지현 씨와 김수현 씨가 ‘이게 정말 우리 집이냐? 정말 대단하다’, ‘예쁘게 지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해줘서 뿌듯했다”고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1000평에 이르는 세트장 규모로 화제를 모았던 ‘황후의 품격’과 세트장 제작에 10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진 ‘별에서 온 그대’.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의 경찰서 내부도 다 세트였다.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에서는 경찰서 내부를 세트로 제작했다. 실제 경찰서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세트를 제작할 때도 강남경찰서를 모티브로 했다. 각 집기의 구조나 배치뿐 아니라 소품 구성, 위치 등도 세트 제작에 반영했다. 신 디자이너는 “경찰서 세트는 경찰에 대한 신뢰감과 정직함, 그리고 무게감 있는 느낌으로 제작했다”며 “시청자 기대에 맞춰 세트를 지어달라는 경찰분들의 부탁도 있었다”고 말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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