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줄고, 먹튀는 늘고”…시름 깊은 택시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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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두 명이 택시를 타고 이동한 뒤 돈을 내지 않아 물의를 일으켰다./ 보배드림 캡처

# 2022년 1일, 남자 중학생 두 명이 경기도 고양에서 택시를 타고 인천까지 이동한 뒤 택시비를 내지 않고 달아났다. 이들이 내지 않은 택시비는 4만원. 이들은 목적지에서 자신들을 기다리는 다른 일행이 택시 요금을 낼거라고 말했으나, 도착 후 그대로 도주했다가 최근 경찰에 잡혔다. 사건 당일 도망가는 승객들을 잡으려고 뒤쫓아가던 60대 택시기사는 넘어져 인대를 다치고 멍이 드는 2차 피해를 입었다.

# 2022년 2일 오전 2시30분쯤엔 경기도 광명역 부근 양지사거리에서 탑승한 한 승객이 목적지 도착 후 기사에게 택시비가 없어 가지고 나오겠으니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다. 기사가 소지품을 맡기고 가라고 했으나 이 승객은 지갑도 휴대전화도 없어 곤란하다고 말했다. 기사는 그럼 사진이라도 남기겠다고 했고, 손님도 이에 응했다. 이 손님은 심지어 마스크까지 내리며 자신있게 사진 촬영을 했다. 하지만 택시로 돌아오지 않았다. 

택시비를 가져오겠다고 했으나 그대로 달아난 택시 승객. /보배드림 캡처

피해 택시기사는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택시요금을 먹튀 당했네요’라는 게시글을 올려 억울한 감정을 털어 놓은 뒤 “(먹튀를 한 사람에게) 인생 그렇게 살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며 “(피해 금액이) 내게는 치킨 한두 마리 먹은 셈 칠 정도긴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심한 절망을 느낄 수 있는 큰 돈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앞서 2021년 12월에는 경기도 부천 소사역에서 탄 승객이 목적지인 안산에 도착한 뒤 돈을 내지 않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이 승객은 목적지에 도착한 후 헐레벌떡 택시에서 내리더니 유유히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승객은 창문을 열고 요금을 지불하라는 택시기사의 말에 집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가지고 내려오라고 말하겠다고 했으나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는 손님이 가장 몰리는 피크시간이었으나 택시기사는 경찰에 사건을 신고하느라 시간을 허비했고 결국 손님을 얼마 받지 못하고 그날 영업을 마쳐야만 했다.

수원에서 일산까지 택시를 탄 뒤 요금을 내지 않고 달아난 무임 승객. /유튜브 캡처

2021년 11월에는 젊은 여성 두 명이 경기도 수원에서 일산까지 택시를 타고 이동한 뒤 도망치는 일이 벌어졌다. 2시간 가량의 이동으로 이 여성들이 내야 할 택시 요금은 7만5350원에 달했다. 하지만 여성 한 명은 도착 후 그대로 문을 열고 달아났고, 또 다른 한 명은 카드를 찾는 척하다가 교통카드를 기사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이 교통카드는 충전되지 않은 카드였고, 카드를 내밀었던 여성도 그대로 친구를 따라 달아났다. 피해 기사는 유튜브에 ‘수원택시’라는 채널을 만들어 이날 찍힌 블랙박스 영상을 올리며 시민 제보를 요청했다. 이후 해당 여성들의 나이, 인스타그램 등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고 결국 이들은 경찰에 붙잡혔다.

택시비를 내지 않고 도망친 이른바 ‘택시 먹튀’ 사건이 최근 줄을 이으면서 택시기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택시를 운행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일이라지만, 먹튀 사건들이 심심치 않게 뉴스란을 계속 장식하는 것을 보면 마치 택시먹튀가 유행의 하나로 자리잡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지경이다. 택시비 먹튀뿐 아니다. 요즘 택시기사들이 갖가지 이유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택시./ 픽사베이

무엇보다 기사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다. 코로나는 2020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퍼졌다. 코로나 확산으로 거리에선 손님들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재택근무로 출퇴근 손님들이 급격히 줄어든 데다, ‘집콕’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식당, 술집의 영업시간이 줄어들어 심야시간대 태울 수 있었던 손님들이 확 줄어든 것도 택시 영업에 큰 타격을 안겼다. 

서울에서 영업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손님이 반으로 줄어들었다”며 “거리두기 완화 때 반짝 되살아났던 분위기도 다시 가라앉아서 요즘은 운좋게 장거리 손님이라도 태우지 않는 이상, 사납금 맞추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A씨같은 영업택시 기사들은 택시회사에 내야 하는 사납금을 맞추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운전대를 잡으며 씨름하고 있다. 

기사가 회사로부터 영업이 가능한 택시를 빌려 운행하는 댓가로 지불했던 사납금은 2020년 법적으로는 폐지됐지만, 실제로는 ‘월 기준금’, ‘성과급 산전을 위한 월 기준 운송수입금’ 등으로 이름을 바꿔 사실상 여전히 기사들이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금액이다.

코로나뿐 아니다. 각종 콜택시 플랫폼들이 생기고, 많은 승객들이 이를 이용하면서 기사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더 늘었다. 플랫폼을 통해 연결받은 손님들을 태워주고 나면, 플랫폼에 월 이용료 등의 방식으로 수수료를 떼줘야 하기 때문이다. 플랫폼 덕분에 손님들을 태울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적은 벌이에 수수료까지 주고 나면 남는게 많지 않다는 게 기사들의 의견이다.

더군다나 ‘안전속도 5030’ 정책이 2021년 4월부터 실시되면서 도심에선 속도를 낮춰 운행해야 한다는 점도 기사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일반 도로에서는 시속 50km 이하로, 이면 도로에서는 시속 30km 이하로 달려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전에는 시속 60km 이하만 유지하면 됐었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시간이 곧 돈인 택시기사들로선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택시 영업이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택시 업계에서 발을 빼는 기사들도 늘고 있다. 전국택시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 총 2만4000여명의 기사들이 운전대를 놓고 다른 길을 찾아나섰다. 사납금 부담이 없는 개인택시 기사들보다 법인택시 기사들 가운데서 상대적으로 그만두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택배나 배달대행, 대리운전 등으로 많이 이동했다고 하는데, 모두 다른 업종보다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으며 기존의 택시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일들이다.

택시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배달, 택배업 등으로 이직하는 기사들이 늘어났다./ 조선DB

특히 배달대행 업종은 택시와는 반대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택시기사들이 많이 뛰어든 업종이다. 한 번에 한 명 혹은 한 그룹의 손님만 태울 수 있는 택시와는 달리 배달은 여러 건을 묶어 처리해 수수료를 복수로 챙길 수 있고, 건수도 그만큼 많아 열심히만 움직이면 벌이도 나쁘지 않은 편으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간혹 일각에선 택시를 운행하면서 쉬는 시간에 배달대행을 짬짬이로 하는 이들도 있다고 하지만, 택시기사들은 택시를 하면서 투잡을 하는 건 사실상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하루 12시간씩 운전을 한다는 게 말이 쉽지 실제로는 굉장히 피곤한 일”이라며 “몇 푼 더 벌겠다고 잠 줄여가면서 하다가 깜빡 졸음 운전이라도 하게 되면 본인뿐 아니라 승객과 다른 사람들까지 다치게 할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투잡을 하다가도 나중에는 결국 하나만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한편 택시기사들을 더 허탈하게 만드는 택시 무임승차는 현행법상 경범죄에 해당해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계획적이고 상습적인 무임승차는 사기죄로 간주해 징역 10년 이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실제로 2020년 택시 무임승차로 재판에 넘겨진 한 40대 승객은 택시비 7만원을 내지 않아 실형을 선고 받았다.

글 CCBB 포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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