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뚜껑은 왜 주느냐”…결국 CJ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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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대와 요굴껑(요구르트 이중 뚜껑)은 반납합니다.”

소비자가 달라졌다. 단순히 마트에 가서 장을 보던 예전과 달리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외형이나 구성을 꼼꼼히 살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 보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 이제는 소비자가 식음료 기업에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줄이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2020년 9월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CJ제일제당 통조림 햄 ‘스팸’의 노란 뚜껑을 없애달라는 플라스틱 뚜껑 반납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반납 운동을 벌인 스팸의 노란 뚜껑. /스브스뉴스 유튜브 캡처

소비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가치 소비’와 ‘필(必)환경’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가치 소비란 브랜드 이미지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가치 판단을 토대로 물건을 사는 것을 말한다. 필환경엔 환경을 필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기업은 소비자들의 달라진 요구에 발맞춰 제품을 개선하거나 제조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2021년 설을 앞두고 과대포장의 대명사로 불렸던 명절 선물의 달라진 모습을 살펴봤다.

◇노란 뚜껑 없애 플라스틱 173톤 절감한 스팸

CJ제일제당은 2020년 추석부터 충격 완화용 노란 뚜껑을 없앤 스팸 선물 세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2021년 설 선물용으로 나온 제품 구성에서도 플라스틱 뚜껑이 빠졌다. ‘백설 고급유’ 세트에 들어간 제품은 모두 재활용이 쉬운 투명한 용기로 바꿨다. 또 페트병에서 잘 떨어지는 수분리성 라벨을 사용했다. CJ제일제당은 제품에 ‘투명한 용기, 수분리성 라벨, 플라스틱 사용량 94톤 절감’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회용 용기 사용이 늘자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이 급증했다. /엠빅뉴스 유튜브 캡처

제품 개선으로 CJ제일제당은 2020년 설 대비 플라스틱 총 사용량을 173톤 줄였다. 0.7g짜리 빨대 2억5000만개를 덜 쓰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282톤을 절감한 셈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올해 설에는 일부 종합 선물 세트에 뚜껑이 달린 스팸이 들어가지만, 추석부터는 모든 스팸 선물 세트에 뚜껑 없는 제품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친환경 포장 설계, 재생 가능한 소재 이용과 친환경 원료 사용을 기반으로 3R(Redesign, Recycle, Recover) 패키징 정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보냉백·아이스팩도 재활용···쇼핑백 재질도 바꿔

하림 계열사 선진도 1월 25일 친환경 가치소비에 초점을 맞춘 2021년 설 선물 세트 14종을 출시했다. 에어프라이어 제품 3종으로 구성한 에어라인 세트에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를 썼다. 보냉백은 캠핑을 가거나 장을 보러 갈 때 바구니로 쓸 수 있게 제작했다. 아이스팩 내용물은 폐기하는 대신 화분 영양제로 사용하면 된다.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시중 선물 세트의 과대포장 여부를 검사하기도 한다. /원주MBC NEWS 유튜브 캡처

쇼핑백과 선물 세트 케이스를 일체화한 제품도 등장했다. 애경산업은 1월 28일  쇼핑백 일체형 선물 세트 17만개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손잡이, 트레이와 케이스를 쉽게 분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기존 선물 세트 대비 트레이 공간 비율을 15%까지 낮춰 쓰레기양을 줄였다.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도 구성품 사이의 불필요한 간격을 줄여 플라스틱과 종이 사용량을 최소화했다. 카놀라유 등이 담긴 페트병은 투명한 용기로 바꿔 재활용하기 쉽게 했다. 김 선물 세트 쇼핑백은 부직포에서 종이로 바꿔 분리수거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 부직포 쇼핑백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재질을 바꿨다. 대상 관계자는 “앞으로 종이 쇼핑백을 다른 선물세트에도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동원F&B가 선보인 노 플라스틱 선물 세트. /동원TV 유튜브 캡처

◇선물 세트 바꿔 500ml 생수병 400만개 덜 쓰는 동원

동원F&B는 친환경 트렌드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동원은 2020년 추석 선물 세트를 출시하면서 플라스틱 트레이 무게를 평균 10% 줄였다. 소비자들의 호응이 이어지자 이번 설에는 ‘노 플라스틱’(No Plastic) 선물 세트 2종을 선보였다. 제품을 담는 트레이를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교체하고, 부직포 가방을 종이로 바꾸는 등 모든 포장재를 재활용할 수 있게 제작했다. 통조림 햄 리챔이 들어간 ‘리챔18호’도 스팸처럼 플라스틱 뚜껑을 없앴다. 

2020년 추석 때 동원은 선물 세트 포장재를 바꿔 플라스틱 42톤을 절감했다. 2021년 설에는 18톤을 더 줄였다. 선물 세트 제조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70톤을 절감했다. 이를 500ml 생수병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양으로 계산하면 400만개에 달하는 생수병을 덜 만드는 효과를 보는 것이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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