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으로 명품·금괴·별장까지…‘간 큰’ 이 남자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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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증권가에서는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가 단연 화제입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임플란트 전문 기업입니다. 연 매출 8000억원 수준으로, 전 세계에 법인 28곳을 두고 70여개 국가에 판매망을 갖춘 명실상부한 중견기업이죠.

2023년까지 세계 1위의 임플란트 업체로 우뚝 서겠다던 오스템은 2022년 1월3일 갑자기 주식 시장에서 거래정지를 당했습니다. 회사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잘 나가던 중견기업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MBN News 유튜브 캡처

◇직원 1명이 1800억원 빼돌려

모두가 임인년 새해 맞이에 한창이던 2021년 12월 31일,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금 관리를 맡았던 직원 이모(45) 재무팀장을 업무상 횡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씨가 빼돌린 것으로 추정되는 돈은 1880억원으로, 회사 자기자본 2047억원의 91.81%에 얼추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상장사에서 벌어진 횡령 사건 중 역대 가장 큰 금액입니다.

이 팀장은 회사 잔액 증명 시스템을 조작해 기업 자금을 빼돌렸다고 합니다. 은행이 매달 회사 자금 관리자에게 잔액 증명서를 보내는데, 이 팀장이 서류에 손을 대, 돈을 빼돌리고도 회사에 돈이 그대로 있는 것처럼 속였다는 게 오스템 측 설명입니다.

이씨는 회사에서 고소당하기 하루 전인 12월 30일 무단결근하고 잠적했습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아내 명의의 상가 건물에 숨어 지내다 엿새 만인 1월 5일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체포 당시 이씨는 본인의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고 합니다.

그가 빼돌린 1880억원은 어디로 갔을까요?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씨가 2021년 12월 한국금거래소에서 1kg짜리 금괴 851개를 산 사실을 확인하고 구매 경위와 소재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금괴 1kg 시세는 8000만원대입니다. 851개를 샀다면 구매가는 680억원에 달합니다.

경찰은 이씨가 자신의 횡령 혐의가 드러날 것을 예감하고 치밀하게 잠적을 준비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팀장이 잠적 직전 경기 파주 건물을 부인과 여동생, 처제 부부에게 1채씩 총 3채를 증여하는 등 주변 정리를 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이씨가 횡령한 돈을 여러 계좌에 나눠 송금한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 팀장이 2021년 10월 동진쎄미켐 지분 7.62%를 1430억원을 주고 매수한 슈퍼개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그해 11~12월 6차례에 걸쳐 이 주식을 매도해 수십억원 상당의 평가 손실을 냈습니다. 오스템의 재무팀장이 희대의 횡령 사건을 저지른 기간은 3개월에 불과합니다. 

주식 거래정지 이후 오스템이 내놓은 입장문. /오스템임플란트 홈페이지 캡처

◇회삿돈으로 호텔 전세내고 명품 소비로 탕진

회사의 자금을 관리하는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로 벌어진 대규모 횡령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이들은 본인이 윗사람의 감시 없이 회삿돈 전반을 관리하고 장부를 들여다 본다는 이유로 사문서를 조작하는 등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돈을 빼돌립니다.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은 횡령한 돈으로 금괴를 샀지만, 명품 구매나 도박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돈을 탕진하기도 합니다. 횡령 기간만 수십년에 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2019년 LG 계열 광고회사 HS애드의 모기업 지투알은 재무 담당 직원 임모(53)씨의 일탈 행위로 시끄러웠습니다. 임씨가 회삿돈을 빼돌리기 시작한 건 횡령이 들통나기 20년 전인 2000년입니다. 그는 회계 프로그램을 조작해 허위 부채를 만들고, 회삿돈으로 갚는 방식으로 500억원이 넘는 돈을 빼돌렸습니다. 2018년 HS애드 영업이익(160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임씨는 회사에 다니는 동안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 장기 투숙하면서 불법으로 취득한 돈을 흥청망청 썼습니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찾아간 그의 호텔 방에는 명품 옷과 신발 등이 담긴 상자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임씨는 횡령한 돈 대부분을 개인 사치와 유흥에 썼다고 합니다.

임씨는 2019년 5월 회사 감사 과정에서 횡령 사실이 드러나자 인천공항을 통해 홍콩으로 도주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출국 금지 조치를 당해 한 달간 숨어 지내다 부산의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붙잡혀 철창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자회사에 경영관리 용역을 제공하는 지투알은 횡령 사건에 책임을 지고 대한상사 중재원 판결에 따라 HS애드에 294억8975만원을 배상했습니다. 직원 1명의 일탈 행위로 자기자본 855억원의 35%에 해당하는 금액이 날아간 셈입니다.

◇횡령하고 일기장에 “두렵다”···22년 철창행

우리나라에선 사법부가 경제사범에 유난히 관대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법망을 빠져나가 화려한 말년을 보내는 건 아닙니다. 동아건설 박 부장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동아건설에서 자금부장으로 근무하던 박상두씨는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1898억원을 빼돌려 사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주식 투자와 경마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다 회삿돈까지 손을 댄 것입니다.

그는 시중은행에 근무하던 고등학교 선배를 끌어들여 허위계좌를 만들었고, 부하 직원과 입을 맞춰 운영자금 계좌에서 수백억원을 빼돌렸습니다. 돈을 빼돌린 사실을 감추기 위해 회사에 도로 입금한 금액을 제외하면 실제 그가 손에 쥔 돈은 974억원 정도였습니다.

박 부장이 경기도 양평에 샀던 별장(위 사진), 별장에 보관한 고급 양주(아래 사진). /조선DB

박씨는 빼돌린 돈으로 주식 투자에 150억원을 썼습니다. 경마에 200억원, 사설 카지노에서 250억원을 썼습니다. 강원랜드에서만 190억원을 탕진했습니다. 이곳에서 박씨는 ‘강남 박 회장’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그는 포커 판에도 손을 대 50억원을 날렸습니다.

2009년 7월 회사가 횡령 사실을 발견하자 그는 돌연 휴가를 내고 잠적했습니다. 잠적한 날 그는 일기장에 “언젠가는 문제가 될 거로 예상했지만, 조금 빨리 터져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솔직히 두렵다”라고 썼습니다. 회사는 박 부장을 경찰에 신고하고, 전 직원 휴가비를 걷어 현상금 3억원까지 마련했습니다. 3개월 추적 끝에 2009년 10월 박 부장이 체포됐습니다. 재판에서 징역 22년 6월형을 받고 그는 지금도 복역 중입니다. 그는 72세가 되는 해에 출소합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그가 경기도 이천 포도밭에 묻어놓은 3억원가량의 돈다발도 찾아냈습니다. 타인 명의로 산 주택들도 모두 발견했습니다. 

◇횡령한 돈으로 비트코인 사 385억원 수익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부는 요즘, 일본에서는 직원이 회삿돈을 빼돌려 비트코인에 투자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일본 보험사 소니라이프에 다니던 32살 직장인 레이 이시이는 2021년 5월 170억엔(약 1773억원)을 빼돌려 캘리포니아 실버게이트 은행 계좌로 보냈습니다. 그 돈으로 비트코인 3879개를 사들였다가 6개월 만에 행각이 들통나 체포됐습니다.

이시이가 구입한 비트코인이 미 연방수사국(FBI)에 압수될 당시 그가 산 코인의 가치는 2158억원 수준이었습니다. 만일 그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회삿돈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면 회사에 385억원 상당의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던 것입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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