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기들이 고시·공무원 준비할 때 전 다른 길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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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서울대학교 후기 학위수여식이 열렸다. 앳된 얼굴에 한 여학생이 졸업생을 대표해 1만명이 넘는 사람들 앞에 섰다. 아직 젊지만 그는 이미 한번 창업해 실패한 창업 재수생이다. 서울대 졸업생 대표 연설은 보통 다양한 학내외 활동을 하며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학생들이 맡아왔다. 서울대 측은 조선일보에 “강씨는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 기술을 창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청년상을 보여준다”며 졸업생 대표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성장의 원동력은 ‘실패’였다고 말하는 스타트업 대표 강미나(26)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빅펄’ 대표 강미나씨. / 빅펄 제공

-자기소개를 해달라.

“유튜브 마케팅 스타트업 ‘빅펄’을 운영하는 강미나다. 서울대에서 경영학과 벤처경영학 연합전공했다. 부전공은 미술대 공업디자인이다. 2014년 벤처경영학 연합전공에 진학하면서 창업 등 벤처 관련 수업을 들었다.

2017년 11월 유튜브 마케팅 컨설팅 회사인 ‘빅펄’을 세웠다. ‘빅펄’의 서비스는 크게 ‘빅펄’과 ‘빅펄 애드’로 나뉜다. ‘빅펄’은 광고주를,  ‘빅펄 애드’는 유튜버를 대상으로 한다.

우리는 구독자 1000명 이상인 9만개의 유튜브 채널이 올리는 영상 콘텐츠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한다. 9만개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매일 약 2만5000개의 새로운 영상이 올라온다.

예를 들어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가 있다고 하자. 단순히 많은 영상 중 먹방을 골라내는 게 아니다. 먹방 중에서도 토크를 하며 찍는 방송인지, ASMR 방송(식감이나 씹는 소리가 좋은 음식을 먹는 방송) 인지 등을 AI 알고리즘으로 자동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빅펄은 광고주에게 가장 적합한 유튜버를 추천해준다. 타깃으로 하는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를 찾아주는 것이다. 유튜버도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광고를 추천받을 수 있다. 광고주와 유튜버를 연결하는 역할이다. 또 유튜버에게는 시청자들의 연령, 성별 등과 같은 인구통계적 정보나 성향을 분석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청자의 영상 집중도를 분석해주기도 한다.”

-창업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2016년 대학 3학년 때 코스메틱 스타트업 ‘조슈아 코스메틱스’를 세웠다. 같은 과에서 공부하던 팀원 6명과 시작했다. 초기 자본금은 교내 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 500만원을 투자했다. 보통 여성들은 기초 화장품을 여러 개 쓴다. 이 점에 착안해서 화장품들을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묶음 형식으로 판매했다. 스킨, 수분크림, 마스크팩 등을 기획했다. 또 피부 특성에 맞게 정기구독 서비스도 준비했다. 당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미박스’가 있었다. 하지만 타깃으로 하는 고객이 달랐다. ‘미미박스’는 사람들이 써 볼 수 있게 증정용 화장품을 박스에 담아 집으로 보냈다. 사이즈, 용량이 제각기 다른 제품들이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파는 휴대용 샴푸세트처럼 휴대하기 편한 기초 화장품 세트를 기획했다. 휴학까지 하고 사업에 매달렸지만 9개월 만에 접어야 했다. 마케팅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예를 들어 제조 비용이 1억이라면 마케팅 비용은 1억5000만원이 들었다. 화장품 업계는 마케팅 비용이 제조 비용보다 훨씬 많이 들어갔다. 더 끌고 가기엔 위험 부담이 높아 포기했다.

첫 사업은 실패했지만 내게 부족한 점을 채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폐업 후 학교 선배들이 창업했던 회사에서 마케팅 일을 배우고 앱 개발사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는 인턴도 해봤다.

학교에서 학회 ‘그로스해커스’를 만들었다. 머신러닝을 활용해 마케팅, 금융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학회다. 머신러닝이란 AI의 하위 분야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학습(러닝)하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일련의 규칙성을 찾는 기술을 개발하는 분야다. 일을 하면서 인공지능에 관심이 생겼다. 머신러닝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면 될 것 같다고 생각해 만들었다.”

‘빅펄’ 강미나 대표와 직원들./빅펄 제공

-유튜브 마케팅 스타트업을 시작한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디지털 광고를 하는 장소가 변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에 광고가 생기더라. 웹사이트는 물론 모바일 앱에도 광고 칸이 생겼다. 2017년 유튜브 사용자가 급증한 것을 알았다. 동영상에도 광고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광고주가 단순히 구독자가 많은 유명한 유튜버에게 광고를 의뢰했다. 하지만 마켓팅에서 타깃을 잘 잡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관심사가 비슷한 광고주와 유튜버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AI 알고리즘은 공동창업자와 함께 개발했다. 또 현재 회사 내 AI 엔지니어도 있다. 학회 ‘그로스해커스’ 멤버들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알고리즘을 발전시켰다.”

-대학 재학 중에 2번이나 창업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어릴 때부터 기업활동을 선망했다. 기업은 생산의 주체이자 분배의 주체다.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기업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대학 생활 중 가장 힘들었을 때와 좋았을 때는.

“학교에 다니면서 사업을 병행해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다. 사업적인 고민을 하면서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할 때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선후배들과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같이 미래를 생각할 때 설렜다. 그 순간들이 가장 좋았다.”

-어려움이 있을 때 어떻게 해왔나.

“주변에 도움을 많이 요청했다. 주로 선배 창업가나 팀원들에게 조언을 많이 듣는다.”

-위기가 오면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있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않는다. 편한 복장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에 가서 시간을 보낸다. 부족한 게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다.”

-매출이 궁금하다.

“매출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 사업을 확장해 지난해 2월 법인화 작업을 마쳤고 3월 네이버 계열 벤처캐피털 ‘스프링캠프’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2명이서 시작한 사업이 지금은 10명으로 늘었다. 같은 학교인 직원이 5명, 다른 학교 출신이 5명이다. 회사가 점점 성장하는 것을 보면 뿌듯하고 재밌다.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 회사들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카테고리 1위를 하기도 했다. 서비스를 이용한 후 빠른 속도로 1위에 올랐다. 광고효과가 좋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콴다’라는 앱과 ‘위트(wit)’라는 앱이다.”

8월29일 열린 제73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한 강미나 대표./강미나 대표 제공

-서울대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연설을 했다고.

“제73회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 연설을 했다. 총 2665명이 학위를 받았다. 가족분들과 교수님들까지 합하면 약 1만명 정도 있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이야기하려니까 정말 떨렸다. 10분 정도 연설을 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창업을 했다. 거의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며 학업과 일에 매달렸다. 또 학회 ‘그로스해커스’를 만들었다. 임직원분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졸업생 대표 연설자로 뽑힌 것 같다. 연설에서는 첫 창업이 실패로 끝난 이야기를 했다. 실패 후 더 노력하고 공부해 다시 창업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학교의 지원과 교수님들의 도움에 감사하다고도 했다.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말은.

“학교나 정부에서 지원하는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보라고 했다. 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발전해왔던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성공한 벤처 1,2세대 분들처럼 회사를 잘 키우고 싶다.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을 잘 발휘해서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고 싶다. 팀원들과 함께 기적적인 일을 해내고 싶다.”

다음은 강미나 대표의 서울대학교 73회 후기 학위수여식 졸업생 대표 연설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오세정 총장님과 졸업생 여러분, 교수님, 직원 및 내외귀빈 여러분. 73회 후기 졸업생을 대표하여 연설을 하게 된 경영학과 강미나입니다. 오늘 2665명의 졸업생을 대표하여 연설을 하게 되어 무척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졸업하는 학생 중의 한명이면서, ‘빅펄’이라는 스타트업의 대표이자 공동창업자입니다. ‘빅펄’은 유튜버 시청자들 및 영상 콘텐츠를 AI 기술로 빠르게 분석하여 좀 더 효과적인 광고를 진행할 수 있게 해주는 마케팅 회사로, 크리에이터의 창의성을 기술로써 더욱 가치 있게 변환하자는 비전으로 낙성대 관악 벤처밸리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신생 스타트업입니다. 오늘 저는 제가 학업과 창업을 병행한 경험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유로 여러분의 진로를 선택하셨나요? 저는 어릴 적부터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즐거웠고, 그래서 기업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싶어 경영학과에 진학했습니다. 경영학은 배울수록 흥미로웠지만, 대부분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기업의 최초 탄생 과정과 고난, 그 안의 소용돌이 같은 일을 더 배우고 싶었고 주류 경영학에서는 이를 많이 다루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이런 아쉬움으로 고민하던 때, 학교에 새로이 ‘벤처경영학 연합전공’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이 전공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벤처경영학은 경영대와 공과대, 법전원, 인문대, 농생대 등이 참여한 연합전공이었는데 다양한 커리큘럼만큼 그 구성원도 독특하고 다양했습니다. 벤처경영에 모인 괴짜들은 장사나 앱 개발을 한두 번쯤 해본 사람들이 많았고, 모든 것을 비틀어 보며, 늘 새로운 시도를 하는 버릇이 있었고, 졸업을 못해서인지 평균적으로 나이가 많았습니다.

벤처경영에서의 배움을 바탕으로 도전한 저의 첫 창업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코스메틱 분야의 창업을 하기 위해 휴학을 하고 화장품 공장을 뛰어다녔습니다. 밤을 새며 사업에 도전했지만 예상보다 비중이 컸던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지 못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되었고, 저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사업 실패 후 저는 학교 선배님들이 창업한 글로벌 앱 개발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프로그래밍과 마케팅 실무를 익혔습니다. 글로벌 앱에서는 정말 많은 데이터가 흐르고 있었는데, 머신러닝을 활용하면 이 데이터들을 더 잘 활용할 수 있고,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학교로 돌아와 ‘그로스 해커스(growth hackers)’라는 학회를 만들었습니다. 학회를 만들기 위해 자문을 해주실 수 있는 계량 마케팅 교수님을 찾아가 말씀을 나누며 커리큘럼을 설계했고, 함께할 친구들을 선후배들로부터 소개받았습니다. 빅펄의 공동 창업자인 자유전공학부 김만준 군도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데이터와 마케팅에 관심이 있던 저희는 학교의 지원으로 해동학술정보관 창업가정신센터에 입주하여 빅펄을 키워갔습니다. 사무실에서 숙식을 하며 주말도 없이 2년을 보내는 동안 머릿속에 있던 사업 아이템이 조금씩 실현 되어갔습니다. 페이팔 공동창업자들이 유튜브, 링크드인, 팰런티어 같은 우수한 기업들을 만들어 ‘페이팔 마피아’라 불리는 것처럼, 저희도 같은 공간에 있던 다른 창업자 선후배ㆍ동기들과 서로 의지하면서,‘해동마피아’가 되자고 다짐했습니다.

밤낮없이 창업에 매진한 결과, 현재 저희 회사는 사업성과 기술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아 벤처캐피탈 투자사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고, 직원도 2명에서 10명으로 늘었습니다. 현재는 학교와 관악구가 추진하는 관악 벤처밸리로 사무실을 옮겨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에서 말하는 ‘금수저’여서 창업을 한 것이 아닙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어렵게 어업 분야의 창업을 하신 아버지가 밑바닥부터 양식장을 만들고 태풍피해, 기름유출 사고 등을 극복해가는 기업가 정신을 보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존경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고, 훗날 되돌아본다면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 또는 전문직이 되는 길을 택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지였다고 후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제가 선택한 길이기에 책임을 져야겠지요. 만약 창업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도움을 받는지 모르는 학우 분들이 계시다면, 학교와 기업, 지방자치단체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찾아 활용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창업가들이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도 더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학우들이 더 많아진다면 서로 응원해주며 도와주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졸업동기 여러분! 여러분이 어떤 길을 선택하였건 캠퍼스 밖에서 마주할 고난과 역경은 많을 것입니다. 혹시 우리가 나아가는 과정에서 실패의 순간이 있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가진 힘으로 견뎌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지 않고, 늘 개선점을 찾는 버릇이 있고, 발전하고 싶어 하고, 무엇이든 잘 배우는 사람들입니다. 이 캠퍼스에서 들었던 수많은 수업들, 친구들과 나눴던 고민들은 저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우리는 잘 해낼 것입니다. 실패의 순간이 오더라도 끊임없이 발전해왔던 스스로를 믿고 포기하지 맙시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창업 초기 지원을 아끼지 않은 학교와 자문을 해주신 여러 교수님, 선후배·동기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우리 팀원들과, 제가 혹 이 사업에서 실패하더라도 다시 투자하겠다고 믿어주시는 투자사께도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언제나 내일의 당신과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솔선수범을 보여주시는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 우리 가족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글 CCBB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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