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은 가라”…노인 전용만 있다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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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와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비대면이 일상이 됐습니다. 카페나 음식점,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직원이 있어도 사람이 아닌 키오스크(kiosk) 앞에서 음식을 주문합니다. 키오스크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무인 단말기입니다. 사람 몸집 만한 크기의 디지털 기기 화면을 몇 번 눌러 음식을 주문하고, 주문 번호에 맞춰 음식을 받아가면 끝입니다.

언뜻 보면 편리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키오스크를 쓰는 데 애를 먹습니다. 어르신이 오면 직원이 따로 키오스크 사용법을 설명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일부 고령층 고객은 아예 키오스크를 도입한 음식점 방문을 피하기도 합니다. 음식을 주문하는데 뒤로 손님이 줄을 서면 민폐를 끼칠까봐 부담스러워 마음까지 급해지기 때문입니다.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오영수. /넷플릭스 제공

◇노인 전용 ATM 만든 신한은행

최근 시니어 세대의 디지털 소외 현상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일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노인 전용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이 지난 11월 우리나라 시중은행 중 최초로 선보인 시니어 고객 맞춤형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그런 사례 중 하나입니다.

시니어 고객 맞춤형 ATM은 노인 고객 비율이 높은 점포에 비치하는 기기인데, 화면에 뜨는 문구를 멀리서 봐도 보일 정도로 화면 글자를 크게 키웠습니다. 서비스도 보다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입금·출금·송금·통장 정리 4가지 서비스가 한 화면에 뜨는 게 전부입니다. 한자로 쓰인 금융 용어는 한글로 바꿨습니다. 입금은 ‘돈 넣기’, 출금은 ‘돈 찾기’, 송금은 ‘돈 보내기’로 표시됩니다. 안내 음성 속도도 기존 ATM 기계의 70% 수준으로 느리게 만들었죠.

신한은행이 만든 노인 맞춤형 ATM. /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은 시니어 고객이 많이 찾는 서울 신림동 난곡지점 등 5개 영업점에 노인 전용 ATM을 우선 도입했습니다. 이혜련 신한은행 난곡지점장은 “맞춤 ATM을 도입하기 전에는 고령 고객에게 기기 사용법을 안내할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편하게 혼자 이용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은 ATM 말고도 시니어 고객 맞춤형 번호표 발행기·번호 표시기·디지털 키오스크 등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공주시가 마련한 노인 전용 놀이터도 호평

충남 공주시는 2020년 6월 우리나라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노인 전용 놀이터를 선보였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등 고령 인구가 많은 선진국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놀이터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데, 국내에선 어르신이 놀이터를 이용한다는 개념이 생소해 동네 근린공원에 있는 운동기구 몇 가지를 이용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공주시는 금성동에 있던 경로당 춘수정과 공원을 새로 단장해 노인 전용 운동공간과 정자·실내쉼터 등 휴식 공간, 경로식당 등을 갖춘 미나리공원 어르신 놀이터를 열었습니다. 미나리공원에서는 핀란드 랍셋사(社)가 만든 노인 전용 운동기구 14종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근력운동에 초점을 둔 일반 운동기구와 달리 노인들의 운동능력·인지능력·균형감각 향상을 위해 설계한 기구입니다.

미나리공원 노인 전용 놀이터를 이용 중인 어르신들. /공주시 제공

장병덕 공주시 경로장애인과 경로시설팀장은 “운동기구가 노인들에겐 생소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2~3번 전문 강사를 배치해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2022년부터는 노인 일자리를 통해 해당 인력을 배치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어르신 놀이터를 통해 노인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공주시는 1억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2022년 상반기 중 금흥동에 어르신 놀이터 2호점을 추가로 조성할 예정입니다.

◇고령친화상점 만든 시흥시

경기도 시흥시는 2020년 7월부터 고령친화상점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고령친화상점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정서적으로 불편을 겪는 노인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한 상점을 말하는데요, 현재 식당·약국·정육점 등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고령친화상점에 설치된 미끄럼방지매트와 의자. /시흥시 제공

고령친화상점은 출입구부터 다릅니다. 관절 문제로 계단을 오르내리기 어려워하거나 지팡이를 사용하는 노인들을 위해 단차를 제거한 발판과 미끄럼방지 매트를 깔았습니다. 노인들도 쉽게 볼 수 있게 큰 글씨로 쓴 차림표를 비치하고, 기다리는 시간에 휴식할 수 있는 의자와 지팡이 거치대도 마련했습니다. 

시흥시는 사업에 참여한 상점에 고령친화상점 인증 현판을 제공하고, 상점 운영에 필요한 물품도 지원합니다. 고령자 비율이 높은 마을을 중심으로 시행 중인 고령친화상점 조성 사업은 동네 주민 사이에서 인기라고 합니다. 박건호 시흥시 마을복지과장은 “어르신이 많이 사는 대야동과 신천동은 고령친화적인 정책 개발이 필수적인 곳”이라며 “앞으로도 어르신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관련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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