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과학고에서 의대 가면, 반환금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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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에 출연한 과학고 출신 의대생. /유 퀴즈 온 더 튜브 유튜브 캡처

지난 1월6일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의대 6곳에 동시 합격한 이력으로 화제를 모은 서울대 의대생이 출연했습니다. 출연자는 방송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의대 진학이 목표였다”, “의대에 가려고 200시간이 넘는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인 유재석과 조세호는 의대생의 이력에 감탄하며 방송을 이어 나갔습니다.

방송이 끝난 후 프로그램의 온라인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을 비판하는 글이 연달아 올라왔습니다. 누리꾼들은 “출연진 섭외가 부적절했다”며 항의했습니다. 서울대 의대생이 과학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 출신이라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과학영재학교는 과학·기술 분야 인재를 키우기 위해 정부에서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립 학교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국비를 지원받아 학교를 다니고 의대에 진학한 게 자랑이냐”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른바 ‘먹튀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지원금 회수 규정 생겼지만···“돌려주면 그만”

과학고등학교를 나와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은 매년 수십명 이상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4년간 영재학교를 나와 의대나 약대에 진학한 졸업생은 345명에 달합니다. 수년 전부터 “과학고에 입학하면 의대를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의대가 목표인 학생은 아예 받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교육계에서 나왔습니다. 

과학고에서도 교육계의 지적을 받아들여 신입생 모집 요강에 관련 규정을 추가했습니다. 경기과학고의 2021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 요강을 보면 의예·치의예·한의예·약학 계열로 지원하는 경우 불이익을 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의대 등에 지원하면 재학 중 받은 지원금을 돌려줘야 하고, 학교에서 추천서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불이익에 동의하는 경우 지원 자체는 가능합니다. 유퀴즈에 출연한 서울대 의대생은 이 규정이 생기기 전에 입학해 불이익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기과학고 신입생 모집요강과 과학고를 나와 의대 진학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달린 포털 답변. /경기과학고 제공, 네이버 지식in 캡처

장학금 회수 등 과학고에서 주는 불이익이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은 많지 않습니다. 의대에 진학하는 과학고 학생이 학교 측에 반환해야 하는 돈은 1500만~2000만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네티즌들은 “의대에 보낼 정도로 자식 교육을 하는 집안이라면 수업료라 생각하고 내고 말 금액”이라고 비판합니다. 포털 사이트 질의응답 게시판에 ‘과학고에 나와 의대에 갈 수 있냐’는 질문에는 ‘지원금을 뱉어야 하지만, 의대에 가서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생각하면 감당할 만한 액수’라는 답변이 달립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재학교와 과학고에서 의약학계열 지원자격 제한을 의무화하는 등 엄격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대 나와 로스쿨 진학···현직 경찰도 로스쿨 다녀

경찰대학교에서 국비 지원을 받고 졸업해 로스쿨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과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 조사 결과 2020년 로스쿨 신입생 가운데 59명이 경찰대 출신이었습니다. 2019년 입학생(27명)보다 2배 넘는 규모입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현직 경찰관으로 일하면서 로스쿨 수업을 듣는다고 합니다.

채널A 뉴스 유튜브 캡처

경찰대를 졸업하면 경위로 임관해 근무를 시작합니다. 로스쿨에 입학한 현직 경찰들은 낮에 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 근무지를 옮기거나 교대 근무를 할 수 있는 부서로 배치를 요청해 쉬는 날과 휴가를 활용해 학교에 다닙니다.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면 본청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몸값을 올려 로펌으로 이직하기도 합니다. 로스쿨 준비생 사이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려면 ‘스카이’(SKY·서울대, 연세대와 고려대)보다 경찰대를 가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옵니다. 지금은 입학 전형이 바뀌었지만, 현재 로스쿨에 재학 중인 경찰대 졸업생들이 받은 지원금은 1인당 1억원에 달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막은 군 조종사 이탈

공군에서는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복무하는 조종사들이 민항사로 자리를 옮겨 오랜 기간 심각한 인력난을 겪어왔습니다. 공군이 조종사 1명을 키우려고 쓰는 돈은 총 10억원에 달합니다. 일부 특수 기종 숙련 조종사 양성을 위해선 100억원이 넘는 돈을 씁니다.

공군은 전투기 조종사를 군에 붙잡아두기 위해 진급 보장, 비행수당 인상 등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매년 의무복무 기간 13~15년을 채운 소령급 조종사 60~80명씩 빠져나가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심신미약을 이유로 조기 전역을 신청하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KF-16 전투기에 탄 조종사.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대한민국공군 유튜브 캡처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하늘길이 끊기자 조종사를 찾는 민항사가 자취를 감춘 것입니다. 작년 5월 이후 전역을 신청한 임관 8~17년차 숙련급 조종사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공군 관계자는 “앞으로 2년까지는 인력 운용에 큰 문제가 없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민항사의 채용 규모가 원래대로 돌아가면 다시 인력난이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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