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침마당에서 자신의 꿈 말했던 ‘미스 춘향’, 1년 뒤…

5545

“꼭 KBS 기상캐스터가 되고 싶습니다.”

2014년 여름 제84회 전국춘향선발대회에서 ‘미(美)’에 뽑힌 강아랑(30)이 대회 직후 KBS 아침마당에 나와 이금희 아나운서 앞에서 한 말. 그로부터 딱 1년 후, 그는 KBS1 아침 뉴스 일기예보의 첫 발을 딛었다.

강아랑 기상캐스터가 일기예보를 진행하고 있다. / KBS

“이금희 아나운서님 앞에서 그렇게 말 했는데 다음 해 KBS 기상캐스터가 된 게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앞으로도 쭉 KBS 캐스터로 남아 여러분께 날씨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2013년 기상청 기상캐스터로 시작한 강아랑의 방송 경력은 총 8년. KBS1 입사는 올해로 6년차다. 2015년부터 매일 아침 6시 뉴스광장에서 날씨를 전하며 하루를 열어왔다. ‘새벽 3시 출근, 아침 기상 보도, 퇴근 후 일반 기업 사내 방송, CF 촬영, 각종 모델 일 및 방송 출연···.’ 뉴스 외에 많은 활동을 하는 그의 삶은 바쁘고 화려해 보인다. 종종 ‘기상캐스터 중 가장 바쁜 것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기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2014 미스 춘향대회 사진(좌측 사진의 맨 왼쪽이 강아랑). / 강아랑 인스타그램(wx_love) 캡처, KBS 제공.

“대학교 3학년이던 2013년쯤 집안 사업이 크게 기울었습니다. 뒤늦게 알고 정신차렸죠. 용돈 싹 끊고 아르바이트 인생 시작했어요. 거의 학식만 먹고 살면서 서빙·카페알바·미술과외·쇼핑몰 모델 등 별의별 일을 다 해봤습니다. 이때부터 빨리 일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해 기상캐스터나 아나운서를 지원했어요. 원래 말은 조리 있게 잘 했고, 알바 하면서 제가 사람들과 소통을 즐긴다는 것을 깨달았죠. 사실 그 전까지는 ‘영화 미술 감독’이 하고 싶었어요. 고향인 부산에서 아역배우도 했고,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학부를 나와서 가끔 연기자 지망생아니었냐는 말씀들 하시지만 세부 전공은 ‘공간연출학과’입니다. 전공을 살렸으면 배우가 아닌 미술 감독을 했을거에요.

강아랑 인스타그램(wx_love) 캡처.

앞으로 더 재밌는 일이 많겠죠. ‘일찍 일어나 열일하는’ 이 일의 이미지가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도 뉴스와 여러 방송으로 많은 분들을 찾아뵙고 싶습니다.”

-아침방송 기상캐스터의 출근과 일과는?

“딱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밤만 빼고 주 6일 새벽 3시에 일어나요. 아침 6~8시 생방송에 나가니까 늦지 않게 준비하려면 4시에는 집을 나서야 하죠. 일요일에도 습관적으로 3시에 깨 다시 자곤 합니다. 영락없는 직장인이에요. 이래봬도 지각·펑크 없는 ‘근태왕’이랍니다. 사실 사적으로는 지각에 너그러운 편이고 가끔 늦기도 하는데, 일할 때만큼은 엄격해요.

KBS1 여의도 본사 재난정보센터. / 강아랑 인스타그램 캡처(wx_love), ‘KBS 강아랑의 날씨랑’ 유튜브 캡처.

회사에 도착하면 먼저 기상청에서 온 기상 자료로 일기예보 원고를 써요. 기상청에선 하루 세 번 오전 5시, 11시, 오후 5시에 자료를 보냅니다. 딱딱한 정보를 듣기 말로 바꾸는게 저희 일이죠. 그리고 나서 방송에서 어떤 그래픽을 쓸지 손으로 그려 CG팀에 전달해요. 이건 막대그래프로 표시해라, 태풍 표시를 넣어달라···. 그리고 방송용 옷을 입고 화장과 머리를 해요. 옷은 특별히 제작한 무대 의상이 아니고 백화점에서 파는 단정한 기성복입니다. 모두 담당 코디님이 계시죠. 출근 길엔 츄리닝 같이 편한 옷을 입고 출근합니다.

뉴스광장은 2시간 동안 일기예보를 5번 내보내요. 사람마다 일어나는 시간, 출근 준비 패턴이 다르니까 TV를 켜놓은 누구라도 한 번씩은 볼 수 있게. 다른 뉴스보다 조금 더 많은 횟수에요. 뉴스 나갈 동안 날씨가 변하면 계속 원고를 수정해야 하죠. 8시에 뉴스가 끝나면 퇴근합니다.”

-헤어스타일과 화장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가?

“헤어스타일은 아주 튀지 않는 정도면 변화를 줘도 간섭받지 않아요. 기상캐스터 화장이 왜 이렇게 진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저희는 드라마와 달리 얼굴 클로즈업을 안 하고 정면에서 강한 조명을 받으며 방송하기 때문이에요. 배우가 많이 하는 ‘물광피부’나 옅은 화장을 하면 완전 쌩얼처럼 보여서 유분기 적고 두꺼운 화장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KBS 꿀잼퀴즈방 촬영 준비중인 강아랑 기상캐스터. / 강아랑 인스타그램(wx_love) 캡처.

-기상캐스터의 처우는 어떤가?

“저도 그렇고 거의 다 ‘프리랜서’로 계약합니다. 공채 시험을 통과해야 하긴 하지만 계약 자체가 정규직 형태가 아닙니다. 그래서 보통 기상캐스터들이 방송국에서 머무는 시간은 짧아요. 일기예보 외 업무는 없고, 월급이 아닌 회당 출연료를 받습니다. KBS는 공영방송이어서 페이가 다른 방송국보다 약간 낮은 편이라고 알고 있어요. 하지만, 퇴근 후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죠. 이때를 잘 쓰면 하고 싶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어요. 저는 누가 기상캐스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적극 추천합니다.”

-퇴근 후엔 무엇을 하는지?

“업무 후 시간을 일로 보내 바쁜 이미지가 잡힌 것 같습니다. 아침에 퇴근 후 일반 기업 세 군데에서 사내 방송을 하고 있어요. 또 KBS ‘꿀잼 퀴즈방’에 고정 출연했어요. ‘진품명품’에는 두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나가고 있죠. 이 외에도 여러 TV프로, 영화 시사회 등에서 종종 패널을 하거나 사회를 봅니다. ‘피클’이라는 스포츠 중계 어플 제작에도 참여했어요. 경기와 결과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았죠. 크고 작은 행사 진행도 해요.

스포츠 스타트업 왁티와 진행한 어플 ‘피클’ 작업(왼쪽), 넷마블 마구마구 CF 촬영. / 강아랑 인스타그램(wx_love) 캡처.

방송 일은 TV에 나갈 때의 설렘이 가장 중요하고 돈이 다가 아니지만, 여러 일을 하다보니 수입이 꽤 는 게 사실이에요. KBS 입사 전 현대중공업 사내 아나운서로 일한 적이 있었죠. 일반 정규직 사원과 급여가 동일했는데 지금 그때 연봉의 4~5배 정도 버는 것 같아요.”

-SNS 방송 ‘강아랑의 날씨랑’이 없어진 후 아쉬워하는 시청자가 많다.

“저도 아쉬워요. 정말 재밌게 했던 방송이었는데···. SNS 방송에 대한 회사와 제 생각이 좀 달라서 결국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좀 더 말랑말랑하고 친근한 날씨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회사는 기존 뉴스처럼 팩트만 전달하길 원했죠. 그래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페이스북·유튜브로 날씨 방송할 기회를 얻어서 감사했어요. 앞으로 회사와 조율을 잘 할 기회가 생기면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강아랑의 날씨랑’ 한 장면. 오른쪽은 마지막 방송. / ‘KBS 강아랑의 날씨랑’ 유튜브 캡처.

-기상캐스터 준비 과정은 어땠나?

“공부를 시작할 땐 학원비가 너무 비싸서 대형 아나운서 아카데미는 못다녔어요. 좀 더 싼 직장인 대상 스피치 학원을 다닌 기간이 길어요. 나중에는 한 기상캐스터학원에서 장학금을 주셔서 다닐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준비 기간 동안 같은 분야 준비생들이랑 스터디를 거의 못했어요. 합격문이 워낙 좁으니 방송국이나 기업 아나운서 준비도 같이 했죠. 합격할 때까지 70번은 떨어진 것 같아요.

처음부터 서울 지역 방송국으로 취직하기는 힘들어요. 보통 경력자를 뽑기 때문이죠. 투입해 곧바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원해요. 보통 일을 1년 반 이상 해야 경력으로 인정해줍니다. 지방 방송국은 무경력자에게도 좀 더 관대한 편이죠. 대부분 처음에는 작은 방송국에서 경력을 쌓아 다시 시험을 보고 큰 곳으로 이직해요. 저도 2013년에 기상청에서 캐스터 일을 시작했어요. 2015년 1월부터 현대중공업 아나운서로 일하다가 4월에는 강릉 KBS 아나운서로 옮겼죠. 7월 KBS1 서울 기상캐스터 공채가 나 시험을 보고 옮긴 거에요.”

강아랑 인스타그램(wx_love) 캡처.

-‘미인 대회’ 꼭 나가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꼭 그럴 필요 없다고 봐요. 2014년엔 ‘자소서에 한줄 더 써보자’는 마음으로 전국춘향대회에 나갔죠. 기상청에서 캐스터를 하고 있던 때입니다. 이직을 위한 스펙이 부족하다 생각해싶어 6월 퇴사를 하고 참가했어요. 예선 후 본선 때 10박11일 합숙을 해야 해서 회사와 병행이 불가능하죠.

근데 지금 와서 보면, 미인대회 입상이 곧 기상캐스터 시험 가산점은 아닙니다. 무대·방송 경험을 쌓는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에요. 반면 단점도 크죠. 연습과 합숙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듭니다. 그 시간에 자기만의 장점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법을 찾는 게 나을 수 있죠. 또 자칫 많은 비용을 쓸 수도 있어요. 춘향대회는 KBS와 남원시가 주관해 참가비용 자체가 없습니다. 저는 혼자서 준비해 돈을 들이진 않았는데, 만약 관련 학원을 다녔다면 적잖은 학원비가 들었을거에요.”

-기상캐스터 면접에서 심사위원의 관심 사항은 무엇인가?

“사람의 ‘호감도’를 눈여겨 봅니다. 자소서·면접에서 본인이 회사 성격과 잘 맞는 사람이라고 보여줘야 해요. 심사위원들이 ‘이 사람과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야 하죠. 지원하는 회사 성격을 미리 조사해야 해요. KBS는 공영방송인만큼 너무 개성이 강하거나 독특한 사람보다는 단정하고 차분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또 ‘이 지원자는 동료와 잘 어울릴 수 있겠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어요. 일기예보도 결국 PD나 보조스태프 등 여럿이 함께 만드는 것이어서 의사소통을 잘 한다는 인상을 줘야 하죠.

프로필 사진(왼쪽). 화장품 회사 닥터G 광고 촬영 사진(오른쪽). / 강아랑 제공, 인스타그램(wx_love) 캡처.

관련해서, 면접에서는 분위기를 밝고 부드럽게 만들려고 노력해야 해요. 뭔가 지적 받으면 맞서지 말고 부드럽게 넘기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 말과 몸짓이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전달력’을 잘 보여줘야 하죠. 목소리 톤과 사투리를 고치는 ‘꿀팁’은 성대모사에요. 저도 ‘아성(兒聖·어린애 목소리)’이어서 고쳐야 했죠. 아성은 방송에서는 신뢰감을 주기 힘든 목소리입니다. 먼저 흉내낼 수 있으면서도 닮고 싶은 목소리를 가진 방송인을 정해보세요. 제스처 같은 경우, 옆으로 돌았다가 정면으로 돌아올 때 모습이 어색해서 고치려고 노력했죠. 카메라로 자신을 많이 찍고 다시 봐야 단점을 고칠 수 있어요. 거울을 보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상캐스터를 그만 둔 후에는 보통 무엇을 하나?

“여러가지 분야로 나가십니다. 방송 관련 학과 교수로 가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일하면서 석사·박사 취득해서. 쇼호스트·배우 등 방송인도 많이 합니다. 기상캐스터 수명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을 받아요. KBS에 대해 말씀드리면, 오래 다닐 수 있습니다. 우리 회사 이설아 선배께서도 올해로 19년째 일하고 계셔요. 저도 오랫동안 기상캐스터일을  하고 싶습니다. 설아 선배를 롤모델로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일과 삶의 균형은 어떤가.

“스스로 한 선택이지만, 취업 후 사생활은 거의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이 직업이 여러 일을 하긴 좋은데, 막상 이것 저것 하다보니 노는 데 시간을 내긴 힘들어지네요. 새벽 3시에 일어나려면 8~9시엔 집에 들어가서 자야 하니 모임에서도 항상 먼저 일어나야 해서 아쉬웠던 적이 많아요. 사실 겨우 시간 내서 소개팅을 해도 잘 안 됐죠. 제가 시간을 잘 못내다 보니 상대방이 싫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8~9시만 되면 졸린 티 팍팍 나고. 지금 만나는 사람은 없어요. 생긴다면 제 일과를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잘생기면 잘생길수록 좋지 않을까요? 현실감각 좋고 저랑 성격이 비슷해 편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좋네요.”

-스트레스는 무엇이고 여가는 어떻게 보내나.

“일중독 성향이 있어 바빠서 받는 스트레스는 적습니다. 매너리즘은 종종 생겨요. 몇 년간 비슷한 원고를 수 천번 정도 읽었으니 가끔 물리는 느낌을 받죠. 더위는 잘 안 타는데 추위를 많이 타 겨울에 힘듭니다. 한 번은 추워서 울며 야외 중계한 적도 있어요. 여의도역 대로변이었는데 영하 20도였죠. 너무 추워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당시는 ‘고생했다’는 말 들을 줄 알았는데 크게 혼난 기억이 납니다.

‘세일러문’과 ‘턱시도 가면’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 강아랑 제공, 인스타그램(wx_love) 캡처.

어린 시절엔 운동도 좋아하고 가야금·서예·한국화 등 이것 저것 배웠는데, 직장 다니면서 완전 집순이가 됐죠. 평소 운동은 잘 안 하고, 야구 보는 것 좋아해요. 부산이 고향이라 롯데 좋아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야구장에서 살았어요. 그땐 박지성 선수 본다고 해외축구도 챙겨봤죠. 요샌 넷플릭스로 드라마 보는 시간이 늘었어요. 집에 스마트폰 거치대도 한 두 종류가 아니랍니다. 대학 땐 오히려 잘 안 봤는데. 또 가끔 추억을 살리고자 피규어 같은 것을 사기도 합니다. ‘덕후’라고 부르기엔 모자라지만 어느새 꽤 쌓였네요.”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도 프리랜서 방송인을 하자는 스카웃제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KBS에서 꾸준히 기상캐스터로 일하며 방송활동을 싶어요. 성실하고 남들과 잘 지내고. 가끔 근무 시간을 한 번 바꿔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저녁 뉴스로 옮겨 5~6시쯤 출근하고 9시에 퇴근 하는 거죠. 단기적인 목표는 영어 회화 공부입니다. 영어 행사 사회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쌓는 게 목표에요.”

글 CCBB 정경훈 인턴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