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명품 백화점에서 ‘아크네·발렌시아가’ 제치고 매출 1위 찍은 국내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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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본고장 유럽. 세계 패션업계를 주무르는 명품은 대부분 유럽 브랜드다. 그런데 최근 오래된 관행을 깨고,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국내 디자이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프랑스 유명 백화점에서 매출 1위를 찍는 것도, 해외 셀럽과 왕비가 선택하는 옷도 한국 브랜드다. 외국에서 주목받는 한국인 디자이너를 알아봤다. 

‘신명품’으로 떠오른 한국 브랜드

우영미(왼쪽 사진 가운데) 디자이너. /조선DB
남성복 브랜드 ‘우영미’ 매장. /조선DB
우영미 디자이너. /tvN

패션업계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서도 눈부신 성장을 이룬 국내 브랜드가 있다. 2020년 매출 540억원을 기록한 ‘우영미’. 우영미(62)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남성복 브랜드다. 우영미는 프랑스 명품 백화점 ‘봉 마르셰’ 남성관에서 아미·발렌시아가·아크네 등을 제치고 연매출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를 비롯해 전 세계 20개국에 45개 매장이 있다. 

우씨가 명품 디자이너 반열에 오르는 데는 20년 세월이 걸렸다. 성균관대 의상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 남성복 디자이너 최초로 프랑스에 진출했다. 대학 졸업 후 국내 대기업 패션 회사에 입사해 여성복을 만들기도 했지만, 패션 감각이 뛰어난 아버지를 보면서 남성복에 더 관심을 뒀다. 결국 퇴사하고 압구정동에 작은 공방 ‘솔리드 옴므’를 열고 남성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영미 디자이너와 그의 가족. /조선DB

그는 창업 초기부터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불어를 한 마디도 못 했지만, 2002년 43세의 나이에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그가 프랑스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현지 기자들이 ‘한국에도 디자이너가 있느냐’고 물을 정도로 척박한 환경이었다고 한다. 옷을 만들 공간도 마땅치 않아 숙소 한켠에서 재봉틀을 놓고 작업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에게 전환점이 찾아온 건 한 패션지에 기사가 실리면서. 패션 전문지 ‘르피가로’의 에디터는 그를 두고 “한국인 우영미가 신인인 줄 알고 갔더니 이미 프로였다. 왜 백화점에 그의 옷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썼다. 우씨는 이 말에 힘입어 ‘우영미 쇼룸’을 열기로 결심했다. 처음에 배정된 자리는 쇼룸 한 구석이었지만, 마니아층이 늘어나면서 전진 배치됐고, 나중엔 단독 매장을 열었다. 

패션 서바이벌 우승자 

김민주 디자이너. /넷플릭스
김민주 디자이너. /넷플릭스

“세계 어느 매장에서도 이런 옷은 찾을 수 없을 것”. 유명 디자이너 타미 힐피거가 2020년 넷플릭스 패션 서바이벌 프로그램 ‘넥스트 인 패션’에서 김민주(35)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보고 남긴 심사평이다. 당시 김씨는 전 세계에서 모인 18명의 쟁쟁한 디자이너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이후 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초에 1명씩 늘어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배우 서예지와 가수 레드벨벳·방탄소년단 등 국내외 유명 인사들이 그의 옷을 먼저 찾아 입을 정도다. 

배우 서예지(왼쪽 사진)와 해외 셀럽 알렉사 청이 김민주 디자이너의 옷을 입은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민주킴’을 6년째 운영 중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승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그도 대학 시절엔 ‘턱걸이 합격생’이었다고 한다. 삼성디자인교육원(SADI)을 3년간 다닌 그는 본격적으로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세계 3대 패션 학교로 꼽히는 벨기에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에 지원했다. 하지만 입학 시험 때 20점 만점에 11점을 받아 겨우 합격했다고 한다. 

그는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각오로 열심히 디자인을 공부했고, 그 결과 졸업 때는 20점 만점에 18점을 받아 1등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졸업 직후엔 패션 브랜드 ‘겐조’에서 입사 제안을 받았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거절했다. 

세계 첫 한국인 총괄 디자이너

석용배 신발 디자이너. /조선DB

석용배(48) 신발 디자이너는 한국인 최초로 글로벌 신발 브랜드의 수석 디자이너 자리에 올랐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토즈’에서 디자인 디렉터를 맡아 신발 디자인 전 과정을 총괄한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디에고 델라 발레 회장이 직접 나섰다고 한다. 발리, 돌체앤가바나 등 석씨가 가는 곳마다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왔고 회사 매출도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토즈에서 격식 있는 구두인 ‘슈즈’와 편한 ‘스니커즈’의 장점을 결합한 ‘슈커’(SHOEKER)라는 새로운 신발을 선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눈에 띄는 실력만큼 이력도 독특하다. 한성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그는 애초에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꿨다. 이후 이탈리아 유명 디자인스쿨 ‘에우로페오’(IED)에서 공부하고, 자동차 디자인 회사 ‘피닌파리나’에 입사해 페라리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그곳에서 승승장구하던 2002년, 스포츠 브랜드 휠라가 그에게 ‘패션디자인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했다. 그렇게 휠라에 들어가면서 신발 디자이너로서 인생 2막이 열렸다. 그는 한 매체 인터뷰에서 “한국식 입시 미술 교육 덕분에 혹독한 디자인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셀럽·왕비가 선택한 한국인 디자이너 

이밖에도 많은 한국인 디자이너가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유럽 패션 브랜드 ‘알타파우리’ 총괄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염미경 디자이너의 옷은 배우이자 영국 해리 왕자 부인인 매건 마클 왕자비, 레티시아 오티스 스페인 왕비, 샤를로트 카시라기 모나코 공주 등이 자주 찾아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에서 ‘미스 소희’라는 브랜드를 운영 중인 박소희(25) 디자이너는 졸업 작품이 해외 패션 잡지 표지에 실려 화제가 됐다. 카디 비, 마일리 사이러스 같은 해외 팝스타들도 박씨가 디자인한 옷을 자주 찾아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티시아 오티스 스페인 왕비(왼쪽 사진)와 배우 매건 마클이 염미경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박소희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입고 빌보드 화보를 찍은 가수 카디 비. /박소희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글 CCBB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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