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 외치시더니…“아, 면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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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자제, 군면제 이유도 제각각
과체중에 없던 병까지…외국 국적으로도 면제돼

최근 ‘멸공’으로 이슈메이커로 떠오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병역 면제 이력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요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일 ‘멸공(滅共·공산주의나 공산주의자를 멸망시킴)’을 외치고 있는데요. 일각에서 “군대도 가지 않은 재벌가 자제가 멸공을 외치는 게 난센스”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고 해서 멸공을 논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 부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생긴 데는 재벌가 후손으로서 군 입대가 면제된 배경이 그리 개운치 않기 때문입니다.

정 부회장은 1990년 6월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았는데요. 체중 검사에서 몸무게가 104kg으로 나와 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정 부회장이 1987년 서울대에 입학할 당시 작성한 학생카드를 보면 키는 178cm, 몸무게는 79kg이었습니다. 그런데 3년 만에 25kg이 늘었습니다. 그의 신장을 기준으로 당시 면제 기준은 103kg였습니다. 단 1kg 차이로 입영 대상에서 빠진 것입니다. 면제 판정을 받기 위해 고의로 살을 찌웠다는 의혹이 면제 판정 당시에도 나왔습니다. “1kg만 감량해도 현역으로 입대할 수 있었는데, 사실상 편법을 쓴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세계그룹 뉴스룸 캡처

◇과체중·질병부터 병역회피 논란까지

사실 재벌가 중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이들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면제 사유는 질병·과체중이나 국적 문제 등 다양한데요. 가장 흔한 면제 사유는 질병입니다. 대한민국 재계 1위 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질병으로 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는 1990년 6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함께 신체검사를 받았는데요. 이때 병무청은 그에게 현역 입영 대상인 1급 판정을 내렸습니다. 원래 남들처럼 입대할 예정이었죠.

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1991년 11월 재검사를 요청했습니다. 재검에서는 입영 면제인 5급이 나왔습니다. 면제 사유는 허리디스크로 알려진 수핵탈출증이었습니다. 1년 6개월 만에 1급에서 5급으로 바뀐 겁니다. 

언뜻 보면 허리디스크 때문에 병무청에서 면제 판정을 받은 것 같지만, 이 부회장이 진단서를 뗀 병원 때문에 병역회피 의혹이 일었습니다. 그는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등을 운영하는 삼성의료원을 두고 안세병원이라는 작은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2006년 이 부회장의 병역에 관해 질문한 KBS 취재진에 삼성그룹 홍보팀은 “고려병원(현 강북삼성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정밀한 진단을 받기 위해 척추디스크 전문병원을 찾아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년 6개월 만에 등급이 떨어진 점에 대해서는 “국가대표 승마 선수로 활동하다 여러 차례 낙마 사고로 허리를 다쳤고, 이후 유학 준비 과정에서 통증이 심해져 수핵탈출증 진단을 받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승마선수 시절 이재용 부회장.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하지만 2008년 페업한 안세병원은 이 부회장이 진단서를 받은 1991년 당시엔 산부인과 전문병원이었습니다. 1999년부터 디스크 수술 전문병원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KBS 취재 결과 당시 안세병원은 디스크를 진단하기 위한 필수 장비인 CT(컴퓨터단층촬영) 기기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삼성그룹 홍보팀은 이 부회장의 병역기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부회장의 아버지 고(故)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이맹희·이창희 3형제도 군대를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군 면제 사유가 정신질환이었다는 추측만 나돌 뿐, 정확한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밖에도 질병으로 면제 판정을 받은 재벌가 자제들은 많습니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끄는 정의선 회장도 담낭(쓸개) 절제를 이유로 군대를 가지 않았습니다.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근시로, 이재현 CJ 회장과 그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 리더는 희귀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질환(CMT)으로 면제를 받았습니다. 신경계통 병인 CMT에 걸리면 손과 발의 근육이 점점 위축돼 힘이 약해지고, 손이나 발 모양이 변형되며 감각까지 잃을 수 있습니다.

◇국적 이용해 입대 피한 롯데 신동빈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일본과 한국 이중 국적 상태에서 1996년 한국 국적을 상실해 입대를 피했습니다. 그는 병역 의무 상한 연령인 만 41세를 넘은 뒤 다시 한국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언뜻 보면 병역기피로 보이지만, 국적을 상실한 이유가 병역 면탈이라는 걸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게 병무청 입장입니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씨는 일본 국적자입니다. 일본인이기 때문에 병역 의무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군 복무가 집안 전통인 한화

성별을 가리지 않고 군 복무를 하는 재벌가도 있습니다. 바로 방산기업으로 유명한 한화인데요. 한화는 공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는 게 집안 전통입니다. 김승연 회장을 비롯해 동생 김호연 빙그레 회장, 누나 김영혜씨 모두 공군 장교 출신입니다.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 사장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부사장)도 모두 공군 학사장교로 임관해 중위로 전역했습니다. 승마 선수였던 3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는 2006년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공으로 예술체육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다했죠.

해군 장교 임관 당시 최민정씨. /조선일보 유튜브 캡처

◇최태원 회장, 과체중으로 면제 받았지만…

최태원 SK 회장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처럼 과체중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둘째 딸인 최민정씨는 해군 장교 출신입니다.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를 나온 뒤 2014년 해군사관후보생(OCS) 117기로 임관했는데요. 복무 중 청해부대 제19진 소속으로 소말리아 해역에 파병까지 다녀왔습니다. 재벌가 회장 딸의 장교 복무 사실은 당시 큰 화제였습니다. 과체중으로 면제를 받은 아버지의 이미지를 딸이 회복시켜줬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2015년 여름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 전역을 미룬 장병 60여명을 이듬해 특별채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들이 보여준 열정과 패기는 대한민국 미래와 경제 발전에 가장 중요한 DNA가 될 것”이라며 전역 연기 장병들을 대상으로 특별채용 설명회를 열고 취업 면담을 했습니다. 전역 후 복학 예정이던 일부를 제외하고 희망자 모두 SK 계열사에 취업했고, 복학 예정자도 졸업 후 취업을 보장받았다고 합니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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