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는 30명밖에 없는, ‘희귀 직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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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이 직업을 가진 여성은 5명에 불과하다. 남자를 포함해도 이 일을 하는 사람은 30명 정도다. 이 희귀한 직업은 바로 박제사다. 문화재 수리기능 자격증(박제 및 표본 제작공)을 따야 정식 박제사로 인정받는다. 자격증 소지자는 약 60명. 그 가운데 절반 정도가 박제사로 일하는 셈이다. 2015년부터 서울대공원 소속 공무원인 윤지나(33) 박제사는 그 드물다는 여성 박제사다. 각각 2016년, 2017년 자연사한 시베리아 호랑이 코아와 한울을 박제한 사람이 바로 그녀다. 오랜 작업 끝에 한울과 코아는 생전과 다름 없는 모습으로 2020년부터 대공원 방문객들과 만나고 있다.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 박제를 맡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전문가란 말이다.

왼쪽부터 호랑이 ‘한울’, ‘코아’ 그리고 윤지나씨./서울대공원 제공

-박제사는 어떤 일을 하는가

“박제사는 죽은 동물을 본래의 모습으로 되살립니다. 가죽으로 박제 표본을 만들고, 뼈로 골격표본을 제작하죠. 완성한 박제 동물은 전시와 연구, 학습자료로 활용합니다. 그래서 생동감이 중요합니다.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박제 전에 신체 수치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상처 없이 가죽을 벗기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또 구도나 채색 같은 미적인 측면도 중요합니다. 박제사는 동물의 사실감과 생동감을 표현하는 예술가이며 기술자입니다.”

-박제사를 선택한 이유는

“본래 전공이 미술이에요. 예술중학교, 예술고등학교 그리고 서울대 미대를 졸업했어요. 미술을 전공했지만, 동물을 좋아해 전공을 생물학으로 바꾸려고 했어요. 어릴 때부터 동물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친구들이랑 어울리는 것보다 동물들을 더 좋아한 것 같기도 해요. 진로를 고민하는 중에 미국 자연사박물관에서 곰, 순록 박제를 봤어요. 마치 예술작품 같았어요. 그때 박제사가 미술 재능을 살리면서 동물과 관련 있는 직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제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한국에서 박제사는 생소한 직업이에요. 박제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이나 서적이 없어요. 직접 부딪힐 수밖에 없었죠. 대학생 때 학교 프로그램으로 자연과학대와 수의대에서 동물학을 공부했어요. 자연대에서 동물 행동이나 심리를 배웠죠. 또 수의대에서는 해부학을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공부한 것은 작품을 생동감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어요.

처음으로 박제를 배운 곳은 인천 국립생물자원관이에요. 2011년 대학생 신분으로 국립생물자원관을 찾아가 박제를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당시 근무하셨던 유영남 박제사께서 일을 가르쳐주셨어요. 인턴이나 다름없었죠. 여기서 조류 박제를 배운 것이 자격증 시험에 도움이 됐어요. 문화재 수리기능 자격증(박제 및 표본 제작공) 시험은 필기와 실기가 있어요. 시험은 보통 실기에서 합격이 갈려요. 실기 시험에서 잉꼬 같은 작은 새 한 마리와 꿩 같은 큰 새 한 마리를 시간 내에 박제해요. 이 시험이 어려운 게 너무 조금 뽑아요. 일 년에 한두 명 합격해요. 그래서 한 번에 붙는 일이 거의 드물어요. 저는 세 번 만에 붙었어요.

포유류 박제는 자격증을 딴 후에 홀로 공부했어요. 해외 서적이나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찾아봤어요. 한국이 조류 박제가 발달했지만, 포유류는 부족해요. 해외 박제사한테 SNS 메시지를 보내 모르는 부분을 가르쳐달라고 했어요. 세계 박제사 대회에서 우승한 캔 워커씨가 흔쾌히 승낙했죠. 2017년 12월 캐나다에 가서 2주 동안 포유류 박제를 배웠어요. 그때 코요테(개과의 포유류)를 박제했어요. 한 발이나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는 어려운 자세로 만들었죠. 이때 배운 것이 코아와 한울이를 만들 때 도움됐어요. 요즘도 그와 연락하고 있어요. 일 년에 한 번씩 가는데 요새는 공동 작품을 만들어요. 나중에 박제대회에 함께 도전하려고요.”

-기억에 남는 작품은

한울./서울대공원 제공

“진짜 살아 있는 것처럼 당장이라도 움직일 것 같은 작품이 좋은 작품입니다. 살아있는 동물과 생김새가 비슷하고 해부학적 형태도 맞아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작년 초에 만든 호랑이인 ‘코아’와 ‘한울’이 기억에 남아요. 많은 사람이 실제 호랑이 같다고 놀랐거든요.

무엇보다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호랑이 두 마리를 복원하는 데 1년이 걸렸어요. 코아가 248cm, 한울이 224cm로 덩치가 커서 오래 걸렸어요. 생동감을 담기 위해 달리는 자세를 만들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한 발이나 두 발만 땅에 닿기 때문에 작업 내내 무게중심을 계산했어요. 보통 일주일 걸리는 사전 조사만 1~2개월 동안 했어요. 제작할 때 계속 목을 치켜들고 했더니 목 디스크에 걸렸어요. 또 같은 작업을 계속했더니 손목 통증도 나타났죠. 만들 때는 힘들었는데 훗날 교육 및 연구 자료로 쓴다고 생각하니까 뿌듯해요.”

-일하며 힘들었던 점은

“많은 사람이 박제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갖고 있어요. 이전에 박제 기사가 나갔을 때 어떤 사람들은 ‘잔인하다’, ‘죽어서도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악플을 남겼어요. 저도 누구보다 동물을 좋아하는데 오해를 받아 속상했어요. 과거에는 사냥꾼이 전리품으로 동물을 박제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하지만 박제사는 절대로 살아있는 생물을 죽이지 않습니다. 박제의 목적은 보존이에요. 멸종한 동물이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후대에 전하기 위해서예요. 후대의 사람은 박제 동물을 보면서 동물의 생김새를 알 수 있어요. 또 박제 동물에서 DNA를 추출해 연구도 가능해요. 여태까지는 화석으로 과거를 추정했지만 앞으로 박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해요.”

-연구로 이용한 사례는

“전남 목포 유달초등학교에 있는 박제 호랑이는 남한에 살았던 호랑이 유전자 표본이에요. 국립생물자원관은 박제 호랑이의 유전자를 분석했어요. 이 호랑이가 북한·시베리아에 거주하는 호랑이와 유전적 성격이 비슷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와 북한 그리고 시베리아에 생존하는 호랑이가 모두 같은 종이라는 사실을 알았죠. 또 서울대 수의대에서 호랑이 유전자 지도를 만드는데 이 박제 호랑이 유전자를 사용하고 있어요. 동물이 멸종한 후에도 박제 동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죠.”

-박제한 동물은 어디에 사용하나

박제된 새 부리./서울대공원 제공

“박제한 새의 부리를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어요. 새 부리 모양은 먹이와 관련 있어요. 먹이에 따라 맹금·지조, 곡식조, 물새·수조, 식충조, 섭금류로 나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매나 독수리 같은 맹금·지조는 육식성 조류예요. 먹이를 부리로 찢어 먹죠. 그래서 부리가 짧고 튼튼한 갈고리 모양이에요. 반면 두루미, 황새목, 도요목과 같은 섭금류는 땅속과 진흙, 습지 깊숙이 묻힌 작은 동물과 식물을 찾아 먹어요. 이들은 부리가 길고 구부러져 있어요. 새의 부리와 먹이 관계를 교육할 때 말이나 글로 설명하는 것보다 실제 박제 동물을 보여줘요. 그러면 학생들이 조금 더 쉽게 이해하죠.”

-직업병(습관)이 있는지.

키우는 고양이나 주변의 동물을 직접 관찰하고 만져봐요. 뼈의 위치나 근육 구조를 느끼죠. ‘코아’와 ‘한울’을 만들 때 퇴근 후 집에서 고양이 귀, 다리 관절이나 근육 모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확인했어요. 그리고 동물 사진을 쉽게 지나치지 못해요. 인터넷에서 본 사진 중에 참고할 수 있는 사진은 모두 저장해요. ‘동물 사진 저장 중독’이 된 것 같아요.

윤지나 박제사가 ‘한울’ 마네킹을 조각하고 있다./서울대공원 제공

◇박제 과정

  1. 동물이 죽으면 수의사가 부검한 뒤, 장기를 빼내고 냉동고(영하 25도)로 옮긴다.
  2. 박제 자세를 결정하고, 유토로 샘플을 제작한다.
  3. 일부 절개해 가죽에서 근육과 뼈를 뺀 나머지를 제거하고, 가죽에 화학 약품을 바른다.
  4. 마네킹을 조각한 뒤, 그 위에 가죽을 씌운다.
  5. 눈·코·입 등을 만든다.
  6. 바늘과 실로 절개 부위를 봉합한다.
  7. 2~3개월 건조한 뒤 변색한 부위를 색칠한다.

글 CCBB 이상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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