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아서 만들었더니…” 300억 투자유치에 상장도 ‘코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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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섭 악어디지털 대표
AI 기술로 디지털 문서변환 새 틀 열어

시큐어소프트, 안랩, 네이버 등에서 개발자로 10여년을 보냈다. 일본에서 일하게 되면서는 한국에서 읽던 책을 스캔해 디지털 문서로 만들고 싶었다. 문제는 한 장 한 장 스캔하는 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대량의 문서를 빠르고 정확하게 스캔할 수 없을까? 이 짧은 생각이 창업의 시작점이었다.

목 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직접 나섰다. 종이 문서로 디지털 문서로 바꿔주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했다. 단순히 종이를 스캔해 이미지 파일로 만드는 게 아니다. 문자를 인식하고, 인식한 문자를 문맥에 맞게 읽어낸다. 이를 검색·열람할 수 있도록 텍스트로도 바꿔준다. 참 편해진 문서 작업 환경을 만든 AI 스타트업 악어디지털의 김용섭(44) 대표를 만났다.

악어디지털 김용섭 대표. /악어디지털

대학에서 경영정보학을 전공한 김용섭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책을 보고 독학해 프로그램을 만들곤 했다. 프로그램 개발을 취미로 하다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한 빌게이츠, 안랩(AhnLab)을 세운 안철수를 보면서 창업에 관심이 생겼고, 대학교 4학년 때 휴학 후 직접 창업에 나섰다. 

“당시 불법 소프트웨어가 만연하던 때였어요. 기업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관리해주는 PMS(프로그램매니지먼트시스템)를 개발했습니다. 사업 과정이 쉽진 않았어요. 수요는 꾸준히 있었지만, 사업이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서비스다 보니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대형 경쟁 회사를 상대하는 게 어려웠죠. 2년여간 운영하다가 결국 사업을 접었습니다. 그래도 창업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게 많았어요.”

이후 국내의 내로라하는 회사에서 개발자로 12년간 일했다. 대학 졸업 후 2002년에는 보안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시큐어소프트에 입사해 PKI(Public Key Infrastructure·공개키 기반구조) 솔루션을 개발했다. 2005년에는 정보 보안 기업 안랩(AhnLab)으로 자리를 옮겼다.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게임보안 솔루션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2007년 네이버로 이직해 일본 주재원 보안 개발자로 일했다.

“2년여간 네이버 일본 주재원으로 지냈어요. 한국에서 좋아하던 책을 일본에서도 보려고 책을 한 장씩 스캔해 이미지 스캔본을 만들었어요. 종이를 일일이 스캔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라고요. 이렇게 번거로운 작업을 누군가 대신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악어디지털’의 출발점이었습니다. 

2014년 창업 후 종잣돈으로 스캐너 1억원어치를 샀어요. 처음엔 문서를 스캔해 이미지로 변환해주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했어요. 그러던 중 일본의 종이 문화를 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스마트폰 하나면 거의 모든 게 가능한 시대지만 일본은 아직도 수기식 문서와 도장을 이용해 업무처리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문서를 디지털화하는 것도 일이에요. 중요한 내용이 담긴 문서의 경우 해당 서류를 스캔해 보관해주는 서비스만 따로 있을 정도예요. 방대한 문서 중 중요한 정보만 찾아내 이미지화하는 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선 문자 인식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로 2016년 중소기업청 기술창업 지원사업(TIPS)에 선정됐고, 외부 투자도 받아 12억원의 기술개발(R&D)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그때부터 문자를 인식하는 AI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3년여간의 개발 끝에 AI 광학 문자판독(OCR) 엔진 ‘KANDA’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악어디지털의 디지털 센터. /악어디지털

AI 엔진인 ‘KANDA’에 수기 데이터를 학습 시켜 AI가 문자를 인식·추론하게 했다. 인식률이 낮은 데이터는 사람이 다시 교정해주는 학습 과정을 반복해 정확도를 높였다. KANDA는 자동으로 문서에 있는 문자를 인식하고, 인식한 정보를 자연어(일상 언어) 맥락에 맞게 교정한다. 그래서 ‘ㅎ’을 ‘ㄹ’처럼 흘려 쓴 글씨나 ‘ㅁ’을 ‘ㅇ’과 비슷하게 쓴 글씨도 문맥에 맞게 읽어낸다. 필기체도 알아본다. 원본 수기 문서의 맞춤법이 틀렸다면 이를 자동으로 고친 후 수정한 디지털 문서를 만들어낸다. 종이 문서 보관 과정에서 구겨졌거나 접힌 문서도 디지털 문서로 변환할 수 있다. 매출전표처럼 표와 글씨가 겹쳐 있는 문서도 쉽게 문자를 인식한다. KANDA의 문자 인식 정확도는 98%에 달한다.

KANDA는 한글 필기체 문자 약 600만자, 일본어 필기체 문자 약 120만자를 학습했다. 하루 최대 문서 100만장을 처리할 수 있다. 2021년에는 한 달에 최대 300만건, 1년간 1억건 이상의 종이 문서를 디지털 문서로 변환했다. 작업 시간은 서버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문서 한 장당 3~6초 정도 걸린다. 

“2018년 경기도 용인에 3305㎡(1000평)짜리 데이터 센터를 세웠습니다. 철저하게 보안을 완비한 시설로 대량의 문서를 전자화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습니다. 문서가 전자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변조,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물리적 보안 시설과 타임스탬프, 전자서명 등의 보안 기능을 지원합니다. 

정부가 2019년 ‘전자 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전자문서가 종이 문서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면서 서비스 수요가 늘었습니다. 주요 고객사는 대통령기록관, 국가기록원,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자동차, 한화 솔루션 450여 곳에 달합니다. 세무·회계회사, 보험회사를 포함해 환자 차트 등을 종이 문서로 보관해온 병원 등도 있어요.

회사는 서류 수거부터 스캔, 전자화, 원본 보관· 파기까지 디지털 문서 전환 과정에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은 해당 업계에서 저희가 유일합니다. 스타트업이지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주 고객인 이유가 여기 있다고 봅니다.” 

악어디지털의 디지털센터 모습. /악어디지털

악어디지털의 2021년 매출은 약 41억원이다. 2019년 매출은 15억원 정도였다. 최근 사업성을 인정 받아 2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유치액은 총 300억원이다. 최근엔 세계 최대 규모인 일본 문서 전자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일본법인을 세우고, 현지 판매 대리점 계약을 체결했다.

김용섭 대표. /악어디지털

곧 상장할 준비도 하고 있다. 

“2023년 상장을 목표로 주관사 선정을 마친 상태입니다. 계속해서 AI 엔진을 고도화하고, 해외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에요. 비정형 기록물을 다룰 수 있는 아시아 최대의 디지털 문서 플랫폼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일본 상장 이후에는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해 동남아 시장들을 공략할 생각입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20평짜리 사무실에서 직원 3명과 함께 시작했던 때를 보면 회사는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사업 초기엔 문서가 가득 담긴 박스를 나르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영업하고, 밤엔 코딩 작업을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함께 하는 동료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요. 회사의 비전에 공감하는 좋은 인재가 많이 찾았으면 해요. 개인의 성장으로 주변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인재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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