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은 동전으로 줘야 제맛?”…9만개 ‘동전 테러’ 나쁜 사장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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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직원이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해 노동부에 신고하자 이에 화가 난 회사 사장이 체불임금을 9만개의 동전으로 지급한 ‘나쁜 사장님’ 사연이 뒤늦게 화제가 됐습니다. 

사건은 2021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졌습니다. 미국 노동부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조지아주 피치트리시티의 한 자동차 정비 업체에 다니던 안드레아스 플래튼은 사장 마일스 워커와 사이가 좋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고 나왔습니다. 

퇴사 후 그는 3개월이 지나도록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해 체불 사실을 노동부에 신고했습니다. 그가 받지 못한 임금은 915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110만원 수준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가 회사를 신고한 건 아닙니다. 회사에 밀린 월급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당신이 퇴사하는 바람에 회사에 손해가 크다”는 비난이었습니다.

플래튼이 동전으로 받은 월급. 이마저도 기름으로 범벅이 돼 있다./ 올리비아 옥슬리 인스타그램

워커는 플래튼의 신고 사실을 알고서 보복을 하기로 합니다. 그는 1센트(약 12원)짜리 동전이 많은 걸 보고 이걸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915달러어치에 해당하는 1센트 동전 9만1500개를 가지고 플래튼의 집을 찾아간 뒤 집 앞에 동전 더미를 쌓아놨습니다. 심지어 이 동전들은 차량용 오일로 버무린 동전이었죠. 급여 명세서를 넣은 봉투에는 ‘X 먹어라’는 욕설을 적어 함께 내버리고 갔습니다.

이 사연은 플래튼의 여자친구 올리비아 옥슬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워커는 당시 지역 방송과 인터뷰에서 “동전으로 월급을 줬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며 “체불임금을 지급했다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느냐”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플래튼은 오일 범벅인 동전을 하나하나 닦으라 7시간을 허비했다고 전해졌습니다.

노동부는 워커를 연방 공정근로기준법상 금지된 보복 행위로 간주하고 그를 고발했습니다. 노동부는 이 과정에서 그가 다른 직원들의 초과근무 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밀린 수당과 손해배상금 3만6971달러를 내라고 요구하기도 했죠. 플래튼은 NYT 인터뷰에서 “정의가 실현된 것을 보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습니다.

플래튼이 퇴사하게 된 전후사정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오일로 범벅이 된 동전으로 월급을 받았다면 누구든 기분이 좋을 리 없다는 것이죠. 사장도 이런 점을 노려 오일 동전 테러를 했을 테고요.

◇백화점 퇴사 직원에 50kg 동전으로 임금 지급 

한 백화점 직원이 퇴사하며 월급으로 받은 동전 자루들./ 온라인 캡처 

우리나라에선 플래튼의 사례처럼 지독한 일은 아직 없었습니다. 다만 동전으로 임금을 지급한 사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7년 한 백화점 직원이 퇴사를 하면서 월급을 100원짜리와 10원짜리 동전으로 받았던 일입니다. 4개 자루에 담긴 동전들의 무게는 모두 50kg에 달했다고 합니다. “갑자기 일을 그만두겠으니 밀린 월급을 달라”는 직원이 마땅치 않았던 업주가 벌인 일이었죠. 

2016년에는 경남 창녕군의 한 공사장에서 일하던 우즈베키스탄 출신 A씨 등 노동자 4명이 밀린 월급 440만원을 요구하자 건축 업자가 이들에게 모두 동전으로 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는 100원짜리와 500원짜리 총 2만2802개 동전으로 임금을 지불했습니다. 심지어 자루에 담아준 것도 아니고 동전들을 모두 사무실 바닥에 쏟아 한 데 뒤섞이게 한 뒤 가져가라고 한 걸로 알려졌죠. 오일만 바르지 않았지, 워커 사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2015년에는 울산의 한 술집에서 일하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주인에게 밀린 월급을 달라고 요구하자 총 32만원 가운데 22만원은 계좌이체로, 나머지 10만원은 동전으로 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애교’로 봐야 할까요?

2020년에는 경북 포항에서 한 업주가 새벽에 문자로 사직 의사를 밝힌 직원에게 동전으로 임금을 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업주는 건강상의 이유로 더이상 식당에 나오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직원에게 월급을 직접 주겠다며 식당으로 불러냈습니다. 그리고선 100원짜리와 500원짜리 동전이 가득 든 자루를 내밀었습니다. 자루 안에는 130만원어치의 동전이 들어있었다니 무게가 상당했겠죠. 직원은 일단 자루를 받긴 했으나 결국 식당을 다시 찾아가 업주에게 돌려주고, 고용노동부에 이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동전으로 임금 준 고용주는 처벌할 수 있을까?

잊을만 하면 나오는 동전으로 월급을 주는 일은 법적으로는 괜찮은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로계약서가 확실하게 존재하는 경우에는 벌금에 처하도록 노력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고용주가 강력한 처벌을 받는 결말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동전. /픽사베이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은 통화로 직접 지불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통화 자체로 지급됐다는 사실이지, 이것이 지폐냐 동전이냐는 가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조항만 고려하면 사실상 업주가 매달 동전으로 월급을 줘도 근로자 입장에선 대항할 방법이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근로계약서상 기재된 ‘임금 지급’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회사는 근로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임금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와 이를 어떻게 계산하고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지를 서면으로 명시해야 합니다. 일반적이라면 직원이 회사에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급여 계좌를 통해 월급을 받죠.

매달 이런 식으로 월급을 받다가 어느날 갑자기 동전으로 임금을 받게 됐다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계약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사가 근로자의 동의없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근로계약서 상의 내용을 변경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마음대로 지급 방식을 변경한 것이니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조항을 위반하면 회사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물론 고용주 입장에선 억울한 점도 있을 겁니다. 대체 인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이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에 화도 날 수 있을 겁니다. 제대로 된 설명이나 사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 정도는 더 심할 것이고요. 근로자도 이런 부분을 이해한다면 사직에 앞서 회사와 충분한 대화를 시도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동전으로 테러를 하거나 당하는 일은 이전에 비해 보다 줄어들지 않을까요. 

글 CCBB 포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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