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내고 충전했는데, 잔액은 회사 잡수익?”…스타벅스의 ‘배신’

34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 정책이 논란입니다. 선불충전금은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미리 넣어두는 돈을 뜻하는데요, 스타벅스 고객들도 전용 카드에 몇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이 넘는 돈을 충전해 두고 커피를 마실 때 카드를 긁습니다.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을뿐 아니라 구매 실적을 쌓거나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고객이 선불충전금 제도를 이용합니다.

최근 스타벅스가 충전하고 사용하지 않은 선불충전금 잔액을 5년 뒤 자사 이익으로 귀속시킨다는 약관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 고객들이 깜빡 잊고 사용하지 않은 스타벅스 선불충전금 잔액이 30억원대에 달합니다. 매년 충전금의 5~6%가 남겨진다고 합니다.

미국 스타벅스를 한국으로 들여온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평소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타벅스 코리아 유튜브 캡처

스타벅스는 선불충전금을 우선 선수금으로 잡습니다. 선수금이란  주문받은 상품을 인도하기 전에 먼저 받는 돈을 말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2016년 스타벅스 선수금 규모는 500억원입니다. 선수금은 2016년 이후 매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7년엔 692억원, 2018년에는 941억원 규모였습니다. 2019년 1292억원으로 1000억원대에 접어들었고, 2020년에는 1801억원으로 급등했습니다.

선수금으로 잡혔던 선불충전금 수익은 5년 뒤 잡이익으로 귀속됩니다. 잡이익은 특별히 성정된 수익이나 이익계정 등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수익을 말합니다. 선불충전금 미사용 비율인 6%를 적용하면 2021년 잡이익은 30억원입니다. 선불충전금 규모가 늘어나면서 2025년에는 잡이익이 108억원으로 뜁니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아도 가만히 앉아 매년 수십억원을 쓸어모으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스타벅스는 선불충전금을 범용성 없는 금액형 상품권으로 규정합니다. 돈이 아닌 상품권으로 보는 것입니다. 물론 상품권이라고 다 사용 기한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타벅스처럼 선불충전금 제도를 두고 있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 등은 선불충전금에 유효기간이 없습니다. 금액형 상품권의 대표 격인 백화점 상품권도 사실상 무기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유효기간이 5년이라 적혀 있어도, 발행 일자를 적지 않아 언제든 쓸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무상으로 지급한 상품권에는 유효기간이 적용됩니다.

스타벅스는 약관에 이 같은 규정을 명시했습니다. 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제2장 스타벅스 카드 서비스의 제5조(목적별 이용)를 보면 선불 결제 수단에서 스타벅스 카드 잔액에 대한 고객 권리는 최종 충전일이나 최종 사용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제5조 (발행 등)에서도 스타벅스 카드는 최종 충전일 또는 최종 사용일로부터 5년 경과 시 사용이 불가하다는 규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면서수십페이지에 달하는 이용약관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소비자는 드뭅니다. 이때문에 본인이 카드에 충전해둔 금액이 곧 소멸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고객이 많습니다. 스타벅스가 꼼수를 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자사 선불충전금 제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을 보면 최종 충전일로부터 5년까지만 고객이 신유형 상품권의 미사용 부분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데요. 이 약관을 어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5년 이후 선수금을 잡이익으로 귀속시키는 게 불법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스타벅스가 공정위 표준약관을 자사에 유리하게 해석해 자체적인 규정을 만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저임금이 9160원이라고 9160원만 지급해야 하는 게 아닌 것처럼, 표준약관에 나온 5년은 최소 보장 기간이라는 설명입니다.

스타벅스의 선불금 자동 소멸 관련 규정. /스타벅스 카드 이용약관 캡처

◇남은 포인트 쓸어담던 카드사들

스타벅스의 선불충전금만 이런 게 아닙니다. 카드사들도 고객이 받은 포인트에 사용 기한(통상 5년)을 적용하고, 만료일이 지나면 카드사 수익으로 귀속시킵니다. 고객이 깜빡하고 쓰지 않은 포인트를 말 그대로 쓸어 담는 것입니다. 

신용카드 포인트라 해서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일 것 같지만, 2013년부터 2017년 상반기 사이 소멸된 신용카드 포인트만 6776억원 규모였습니다. 해마다 1300억원이 넘는 고객 포인트가 카드회사로 넘어간 셈입니다. 연간 소멸 포인트는 2017년 1151억원, 2018년 1024억원, 2019년 1017억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지만, 여전히 1000억원대입니다.

신용카드를 보유한 소비자는 여신금융협회 카드포인트 통합조회시스템이나 금융결제원에서 만든 어카운트인포 앱 등을 활용해 포인트 잔액을 현금화해 본인 계좌로 입금시킬 수 있습니다. 각 카드사에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한 번에 포인트를 정리할 수 있는데요, 고령층 같은 인터넷 취약계층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져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충전했는데 회사 없어지면?

제도 보완이 필요한 건 선불충전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용 편의성 덕분에 선불충전금 제도를 이용하는 고객은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2009년 스타벅스가 처음 선불카드를 선보였을 때 한 해 선수금은 21억원 모이는 데 그쳤습니다. 2019년 충전금은 1292억원입니다. 10년 만에 60배 넘게 성장한 것입니다.

선불충전금 제도를 이용하는 소비자 사이에선 “시장은 커지는데, 법적 보호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선불충전금을 넣어둔 서비스가 돌연 중단되거나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충전금을 그대로 날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전자상거래법을 보면 서비스 제공자는 충전금 외부예치 현황이나 운용내역을 공개할 의무가 없습니다. 업체가 선불금으로 비트코인이나 주식에 투자해도 이를 막을 법적 제도가 없다는 것입니다. 

서비스 제공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해 만일의 사태에서 소비자를 구제할 방법이 있지만,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2021년 10월 기준 스타벅스를 제외한 이디야·커피빈·폴바셋·할리스·공차 등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2021년 8월 일어난 머지포인트 사태도 선불충전금의 위험성을 보여줍니다. 머지포인트는 선불금을 내고 제휴 가맹점에서 돈을 쓰면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였습니다. 높은 할인율에 많은 고객이 몰렸지만, 사측이 쌓이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소비자의 충전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구속된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 /SBS 뉴스 유튜브 캡처

머지포인트 사태로 인한 고객과 가맹점 피해 규모는 1000억원 수준입니다.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를 운영하던 대표와 최고전략책임자 남매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글 CCBB 영조대왕

img-jobsn
Advertisements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