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길 가던 외고 동창 셋이 만났더니…이들이 벌인 일,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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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기반 스포츠 액티비티 플랫폼
페어플레이 운영사 알앤원

지역 기반 스포츠 액티비티 플랫폼 페어플레이 운영사 알앤원은 창업자들의 이력이 독특하다. 공동창업자인 권용근(35) 대표와 도형호(35) 이사가 대원외고 불어과 동기다. 학교 때부터 친했던 동창 친구. 권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컨설팅 업계에서 일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미국계 엑시터 그룹(Exeter group)과 한국의 올리버와이만에서 근무했다. 이후 사모투자펀드운용회사(PE) 레이크우드파트너스를 거쳐 와튼스쿨 MBA(경영전문대학원) 과정에 진학했다. 도 이사는 법대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시험에 붙은 뒤 2017년부터 3년간 양양에서 군법무관으로 복무했다. 복무를 마치면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로 일할 예정이었다. 각자 소속된 분야에서 승승장구할 것같던 둘은 가던 길을 멈추고 2020년 11월 돌연 창업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업을 듣던 권 대표는 휴학을 신청했고, 도 이사는 로펌 입사를 미뤘다. 2021년 6월 서비스 출시 이후에는 사업 초기부터 도움을 준 스타트업 출신 동창 김정환 이사까지 합류했다. 1988년생 대원외고 불어과 출신 3인방이 운영하는 서비스가 궁금했다.

권용근(왼쪽) 대표와 도형호 이사. /알앤원 제공

-왜 스포츠 액티비티 모임 플랫폼이었나.

(권용근, 이하 권) “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사람이 건강과 운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술자리를 갖기 어려워지니 한강에 혼자 나가 달리거나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등산을 가는 경우도 늘었다. 특히 청년층의 모임 참여율이 올랐다. 이 지점에서 기회를 봤다.

(도형호, 이하 도) “양양에서 군법무관으로 복무할 때 여가 시간에 등산과 서핑을 했다. 권 대표를 양양으로 초대해 2박 3일 동안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하루는 서핑하고, 하루는 설악산 대청봉에 올랐다. 마지막 날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요트 체험을 했다. 서울에서 친구를 만났다면 맛집에서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다 헤어졌을 텐데, 여러 사람을 만나 함께 새로운 운동을 체험하는 게 좋았다.

이때 스포츠 액티비티 모임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서비스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는 대부분 각양각색의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고객을 만나 응대한다. 그래서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전역하는 시기가 아니면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못할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창업에 도전했다.”

-페어플레이는 어떤 서비스인가?

(권) “페어플레이는 러닝(달리기)·등산·테니스 등 스포츠 액티비티를 다양한 사람과 함께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이번주 토요일 오전 북한산에 가고 싶다면 앱에 접속해 모임 방을 만들 수 있다. 참가자들이 모이면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해 당일 모여 산에 오른다. 강제 뒤풀이나 회식 없이 운동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창업 이후에도 함께 운동하는 도형호(왼쪽)이사와 권용근 대표. /알앤원 제공

-온라인 카페 번개 개시판과 차별점이 있나?

(권) “온라인 카페를 통해 운영되는 동호회는 가입 절차가 까다로운 곳이 많다. 명함을 인증해야 한다든가, 친구 추천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MZ세대는 이 같은 폐쇄형 플랫폼에 소속되기 싫어하고, 주기적으로 활동해야 멤버십을 유지할 수 있는 서비스도 꺼린다. 이런 2030 세대의 특성을 공략해 서비스를 기획했다. 그러면서도 본인 사진과 거주지, 직업이 담긴 프로필을 인증해야 모임을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마련해 두었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 스포츠 액티비티를 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다.”

(도) “온라인 카페나 동호회는 운영진이나 회원 모두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 있다. 기존 멤버가 텃새를 부릴 때도 있고, 여러 번 모임에 나가면 운영이나 관리 문제도 생긴다. 멤버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모임 자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페어플레이는 조금 더 가볍고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일회성 모임 플랫폼이다. 또 다른 서비스를 보면 일정 비용을 내야 모임을 결성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우리는 이용자한테 과금하지 않는다.”

-주요 고객층은?

(권)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서비스를 기획할 때부터 2030 세대를 겨냥했다. 여러 스포츠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금전·시간적 여유가 있으려면 적어도 사회초년생은 되어야 할 거로 생각했다.”

-어떤 스포츠가 가장 인기인지.

(권) “아무래도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게 달리기와 등산이다 보니 두 모임이 가장 많다. 인기 모임은 계절별로 차이가 난다. 지금은 겨울이라 새로운 스키·보드 모임이 자주 나온다. 여름에는 수영이나 서핑 모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럿이 모여 크로스핏 서킷트레이닝(circuit training·정해진 시간이나 횟수에 따라 여러 운동을 순차적으로 하는 훈련법)을 하거나 각종 대회에 참여하기도 한다. 전문적인 운동만 하는 건 아니다. 동네 애견 산책 같은 가벼운 일상적인 모임도 만들 수 있다.”

페어플레이 서비스 화면. /알앤원 제공

-고객 반응은 어떤가?

(권)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다. 기존 동호회는 연령대가 높은 모임이 많고, 이미 회원끼리 친한 경우가 많아 심리적 진입장벽이 높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갖춘 동호회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페어플레이를 찾는 고객이 많다. 

-수익이 궁금한데.

(권) “여러가지 형태를 고민하고 있다. 이용자에게 돈을 내고 운동하라고 하면 반복적인 경험으로 돌아오기 어렵다. 그래서 모임 활동에 대해 요금을 부과할 생각은 없다. 대신 커머스와 연결해 상품을 판매한다든가, 건강 데이터를 활용한 유료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의 방식을 생각 중이다.”

-성과는 어떤가?

(도) “서비스를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가입자 수 1만5000명을 돌파했다. 2022년 2월 전에 2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누적 스포츠 액티비티 모임 수는 2500개 이상이다. 이용자들이 모임을 꾸준히 만들어줘야 서비스가 확장되는데, 모임 평균 재참여율이 4회가 넘는다. 이런 성장세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더 큰 기대를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동창과 함께 사업하는데, 갈등은 없나.

(권) “갈등 자체가 사업이 잘 되기 위한 의미있는 충돌이라고 본다. 업무적으로는 안 싸우는 게 더 문제 아닐까 싶다. 그만큼 열정이 있으니까 싸우는 거다. 투닥거리다가도 사무실 밖으로 나가면 다시 친구 사이다.”

(도) “서로 생각이 다르니 의견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일상에서 대화하면서 조율하는 편이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친하게 지내서 기본적으로 서로 신뢰하는 사이다. 의견 충돌이 있어도 곧잘 풀린다. 그러면서도 요즘은 누군가와 공동창업하는 게 연애, 결혼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21년 8월 한 번에 결정할 사안이 많아 자주 부딪힌 적이 있는데, 한 일주일 동안 냉전 상태로 지낸 적도 있다.”

알앤원 제공

-창업을 후회한 적은 없나?

(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많지만, 후회는 안 했다. 성공이 아니라 창업이라는 도전 자체에 배팅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잘 되든 안 되든 끝까지 가보자는 마음이다.”

(권) “컨설팅 업계를 거쳐 경영전문대학원(MBA)을 다니는 동안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멘토가 없어서 불안한 점도 있지만, 매 순간 즐겁게 일한다.”

-애로사항이 있다면.

(권) “외부에서 투자를 받으려 준비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과를 보여주는 게 쉽지 않다. 이용자가 만족하는 것과 서비스의 장점을 투자자들에 증명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만족도 조사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 지표를 뽑아내려고 한다. 사업 분야 특성상 투자 유치에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인공지능이나 메타버스 분야에서 사업하는 지인들을 보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펀딩을 받는 것 같다. 서비스의 강점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권·도) “2022년 안에 가입자 수를 50만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서비스가 시장에 어느 정도 안착하면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고 싶다. 스포츠 액티비티 모임에 대한 수요는 외국에도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서비스가 잘 돼 많은 사람이 페어플레이를 통해 행복한 일상을 보내면 좋겠다. 대학생은 공부하다 휴식이 필요할 때, 직장인은 출퇴근 전후로 자기관리 할 때 페어플레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게 목표다.”

글 CCBB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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