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두면 돈복이?”…공짜에 ‘웃돈’ 붙는 기막힌 중고 달력

11

“이렇게까지 해서 은행 달력을 구해야 하나 싶었어요.”

2021년 12월 초 지방에 거주하는 A씨는 은행에서 찍는 달력을 구하기 위해 시중은행 지점 서너 군데를 돌았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은행은 VIP고객에게만 달력을 준다는 은행이었다. 그곳에서 A씨는 자신은 골드 고객이지만 이 지점에서 금융 상품들을 가입했으며 앞으로도 이 지점에서 상품을 가입하겠다는 약속까지 하고 어렵사리 달력을 구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은행 달력을 구해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다.

A씨가 은행 달력에 집착하는 까닭은 은행 달력의 디자인이 특별히 예쁘거나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투자 정보가 담겨서도 아니다. 그저 은행 달력을 집에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 때문이다. 더불어 오랜 세월 은행 달력을 해마다 걸어왔던 데다, 은행 말고는 신년이라고 달력을 나눠주는 곳도 딱히 없었다는 것도 은행 달력을 찾아 돌아다닌 이유 중 하나였다. 

은행 달력을 집에 걸어두면 돈이 들어온다는 속설은 말 그대로 유래 없는 속설일 뿐이다. 다만 돈이 많이 오가는 곳이니만큼 은행이 만든 달력이라면 특별한 기운(?)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암암리에 퍼진게 아니냐는 설명 정도나 가능하지 싶다.

은행은 연말만 되면 달력을 원하는 고객들의 문의로 몸살을 앓는다.(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조선DB

A씨처럼 은행 달력을 원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시중 은행들은 12월도 시작되기 전부터 ‘달력을 언제부터 주냐’는 고객들의 문의에 몸살을 앓는다. 하도 문의가 많아 일부 은행들은 지점 앞에 아예 달력 배부 시작 날짜를 적어두거나 준비한 달력이 모두 소진돼 재고가 없다는 내용을 공지로 써붙이기도 한다.

은행 달력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은행별로 300만~500만부 가량씩 찍어냈기에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방마다 이를 걸어놓는 집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모바일, PC 등 온라인 캘린더 사용이 크게 늘면서 발행 부수가 크게 줄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실제 B은행은 2022년도 달력 발행 부수를 1년전보다 30% 줄였다.

발행 부수는 줄었는데 달력을 원하는 이들은 많으니 1인당 받을 수 있는 달력 개수를 제한하거나 A씨 사례처럼 고객을 등급별로 나눠 달력을 나눠주는 등 달력을 받을 수 있는 기준 또한 까다로워진 모양이다. 

중고장터에 올라온 은행 달력./ 번개장터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웬만하면 포기하고 동네 문구점에서 아무 달력이나 하나 사지 않을까 싶지만, 속설을 속설로 치부하면 어디 그게 몇 십년 간 이어져온 속설이라 할 수 있을까. 은행 달력엔 이미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중고장터에서 1월 초인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한 부에 적게는 2000원에서 많게는 3만5000원까지 가격대도 다양하다. 평균적으로 탁상 달력은 5000원 내외에서, 벽걸이 달력은 1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1월 말부터 달력을 언제부터 나눠주냐는 문의가 많았다”며 “2020년과 2021년에는 특히 코로나로 어려움이 많았던 해라 그런지 사람들이 ‘돈이 들어온다’는 은행 달력을 더 많이 찾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사.(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계 없음)/ 온라인캡처

속설에 웃돈이 붙는 사례는 이사 시장에도 팽배하다. ‘손없는 날 이사를 하면 잘산다’는 속설에, 손 없는 날에 이사를 하면 그렇지 않은 날에 비해 20만원가량 웃돈을 주고 이사를 해야 한다. 성수기까지 겹치면 웃돈은 더 올라가기도 한다.

도대체 손 없는 날이 뭘까. 손 없는 날의 손은 사람의 손이 아니라 동서남북 4방위로 다니면서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는 악신 ‘손(損)’을 의미한다. 손 없는 날은 쉽게 말해 악귀가 없는 날이라는 뜻이다. 손 없는 날은 그래서 이사나 결혼, 개업 날짜를 정하는데도 많이 활용된다. 

손 없는 날은 통상 한 달 평균 5~7일 가량 있다. 만약 손 없는 날이 이사 수요가 몰리는 주말까지 겹치면 그날 이사비는 부르는 게 값이 되기도 한다. 이런 속설에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라면 오히려 이런 속설을 이용해 손 있는 날을 노려 이사를 하는 것도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하나의 팁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이사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글들을 살펴보면 일부러 손 있는 날에만 이사를 했다는 이들도 있다. 

재밌는 건 손 있는 날 이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의 대처법도 있다는 것이다. 이때는 이사 전 밥통이나 가스레인지 등 화기가 있는 물건을 이사할 집에 먼저 두고 나오기도 한다. 새 집에 들어갈 때 밥통, 가스레인지 등을 다른 가구나 전자제품보다 먼저 들이면 좋다는 미신을 이렇게 활용하는 것이다. 손 없는 날에 대한 속설 가운데는 ‘군인이나 경찰 등 칼을 다루는 직업의 경우에는 손 있는 날도 괜찮다’는 이야기도 있다.

쌍춘년에 결혼하면 잘 산다는 속설에 쌍춘년이었던 2006년에 결혼하는 예비 부부들이 많았다./ 픽사베이

손 없는 날 이사에 더해 쌍춘년에 결혼하면 잘 산다는 속설로 쌍춘년인 지난 2006년에 결혼한 이들은 다른 이들에 비해 결혼 비용이 더 들었을 수도 있다. 윤달이 껴서 입춘이 두 번인 해를 쌍춘년이라 하는데, 이때 결혼하면 잘 산다는 말에 당시 결혼식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꽤 몰렸다. 더군다나 그 다음해인 2007년이 황금돼지해인 정해년((丁亥年)이라, 이 해에 아기를 낳으면 아이도 좋다는 속설까지 더해지면서 2006년에 결혼해 아기를 가지려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결혼식장은 한정돼 있는데 결혼을 하려는 사람들은 워낙 많다 보니 예식장 잡는 일도 쉽지 않았다. 주말 예식장 예약이 모두 마감돼 울며 겨자먹기로 평일에 결혼식을 올리거나 한여름에 비지땀을 흘리며 예식을 올리는 사례도 있었다. ‘윤달에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무색할 정도로 한바탕 난리가 났던 한 해였다. 

당시 예식장들은 웨딩드레스를 식장에서 빌리지 않으면 아예 대관을 해주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웃돈을 부르는 등 배짱 장사를 하는 사례들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웨딩드레스 대여료가 식장 대관료와 맞먹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웨딩드레스를 미리 구입한 예비 부부에게 예식장이 “대여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대여료를 내야 식 진행이 가능하다”며 드레스 대여료 30만원을 막무가내로 요구해 입지도 않은 드레스 대여료를 낸 사례도 있다.

글 CCBB 포도당

img-jobsn
Advertisements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