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2달 앞두고 가출했던 ‘5등급’ 고3,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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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덤’ 유원일 대표
자신의 경험 살려 창업
고소, 협박에 시달리기도
완강률 30% 강의 제공


‘온라인 강의 평균 완강률 95%’

온라인 교육 서비스 플랫폼 ‘베어유’의 성적이다. 국내 온라인 교육 평균 완강률이 4%인 것을 보면 눈에 띄는 성과다. 베어유는 금융, 취·창업, 라이프 등 다양한 분야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한다. 한 강의에 10분. 수강생이 최고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원하는 정보만 담아 보여준다. 베어유를 운영하는 ‘텐덤’ 유원일 대표는 “수강생들이 원하는 것만 담아 콘텐츠의 질을 높이고 학습 관리까지 해주자 완강률도 함께 올랐다”고 말한다. 2014년 대학생 때 시작한 프로젝트를 창업으로 키운 이야기를 유원일 대표에게 들어봤다.

유원일 대표. /jobsN

대학 가기 싫어 가출했던 청년

유원일 대표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자신을 ‘뺀질거리는 애’라고 말했다. 목표도 없었고 대학교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러다 보니 대학 입시는 다가오는데 뭘 해야 하는 지 하나도 몰랐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곳을 굳이 왜 가야 하나 싶었다.

“6월 모의고사 때 4등급, 9월에는 5등급이 나왔어요. 놀기만 했죠. 수능 두 달 남았을 때는 아버지께 크게 혼나고 3일 동안 집을 나갔어요. 집이 고려대학교 근처였는데, 낮에 캠퍼스에 가서 구경했습니다. 그곳에서 자유로운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 받았어요. 더 알아보니 복수전공, 편입, 동아리 활동 등 대학이라는 이름 뒤에 많은 게 숨겨져 있더군요. 원하는 공부를 하고 캠퍼스의 여유를 즐기는 대학생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때 정신을 차리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죠.”

눈떠서 잠들 때 까지 교과서를 베꼈다. 중학교 1학년 교과서부터 고등학교 3학년 교과서를 베끼니까 원리가 보였다. 남은 20일 동안은 갖고 있던 모든 문제집을 풀었다. 모의고사와 본 시험 통틀어서 가장 시험을 잘 봤다. 그렇게 건국대학교 동물생명학과에 입학했다. 1학년 때부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로 교육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제가 방황했던 걸 후배들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바로 교육 봉사를 시작했어요. 활동하면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일방적으로 공유하기보다는 쌍방향 소통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또 학습의 목적과 동기를 주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더군요. 더 많은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애드캠퍼스 웹사이트 캡처

실패 딛고 애드캠퍼스 시작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은 ‘애드캠퍼스’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2014년 대학내일 같은 잡지처럼 무가지로 시작했지만 실패했다. 팀은 뿔뿔이 흩어졌고 유원일 대표 혼자 남았다.

“실패했지만 이걸 꼭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혼자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이 궁금해할 콘텐츠를 뽑아 카드뉴스를 만들어 올렸죠. 이게 잘 됐습니다. 조회 수 100만회 이상을 기록하면서 다른 기업과 협업도 진행했어요. 이것을 IT와 결합해 서비스하면 많은 트래픽을 만들 수 있고 정보도 늘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혼자서 하면 하루에 리뷰 3건씩 밖에 못 만들어요. 그러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면 집단지성의 힘으로 더 유익하고 생생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겠다 싶어서 애드캠퍼스 앱을 만들었습니다.”

2016년 중순에 출시하자마자 수험생 및 대학생에게 큰 인기였다. 2016년 말 고교생 5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신뢰도 1위 앱으로 뽑혔다. 응답자 65.9%가 애드캠퍼스를 택했다. 2017년 1~2월에는 앱스토어 종합 순위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카메라 앱 ‘스노우’도 이긴 것이다. 또 당시 학교 리뷰는 물론 그동안 감춰왔던 학교의 어두운면도 드러났다. 흔히 말하는 선배들의 ‘똥군기’나 교수, 직원의 비리 등도 올라왔다. 당시 유원일 대표는 한 달에 한 번씩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고소를 하거나 내용증명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 비리 사건 중심에 있는 교수에게 전화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기는 많았지만 돈을 벌 줄 몰랐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이 떠나갔고 통장 잔고는 60만원이 전부였다. 폐업을 앞두고 있었는데 오기가 생겼다. 개인 대출 1억원 정도를 받았다. CTO를 섭외해 그동안 모은 데이터를 분석했다. 유저의 데이터를 분석하니 그들의 학벌이나 성향을 알 수가 있었다. 이를 통해 수험생 및 대학생 유저의 성향, 기질 등 개인 데이터 값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어유가 만든 온라인 강의. /베어유 제공

베어유로 재기, 완강률 30% 육박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수험생에게 필요한 것, 대학생에게 필요한 것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2019년 한 달 동안 비즈니스 모델 5개를 테스트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포함해 온라인 그룹 과외, 커머스, 마케팅, 프로필 서비스 등이었다. 그중 가장 가능성이 컸던 온라인 강의 서비스에 집중하기로 했고 그것이 ‘베어유’의 시작이었다.

“처음 온라인 강의 서비스를 하겠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대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학습 콘텐츠를 사냐’, ‘유튜브에 다 있는데 누가 결제해서 봐’ 라고 했죠. 그런데 저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온라인 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의 완강률을 보니 1% 이하였습니다. 또 국내 온라인 교육 평균 완강률이 4%였어요. 가격이 싼 것도 아닌데 완강률이 왜 낮은지 궁금해서 직접 결제해서 봤습니다. 이유가 명확하더군요. 기존 플랫폼은 세일즈에만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수강생들의 학습 목적과 동기를 일으켜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수강생에게 학습 동기를 확실하게 주는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배우고자 하는 분야의 고수가 어떤 식으로 공부하고 일하는지 궁금해 합니다. 그걸 따라 할 수 있는 자료, 비법 노트 등을 제공했습니다. 또 콘텐츠 질을 높였어요. 강의를 하다 보면 ‘음’, ‘어’ 등 강사의 말이 늘어질 때가 있습니다. 이걸 그대로 내보내더군요. 편집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만 줄여줘도 보는 사람은 훨씬 편해집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 완강률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2019년 와디즈 펀딩으로 베어유(bit.ly/39ONKfz)서비스를 시작했어요. 오픈 첫날 1시간 만에 펀딩액 2000만원을 모았습니다. 지금까지 크라우드 펀딩만 50회 정도 진행했고 모두 펀딩에 성공했죠. 베어유 내 온라인 강의 평균 완강률 20% 이상, 인기 강의 TOP10 완강률은 30%에 달했습니다.”

이미 국내 온라인 강의 평균 완강률(4%)을 훨씬 웃도는 수치였지만 유 대표는 이를 95%까지 끌어올렸다. 다른 플랫폼처럼 강의를 100% 수강하면 일정 수강료를 돌려주는 ‘수강료 환불제’와 같은 보상을 도입한 건 아니었다. 그들이 원하는 학습 환경을 만들어줬다. 학습 관리 모델 ‘빡공단’을 적용하자 완강률이 훌쩍 뛰었다. 베어유 수강생들은 ‘빡공단’이라는 네이버 카페에 강의 관련 질문이나 복습 자료, 출석 인증 등을 올린다. 관리자는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내용을 모두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은 서비스에 반영하기도 한다. 완강률뿐 아니라 매출도 함께 올랐다. 2019년 매출 4억원, 2020년은 11억 정도다. 투자를 한 번도 받지 않고 이룬 성과다.

베어유 수강 모습. /베어유 제공

60세 수강생도 있어…고객이 가장 큰 원동력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대학생의 새로운 니즈를 발견했다. 대학생의 취업 준비가 갈수록 빨라져 실무 관련 강의 구매율이 높았다. 파워포인트, 엑셀, 포토샵 등 대학생과 직장인에게 모두 필요한 실무 강의도 준비했다. 그중에서는 엑셀 강의(bit.ly/39ONKfz)가 인기가 많다. 강사도 엑셀에 능통한 현업자를 섭외했다. 엑셀의 많은 기능 중 실무에 가장 필요한 기능만 뽑아서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최근에는 주식 열풍을 타고 주식 관련 강의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고객에게 사랑받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언제가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유원일 대표는 “오늘이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창업 후 안 힘든 날이 없는 것 같아요. 아직도 빚이 있어요. 통장 잔고가 100만원도 안 됐을 때, 팀원이 모두 떠났을 때 등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많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사명감이 생겨서 포기할 수가 없어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라고 생각했고 좋은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고객이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한 번은 60대 고객이 강의를 수강하셨습니다. 처음엔 저희 부모님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그분이 ‘PPT를 배워보고 싶어서 등록했는데, 글씨도 크고 따라 하기 쉬웠다’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셨어요. 뿌듯하고 감사했죠.”

이런 유원일 대표의 목표는 학습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데이터를 통한 사용자 분석이 가능한 팀입니다.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바라는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싶어요. 대학생이나 직장인뿐 아니라 주부나 중장년층에게도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 겁니다. 이들이 교육을 통해 성장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또 아시아권 국가가 가진 교육 사상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글로벌 진출도 계획 중입니다.”

글 CCBB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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