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나 때)는 소개팅 성지였는데…” 문 닫는 1호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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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에서 1호점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브랜드가 첫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소비자 앞에 드러내는 ‘첫인상’인만큼 회사는 모든 역량을 쏟아붓죠. 프랜차이즈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1호점은 상징하는 바가 큽니다. 1호점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건 그동안 브랜드가 임대료, 매장 매출, 트렌드 변화에 있어 수많은 걸림돌을 잘 넘겨왔다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최근 문 닫는 ‘1호점’이 늘고 있습니다. 어쩌면 브랜드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소개팅 명소였던 KFC 국내 1호인 종로점이 최근 문을 닫았고, 유니클로·홈플러스·H&M 등이 줄줄이 셔터를 내렸습니다. 전국에 있는 가두매장을 전부 철수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상권의 몰락과 함께 막을 내린 매장들을 알아봤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등장한 KFC 국내 1호 종로점. /유튜브 채널 ‘tvN d ent’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소개팅 명소로 등장할만큼 사랑받았던 KFC 국내 1호 매장인 종로점. 1984년에 개점해 과거 종로 한복판의 ‘상권 1번지’에 들어섰던 이 매장이 2022년 1월 문을 닫았습니다. 입점한 건물이 낡아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들고, 수익이 잘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개점 당시에는 국내 1호점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신문에 기사가 실릴 정도로 화제였습니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종로3가역에서 가까워 유동인구가 많았고, 기업 사이에선 홍보 효과가 좋은 ‘안테나 매장’으로 통하기도 했죠. 

당시 종로는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프랜차이즈 1호점들의 전쟁터이기도 했습니다. 맥도날드를 비롯해 버거킹, 파파이스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국내 1호점들이 앞다퉈 들어섰죠. 수많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종로에 몰렸던 것은 당시 종로3가부터 종로2가까지 유학원과 어학원 등이 즐비해 새벽과 밤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대학생과 직장인들로 붐볐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채널 ‘MSG’

하지만 핫플레이스라는 명성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1990년대까지 황금기를 누리던 종로 상권은 2010년대에 들어 조금씩 힘이 빠지더니 코로나19라는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썰렁한 거리가 됐습니다. 방역수칙이 강화되고 직장인들의 재택근무가 시작되면서 인근 가게들의 매출도 줄어든 것이죠. 여기에 학원들도 최근 몇 년 사이 많이 문을 닫으면서 그나마 있던 학생 손님들의 발길마저 끊겼습니다. 

실제로 종로 젊음의 거리 초입의 한 건물 1층은 5년 넘게 공실 상태라고 합니다. 또 종각역에서 종로2가까지 대로변에는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 여파로 종로2가의 랜드마크였던 지오다노 매장과 커피 프랜차이즈 할리스 종로 본점도 2021년 간판을 내렸습니다. 1970년대 문을 열었던 종로의 명물 서울극장도 42년만에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2021년 3분기 종로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8.7%로 서울 전체 평균 공실률보다 높다고 합니다. 

/연합뉴스TV 캡처

‘K뷰티 성지’로 통하던 명동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명동의 공실률은 47.2%나 된다고 합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끊기고, 외국인 관광객이 자취를 감추면서 종로와 함께 명동 상권도 몰락하는 분위기죠. 매출에 타격이 생기자 국내 차 브랜드 ‘오설록’ 명동점은 2021년 12월31일 마지막 영업을 하고 폐점했습니다. 뷰티 편집숍인 세포라 명동점 2호점도 국내 진출한지 2년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유니클로의 간판 매장이었던 명동중앙점도 2021년 1월 문을 닫았고, H&M의 국내 1호점인 명동눈스퀘어점도 2020년 11월 폐점했습니다. 두 매장 모두 국내외 고객들이 많이 찾는 알짜 매장으로 통했지만,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죠. 명동의 에이랜드나 후아유, 게스 등 굵직한 패션 매장들도 모두 자취를 감춘지 오래입니다. 

문 닫은 1호점은 강남에도 있습니다. 유니클로의 국내 1호점인 잠실점은 16년만에 2021년 10월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이어 신세계 강남점에서도 셔터를 내렸습니다.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급감한 데다, 코로나19 상황까지 더해진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2021년 12월에는 롯데GRS가 운영하는 외식 브랜드인 빌라드샬롯 1호점인 롯데월드점이 폐점했죠. 2014년에 문을 연 이 매장은 롯데리아(1979년) 이후 롯데가 처음 만든 자체 외식 브랜드입니다. 개점 당시 신동빈 롯데 회장이 매장을 방문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또 가로수길에서 약속 장소로 꼽히던 커피스미스 1호점과 SPC그룹의 파리크라상 1호점도 2021년 7월, 8월 각각 문을 닫았습니다. 이밖에 2021년 12월에는 24년간 영업했던 홈플러스 1호점인 대구점이 간판을 내렸고, 앞서 그해 10월에는 서울에서 유일한 민간 단일점포 백화점으로 30년간 명맥을 이어온 태평백화점이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SBS 뉴스화면 캡처

주요 브랜드 1호점이 문을 닫는 데는 코로나19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됐고, 배달이나 온라인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반면 실제 매장을 찾는 사람들은 급격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지역 상권이 쇠퇴한 영향도 있습니다. 1호점은 말 그대로 첫 매장인만큼 전체 매장 중 가장 역사가 깁니다. 개점 당시에는 주요 상권이었는지는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상권이 변화되거나 위축되면 자연스레 매출에도 타격이 생기는 것이죠. 세월의 흐름 속에 건물이 낡아지고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서 기존 상권이 쇠퇴하는 겁니다. 예컨대 종로 일대가 빛을 잃으면서 주변 삼청동이나 익선동 등이 떠오른게 대표적입니다. 또 건물이 낡으면 유지와 보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1호점을 안고 가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상권들이 휘청이는 가운데 떠오르는 상권도 있습니다. SK텔레콤이 자사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지오비전’으로 분석한 결과, 2021년 12월 기준으로 압구정역 일대가 최고 상권으로 꼽협습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136억원, 월평균 4092억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압구정역 상권이 강남 상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은 2012년 상권 분석을 시작한 이래 최초입니다. 압구정역 다음으로는 청담역, 노원역, 고속터미널역, 신대방역 순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21년 매출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상위 5곳이 모두 주거 상권이라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집과 가까운 곳, 즉 주거지역의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글 CCBB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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