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한 대는 팔아야”…개그맨이 안마의자 회사 가서 뭐 하나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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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마의자 회사가 웬 개그맨을 뽑아? 2017년 안마의자 브랜드 ‘바디프랜드’는 이색 구인광고를 냈다. 개그맨부터 예술가, 운동선수까지 직종을 가리지 않고 특이한 경력을 가진 이들을 채용한다는 광고였다. 우연히 쓰레기를 버리려다 이 광고를 본 SBS 공채 개그맨 출신 이기수씨. 불안정한 방송 일에 회의를 느끼던 차에 안정적인 직장을 원했던 이씨는 바로 입사 지원을 했고, 지금은 회사의 라이브커머스 담당자로 1분에 안마의자 한 대씩을 팔아치우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내는 직원으로 성장했다. 

이기수 바디프랜드 과장. /바디프랜드

이씨는 10년 이상 개그를 하던 개그맨이었다.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 등에 출연했다. 오랜기간 개그를 하다 양복을 입고 출근한 그는 본인에게 맡길 업무가 분명하지 않자 자신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업무를 기획했다. 그렇게 내놓은 기획이 지금의 그를 안마의자 판매왕으로 이끌어준 ‘프랜드TV’였다.

그는 개그 콘티를 짜고, 연기를 했던 경력을 살려 방송용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연출했다. 대본도 본인이 썼다. 물론 처음부터 잘 풀리지는 않았다. 한 라이브커머스 사이트에서 방송을 진행했을 때 시청자가 고작 두 명인 적도 있었다. 6개월간 안마의자를 1대 밖에 팔지 못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령이 쌓이고, 이용자가 많은 네이버에서 라이브커머스 론칭을 한 뒤로는 두 달만에 회사의 온라인 판매 실적을 최고 5배나 끌어올리는 실력을 발휘했다. 한 번 방송에 최고 시청자 수가 11만명에 달하기도 한다. 그가 안마의자 판매 방송은 기존 예능 프로그램 못지 않은 재미를 선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21년 5월 네이버 쇼핑라이브를 통해 단일 방송에서 54대의 안마의자를 팔아 1억원어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뒤이은 10월 라이브방송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62대를 팔아 1억5000만원 상당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안마의자 방송 매출 가운데선 신기록이라 할 만한 좋은 성과였다. 그는 “개그맨 일과 연관된 일을 할 수 있어 직업 만족도가 높다”며 “앞으로도 기존 일과 결이 맞는 것들을 많이 시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의 사례처럼 재치있는 입담에 천연덕스러운 연기까지 가능한 개그맨들이 몇 해 전부터 TV홈쇼핑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인 이들이 문천식, 김지혜, 염경환 등이다.

홈쇼핑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개그맨 문천식. /MBC에브리원

MBC 공채 개그맨 출신인 문천식은 ‘홈쇼핑계의 거상’으로 불린다. 출연 때마다 매출 실적이 탁월해서다. 2004년 홈쇼핑PD의 권유로 업계에 발을 들인 그의 연봉은 정확히 공개된 바 없지만 쇼호스트 가운데선 최고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홈쇼핑 누적 매출액은 무려 5000억원 이상이다. 

그는 MBC에브리원 채널 ‘대한외국인’에 출연해 ‘1시간 동안 가장 많이 판매했던 적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진공청소기는 1시간 동안 17억원어치, 온수매트는 21억원어치를 판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홈쇼핑 방송도 트렌드가 있고, 이를 분석하면서 활동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에너지 넘치는 강호동의 진행 방식을 보고 따라했으나 지금은 유재석, 김용만처럼 생활밀착형 멘트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방식이 유행인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자신의 홈쇼핑 누적 매출액이 5000억원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는 개그맨 문천식(왼쪽 사진). 문씨가 판매 중인 상품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MBC에브리원, 문천식 인스타그램

그는 판매 실적이 좋은 이유에 대해선 “상품을 1주일 내내 공부하고 사용해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홈쇼핑에서 보여준 활약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홈쇼핑 방송 중인 개그맨 김지혜(왼쪽 사진)와 SNS에 홈쇼핑 출연 일정을 공개한 모습. /GS홈쇼핑, 김지혜 인스타그램

김지혜는 본인 스스로를 ‘홈쇼핑계의 유재석’으로 부를 정도로 홈쇼핑 업계에서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는 2018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성수기에는 주 5~10회 정도 방송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도 “하루에 홈쇼핑 프로그램을 세 번 진행했다”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가 홈쇼핑을 통해 올린 매출이나 홈쇼핑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에 대해선 공개된 적이 없다. 하지만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90평대 아파트가 그의 집으로 알려졌고, 라디오DJ를 하는 개그맨 남편보다 수입이 좋다고 한 점으로 미뤄볼 때 상당한 수입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홈쇼핑 매출을 올리는 노하우에 대해 “개그우먼 출신이라 멘트나 애드립을 요소요소 재미있게 잘 친다”며 “리액션도 좋고 웃긴 개그도 넣어주니까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홈쇼핑 업계에서 활약한 개그맨 염경환. /KBS 

개그맨 염경환은 한때 월 37회 홈쇼핑에 출연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그는 2018년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 출연해 “자동차 블랙박스를 한 시간만에 10억원어치 판매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매가 많을수록 출연료가 올라가느냐’는 질문에는 “판매한 만큼 출연료를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고정 출연료가 있었다”면서도 “대신 다음에 판매 의뢰가 많이 들어와 좋다”고 말했다.

이처럼 홈쇼핑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2019년 MBC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간장게장을 홈쇼핑에서 판매할 땐 게를 꽉 눌러 살이 삐죽 나오는 모습을 잘 보여줘야 매출이 잘 올라가고, 갈비를 판매할 땐 미리 뼈와 살을 분리해놓고 뼈를 살짝 건드려 뺀다음 ‘와, 그냥 빠질 정도로 연하다’는 걸 강조해야 한다”는 비법을 전하기도 했다. 깨끗한 화장실 청소 제품을 판매할 때는 “우와~ 이 변기가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이조 백자였지 않을까요?”라는 과장되고 웃긴 표현을 쓴다는 노하우를 전했다.

김익근씨가 TV홈쇼핑 방송에서 에어컨을 판매하고 있다. /CJ오쇼핑

MBC 특채 개그맨 출신 김익근씨는 2014년 CJ오쇼핑에 입사해 쇼호스트로 활동 중이다. 그는 2019년 봄 65분간 진행된 방송에서 에어컨을 30억원어치나 판매했다. 분당 판매 매출액은 4600만원이었다. 이 회사가 1995년 창립한 이후 에어컨 부문 최다 매출 기록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을 웃게 하는 일이 좋아 대학 시절부터 개그동아리 활동을 했고 개그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와요’, ‘개그 사냥’ 등에 출연했지만 진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는 개그맨 생활에 대해 “막상 일해 보니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며 “미리 짜놓은 대본으로 다른 사람을 웃기는 일이라 사실상 ‘연기’에 가까웠는데 난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말을 하고 진행하는 게 더 즐거워서 다른 직업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캐스터를 거쳐 쇼호스트 아카데미에서 정식 교육을 받은 뒤 CJ오쇼핑에 공채로 합격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개그맨들의 활약에 대해 “쇼호스트는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쌓기까지 시간이 필요한데 개그맨들의 경우에는 이미 알려진 터라 인지도에서 장점이 있다”라며 “여기에 재치있고 순발력있는 진행 능력까지 갖춰 개그맨 출신 쇼호스트들이 사랑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 CCBB 포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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