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벌가 자제들은 경험 쌓으러 여길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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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벌가 자제들이 경영수업 코스로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 운용사나 벤처캐피털(VC·Venture Capital) 등을 선택해 투자 업계를 경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모펀드란 특정한 소수의 투자자를 모아 비공개적으로 주식과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하는 펀드를 뜻한다. 주로 기관투자자들이나 고액자산가들이 모집대상이다. 투자 대상이나 투자 비중 등에 제한이 없어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유롭게 투자해 운용할 수 있다. 또 신탁재산에 100%까지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 간 인수합병(M&A)에 있어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벤처캐피털은 장래성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해 주식투자 형태로 투자하는 전문 회사를 말한다. 

재벌가 자제들이 사모펀드 운용사나 벤처캐피털에서 경험을 쌓는 행보는 대학이나 유학 생활을 마치고 부모 소유 회사에 바로 입사하거나 지주사 및 계열사에 들어가 실무를 익히던 과거 모습과는 다르다. 최근 회사 경영에 있어서 인수합병(M&A), 신기술 투자, 신사업 발굴, 투자처 물색 등이 중요해지면서 오너 2세, 3세들이 경영 수업의 일환으로 투자업계에서 발을 내딛는다는 분석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선 한화에너지 글로벌전략 상무보./한화 제공, 조선DB

최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동선은 한화에너지의 글로벌전략 상무보로 복귀했다.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해 신성장전략팀장으로 일하던 중 2017년 초 술집 종업원 폭행 사건 등으로 퇴사한 지 4년 만이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김 상무보는 퇴사 후 다시 승마 선수로 활동했다. 2020년 초 승마선수를 은퇴해 다시 한화그룹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가 선택한 곳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였다. 

2006년에 세워진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국내 1세대 사모투자 전문회사다. 삼성전자 사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한 진대제 회장이 이끌고 있다. 스카이레이크는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정보통신기술) 관련 분야의 기업을 중심으로 신성장 분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회사다. 지금까지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인 넥서스칩스, 반도체 제조용 장비 개발·생산 업체인 한미반도체, 포털 사이트인 줌인터넷,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카페24 경영권이나 지분에 투자해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 이 밖에도 숙박 전문 플랫폼 야놀자, 레스토랑인 아웃백스테이크 하우스 코리아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작년 6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한 김동선 상무보는 인수합병(M&A), 밸류 업(기업가치 제고) 등 기업 경영 전반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좌), 곽정현 KG동부제철 부사장과 아내 배수빈 전 아나운서(우). /조선DB, JTBC 방송 캡처

작년 12월에는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장남인 곽정현 KG동부제철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곽정현 부사장은 앞서 사모펀드 운용사인 캑터스 프라이빗 에쿼티(PE·Private Equity)의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려 경영수업을 받고, 작년 4월 사임했다. 캑터스PE는 IMM인베스트먼트와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활약하던 정한설 대표가 2018년 독립해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신생 회사지만 규모 있는 기업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채권평가사인 한국자산평가,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1위 렌털 업체인 BS렌탈, 중고 명품 거래기업 필웨이 등을 사들였다. 곽정현 부사장은 사모펀드 운용사에 몸담으면서 기업 투자, 인수·합병 등 업무 능력을 익혔다. 실제로 이는 기업 안팎의 살림을 꾸리는 데에 큰 도움을 줬다. 대표적인 사례로 KG동부제철 인수건을 들 수 있다.

KG그룹은 2019년 8월 KG동부제철 인수에 성공하면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작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공시대상 기업집단 64개사를 지정했다. 이중 KG그룹이 신규 공시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KG그룹은 2019년 말 기준 자산총액 5조2560억원을 기록하면서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63위를 차지했다. 자산총액 5조원은 대기업으로 인정받는 하나의 지표다. 

1년 만에 KG그룹의 자산총액을 두 배 가까이 불려준 핵심 계열사는 곽정현 부사장이 몸담은 동부제철이었다. KG그룹은 2019년 동부제철 인수 후 그룹 전체 자산총액이 급격하게 늘었다. 실제로 KG그룹은 2019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당시 그룹 자산총액이 2조2337억원(2018년 말 재무제표 기준)에 그쳤었다.

KG그룹이 동부제철을 인수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곳은 곽정현 부사장이 일하던 PEF 운용사인 캑터스 프라이빗 에쿼티다. KG그룹과 컨소시엄(consortium·공동 목적을 위해 만든 협회나 조합)을 꾸려 동부제철 인수에 성공했다. 캑터스PE는 ‘캑터스스페셜시츄에이션제1호’라는 이름의 펀드로 동부제철 인수에 1600억원을 투입했고, 지분 31.98%를 확보했다. 나머지 인수 대금 2000억원은 KG이니시스, KG이티에스, KG모빌리언스 등 KG그룹 계열사에서 충당했다.

다우키움그룹의 창업주인 김익래 회장. /다우키움그룹

다우키움그룹의 창업주인 김익래 회장의 외아들 김동준씨도 2018년 벤처캐피탈 계열사인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경영 능력 키우기에 나섰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중소형 창업투자회사로 1999년 설립한 이후 500개 이상의 회사에 투자했다. 김동준 대표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회계학과 학사, 미국 코넬대학교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9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뒤 2014년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인 다우기술 사업기획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그룹에 합류했다. 2016년 다우기술 이사로 승진한 뒤 다우데이타 등을 거쳐 2018년 3월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를 맡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김동준 대표가 금융·투자 관련 일을 한 적은 없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 중 하나로 실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나선 거라고 분석했다. 김동준 대표는 지난 1월부터는 키움 프라이빗에쿼티(키움PE) 대표도 맡았다. 키움PE는 최근 동부고속을 약 1400억원에 매각해 3년 만에 500억원의 차익을 거둬 업계에 관심을 받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 /조선DB
2020년 전북 군산에 위치한 창업지원센터 ‘로컬라이즈 타운’을 방문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하면서 첫째 딸 최윤정씨, 둘째 딸 최민정씨. /로컬라이즈 군산 인스타그램

국내뿐 아니라 해외 투자 관련 업계에서 경력을 쌓는 오너2세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 최민정씨는 2019년 SK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에 입사했다.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재벌가 딸로는 이례적으로 2014년 해군 사관후보생에 지원해 화제였다. 소위로 임관한 후 2015년 1월 이순신함에 배치받아 함정 작전관을 보좌하는 전투 정보보좌관으로 근무했다. 또 소말리아 해역에서 국내 상선을 보호하는 청해부대 일원으로 6개월 동안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는 서해 최전방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는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정보통신관과 지휘통제실 상황장교로 근무했다. 2017년 전역한 후 그가 선택한 곳은 중국 톱10 투자회사인 홍이투자(Hony Capital)였다. 최민정은 글로벌 M&A팀에서 근무하다가 작년 퇴사했다. 그는 글로벌 투자 분석, 기업 인수 합병(M&A), 벤처 투자 등의 경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벌가 자제들이 경영수업을 위해 투자업계에 발을 딛는 것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운용사나 벤처캐피털에서 근무할 경우 신기술·신사업 투자, 펀드 자금 모집, 밸류업, 인수합병(M&A),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엑시트(투자금 회수) 등 경영 전반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 업계에서 관련 경험을 쌓으면서 본격적인 경영 승계 준비를 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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