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돌오돌 떨던 그들에게 롱패딩이…누군가 했더니

2125

백화점 주차 요원 영하 날씨에도 코트 입어
겨울철 극한 알바 중 하나
코트를 패딩으로 바꾼 사람

‘세차장, 행사 도우미, 주차 요원…’ 추운 겨울에 야외에서 일해야 해 매년 ‘겨울철 극한 아르바이트’로 뽑히는 일자리가 있다. 이중 주차요원은 영하의 날씨에도 코트만 입고 일해야 한다. 백화점 복장 규정이기 때문이다. 백화점마다 규정을 다르지만 2019년까지만 해도 한 백화점은 여성은 치마, 남성은 바지가 기본 복장이었다. 겨울에도 마찬가지다. 여성 주차요원은 코트에 치마, 남성 주차요원은 코트에 바지였다. 핫팩, 귀마개 등 방한 용품을 착용하고 있지만 코트 속으로 파고드는 찬 바람은 막을 수 없다.

또 큰 움직임 없이 같은 자리에 오래 서 있어야 해서 체감 온도는 더 내려간다. 바람이 많이 부는 층에 배정되면 일하는 내내 감기를 달고 살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백화점 주차장을 이용하는 고객은 겨울철 주차 요원을 보면서 “왜 두꺼운 옷을 안 입히는지 모르겠다”, “볼 때마다 안 쓰럽다” 등의 반응이었다.

주차요원으로 일해봤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패딩 못 입게 하고, 핫팩 던져주고, 2시간 서 있고 군대 근무 선 것보다 힘들었다. 롱코트 재질이 부직포라 안에 껴입으면 옷이 안 들어갔다. 본인 근무복이 정해져 있어 껴입는 게 거의 불가능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한 백화점 VIP 주차 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금 한파인데 코트 입고 일한다. 귀는 얼어서 너무 아프고 손과 발도 너무 시리다”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1월 중순, 보는 사람까지 안타까웠던 백화점 주차요원의 복장 규정이 바뀌었다. 주차요원도 얇은 코트가 아닌 롱패딩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어떻게 복장이 바뀔 수 있었을까.

겨울철 밖에서 일하는 주차요원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패딩은 격없어 보이니 코트 입으라고 하는 건가?

1월5일 네이트에는 ‘백화점 주차요원들 코트 입는 거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G 백화점에 방문했던 글쓴이는 “백화점 오시는 사모님들이 주차요원들 꼭 코트 입으라고 하나요? 아니면 VIP들이 패딩은 격 없어 보이니 코트 입으라고 하는건가요?”라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영하 8도의 날씨에 밖에 나와 있는 주차요원이 코트에 야광조끼를 입고 있었다. 입과 얼굴이 얼어서 안내하는데 말도 잘 못하더라”면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글쓴이는 또 다른 백화점에 방문했다. S 백화점에서도 똑같이 코트만 입고 있는 주차요원을 발견했다. 그는 “평소에는 눈여겨보지 않아서 몰랐다. 여기도 도로에 나와있는 주차요원이 코트를 입고 있더라”고 올렸다. 

글쓴이는 “그 청년들이 내 아들, 내 조카, 내 동생 같은 마음이라면 영하 날씨에 코트 입혀 길에 몇 시간씩 서 있게 하지 않을 것이다. 또 백화점 고객이 패딩을 격 없어 보인다고 싫어하고 코트를 입은 모습이 단정하다고 좋아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젊은 청년들의 건강과 인권을 생각하고 백화점 측에서 패딩을 입을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글쓴이의 사연 속 백화점, /서울 트립 워크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전화 걸어 문의했더니 결국…

글쓴이는 주차요원을 안타깝게 여겨 글을 올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직접 G 백화점에 전화를 걸었다. 글쓴이는 “다음날 주차 담당 직원에게 전화해 주차요원들 롱패딩 입게 해달라고, 오히려 추운 날씨에 코트 입고 있는 모습 보기 좋지 않다고 꼭 시정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S백화점에도 전화를 해 꼭 패딩을 입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G 백화점은 직원들이 따뜻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한다. 이후 G 백화점은 주차요원을 위한 롱패딩을 마련했다. S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글쓴이의 전화를 받고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면서 “8일부터 직원들이 롱패딩을 입고 근무할 예정”이라는 확답을 줬다고 한다. 실제로 글쓴이가 전화를 한 백화점 현장에서는 밖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롱패딩을 입고 근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부분이고 안타깝다는 생각만으로 끝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글쓴이는 행동으로 옮겼다. 그의 작은 행동이 변화를 이끌어 냈다. 이 일화가 인터넷에서 퍼지자 사람들은 “훈훈하다”, “생각도 못 했는데 글쓴이 덕분에 바뀌어서 다행이다”, “나도 우리 아들 생각나서 핫팩 건 냈는데 다음엔 항의 전화를 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글쓴이는 마지막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어른들이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저는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 조금이라도 지금보다는 변화된 세상이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영향력 끼칠 수 있는 어른들이 조금씩 고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세상은 변하고요 발전하는거 거든요.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고 잘못인 걸 모르고 목소리 내는 사람이 없었으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50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사회는 정치인이 바꾸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 CCBB 하늘

img-jobsn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