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런 게 필요했다” 중년들 열광시킨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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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대상 패션 중계 플랫폼 ‘푸미’
패션 돋보기로 시작해 중계 플랫폼으로 확장
코로나 위기 속에도 지난해 연매출 40억원 달성

“대학생 때 쥬얼리샵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한 번은 50대 후반의 신사분이 들어오셨어요. 물건을 다 둘러보시더니 ‘어딜 가도 젊은 사람들을 위한 악세서리 상품밖에 없다’고 한탄을 늘어놓으시는 거예요.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고, 자신을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은데 본인이 하기에는 나이에 맞지 않는 부담스러운 디자인들만 가득하다고 하셨죠. 또 돋보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돋보기를 쓸 때마다 마음이 서글퍼진다는 말씀을 남기시곤 떠나셨어요.”

노신사가 떠난 후 윤혜림(36) 대표의 고민이 시작됐다. 실제로 쥬얼리, 돋보기 상품을 찾아보니 패션, 멋과는 거리가 멀었다. 고민 끝에 자신의 전공인 금속공예를 살려 패션 돋보기(bit.ly/2MzKVHX)를 만들어봤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안경 형태의 돋보기가 아닌, 목걸이 형태였다. 동그란 모양의 펜던트를 만들었다. 언뜻 보면 투명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돋보기 렌즈가 들어 있는 펜던트였다. 그렇게 ‘푸미’의 첫 패션 돋보기가 탄생했다.

푸미 윤혜림 대표. /푸미

◇개인 사업으로 시작해 회사 형태로 확장해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짬짬이 만들기 시작한 돋보기는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다. 각종 공모전에 나가 상도 많이 받았고, 수상 특전으로 전시회를 열 기회도 얻었다. 전시회를 찾은 중년 여성들은 하나같이 ‘이런 상품이 정말 필요했다’며 찬사를 보냈다. 졸업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돋보기를 만들었고, 박물관과 아트샵 등에 제품을 입점시킬 수 있었다.

각종 공모전 수상 실적. /푸미

“처음 매장에 입점했을 때는 너무 기뻤어요. 박물관이나 아트샵 등에는 교수님들의 작품이 주로 모여있었는데, 제 작품도 같은 공간에 놓여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도 좋고, 자긍심이 컸죠. 그런데 제품이 하나씩 판매가 될 때마다 점점 힘들어졌습니다. 100%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에 제품이 하나 팔리면, 또 다른 제품을 하나 납품해야 했죠. 또 새로운 디자인은 없냐, 가격대도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 등 매장의 요구사항이 많아져 도저히 혼자서 작업하는 형태로는 지속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개인 작가가 아닌 회사 형태로 사업을 전환했다. 숙련도가 높은 전문가들이 있는 공장을 찾아 생산을 의뢰했다. 똑같이 수공예 과정이었지만, 10년 이상의 경력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보니 오히려 제품 퀄리티가 높아졌다. 대량 생산을 하기 때문에 생산비는 낮아졌고, 윤 대표는 제품 생산 대신 새 제품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다.

공모전 수상 특전으로 전시회에도 참가해 자신의 작품을 알렸다. /푸미

◇3000개가량 폐기한 끝에 적합한 렌즈 찾아

문제는 돋보기 렌즈였다.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돋보기 렌즈를 확보해야 했다. 좋은 렌즈를 찾기 위해 폐기한 렌즈만 2000~3000개에 달한다.

“처음에는 중국산 렌즈를 썼습니다. 그런데 만들어놓고 보니 렌즈를 둘러싼 금속 장식물들은 너무 고급스럽고 예쁜데, 렌즈가 태가 안 났어요. 또 중국산 렌즈는 초록빛을 띠고 있는데, 사용하다 보면 형광등이 렌즈에 하얗게 그대로 반사되면서 눈의 피로도가 증폭되는 문제도 있었죠.”

적당한 배율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처음에는 돋보기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무조건 배율이 높은 렌즈를 써봤다. 보통 2~3배율인 렌즈를 쓰는데, 배율을 6배까지 올린 것이다. 그랬더니 렌즈 테두리가 너무 두꺼워졌고, 글씨가 읽기 힘들 정도로 굴절률이 높아졌다. 사람들이 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시기였다.

제품 스케치 과정과 완성된 제품들. /푸미

“렌즈 제조사, 소재, 배율 등 수차례 시도한 끝에 현재의 렌즈를 찾았습니다. 현미경에 들어가는 유리 렌즈를 만드는 독일 공장의 제품인데요. 투명하고 깨끗할 뿐 아니라 망치로 치거나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렌즈입니다. 안경사분들이 ‘돋보기 렌즈로 쓰긴 아깝다’는 평을 내놓을 정도로 좋은 렌즈에요. 패션도 중요하지만, 돋보기라는 본연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 렌즈에 정말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렌즈만큼은 좋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서울에서 거절당한 뒤 지방 백화점 돌며 팝업 스토어 성공시켜

이후에는 발로 뛰면서 판로를 개척했다. 박물관, 기념품샵 등의 공지를 수시로 확인하면서 제품 입점을 신청했다. 하지만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확실한 제품 수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백화점 공략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 전국 방방곡곡의 백화점을 돌아다니면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고, 소비자들을 만났다. 온라인몰(bit.ly/2MzKVHX)도 열었다.

“사실 백화점 입점도 쉽지 않았어요. 신세계와 롯데, 현대 등 3사 반응이 똑같았는데, 제품은 신선하지만 기존 매출 실적 데이터가 없어서 고민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지방을 먼저 공략했습니다. 처음으로 대구백화점 프라자점에서 판매를 시작했고, 반응이 좋아서 서울에서도 팝업스토어를 열 수 있었죠.”

푸미 돋보기와 이를 착용하고 있는 시니어 모델들(위), 밀라노 패션 박람회에 출품된 이플루비 돋보기를 직접 외국인들이 사용해보고 있는 모습(아래). /푸미

-소비자들 반응도 궁금하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다들 신기해했어요. 사실 제가 시장조사를 해보니 예전 르네상스 시대 때도 비슷한 형태의 안경이 있었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만든 패션 돋보기가 완전 세상에 처음으로 튀어나온 제품은 아니었죠. 하지만 한국에서는 못 보던 제품이고, 또 현대 시대에 이르러서는 비슷한 제품이 없었기 때문에 신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신기해하면서 동시에 좋아해 주셨어요. 젊은 분들은 ‘이게 뭐지’, ‘이걸 왜 만들지’ 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중년분들은 정말 필요했던 제품이라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더 많았죠.”

◇편하고 쉬운 패션 플랫폼으로 만들고파

현재는 오프라인 사업을 접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었고, 패션 돋보기를 시작으로 더 많은 중년 대상 비즈니스를 펼치기 위해서다. 팝업 스토어를 하면서 돋보기 외에 스카프, 안경줄 등 악세서리류로 제품을 다양화했고, 나아가 중년 대상의 패션 중개 플랫폼을 만들어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지난해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패션 플랫폼 ‘푸미’(bit.ly/2MzKVHX)를 런칭했다. 온라인으로 전환을 서두른 덕분에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연매출 40억원을 달성했다.

“푸미는 중년분들이 좋아할 만한 상품을 모아 놓은 패션 중개 플랫폼이자 커뮤니티입니다. 제품을 살 수 있는 곳이면서 동시에 중년끼리 패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곳이에요. 자신과 비슷한 또래, 체형인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지 볼 수 있고, 서로를 응원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도 있죠. 출시한 지 약 3개월밖에 되지 않아 현재 이용자는 한 달 기준 약 1만명 정도입니다. 고객 연령대는 50대가 가장 많고, 60대도 20% 정도입니다.”

푸미

-웹과 앱 사용을 어려워하시지는 않나.

“주 고객층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같은 40대여도 스마트폰을 잘 이용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분도 있고 60대도 마찬가지거든요. 저희의 목표는 우선 웹과 앱에 쉽게 접근하실 수 있는 분들을 끌어오자는 것입니다. 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전화 주문 시스템도 도입했어요. 주말에도 항상 저희 직원이 대응하고 있고, 분기별로 한 번 정도는 카탈로그를 만들어 원하시는 분들께 발송합니다. 이처럼 편하게 푸미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체계를 계속 갖춰나가고 있어요.”

-목표는.

“중년분들이 물건 구매하실 때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사실 사이즈에요. 물건을 다 골라놨는데, 본인에 맞는 사이즈가 없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그런 불편함이 없는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고,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커머스와 커뮤니티 성격을 골고루 갖춘 플랫폼으로 푸미를 키워나가겠습니다.”

글 CCBB 라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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