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때문에…‘바둑계 천사’의 또 다른 직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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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캐스터 김여원
캐스터에서 보디빌딩 선수로
“바둑과 운동 병행할 것”

“2018 아시아 그랑프리 비키니 부문 2위…21번!”

2018년 5월 올림픽 공원 K-아트홀에서 열린 아시아 그랑프리 대회. 비키니 부문 2위 수상자를 부르자 어디서 많이 본듯한 선수가 걸어 나온다. 주인공은 바로 김여원(31)씨. 대회장 밖에서는 비키니 대신 정장을 입는 그는 바둑 대국(對局)을 중계하는 바둑 캐스터다.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가 벌인 세기의 빅매치를 중계하기도 했다. 캐스터 활동 전에는 아마추어 6단으로 전국체육대회, 아마연승대항전 등 바둑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도 많다.

김씨는 약한 체력을 극복하고자 운동을 시작했다. 점점 좋아지는 체력과 몸매를 보면서 운동에 매력을 느끼고 보디빌딩대회까지 출전한 것이다. 2017년 9월 피트니스 스타 대회를 시작으로 세계 대회 수상까지 이르렀다. 평소엔 캐스터지만 대회 시즌엔 운동선수. 가장 정적인 두뇌 스포츠인 바둑과 화려한 보디빌딩 전혀 다른 성격의 두 분야에서 활약하는 김여원 씨를 만났다.

김여원 씨 / 김여원 인스타그램

◇프로 바둑 기사를 꿈꾸다

부모님이 바둑학원을 하셔서 7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바둑을 접했다. 정식으로 배우진 않았지만 또래 아이들의 수업을 어깨너머로 보고 따라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수업을 함께 들었다. 처음엔 작은 대회에서 수상하는 정도였다. 초등학교 2학년 대 전국대회 저학년부에서 우승 후 프로 바둑 기사를 꿈꿨다.

이후 중학교 1학년까지는 오전 수업만 받고 오후에는 도장에서 바둑을 연습했다. 중학교 3학년 때 한국 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23살까지 아마추어로 프로 준비생 생활을 했다. 그러나 끝내 프로 바둑기사 입단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다시 학교에 들어가기에 늦은 나이였습니다. 대학 대신 바둑 쪽 일을 하자고 결심했어요.”

대국 중 시간을 재는 계시원 아르바이트부터, 바둑을 가르치는 일까지 바둑 관련 다양한 일을 했다. 바둑을 통한 기부 활동도 했다. 사람들에게 ‘거리의 천사’ 혹은 ‘바둑계의 천사’로도 불렸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주무를 맡았다. 주무는 대표팀의 사무일 뿐아니라 경기 일정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당시 김씨는 연습경기 상대 물색 및 섭외, 일정 조정 등 대표팀 스케줄 관리를 도맡았다.

(왼쪽부터) 아마추어 시절, 이세돌vs알파고 중계 모습, 캐스터로 활동하는 김여원 씨 / 본인 제공, 김여원 인스타그램 캡처

◇바둑 TV 캐스터로 또 다른 시작

2011년 겨울에 바둑 TV 캐스터 제안을 받았다. 오디션을 보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이다 보니 연구생 출신 아마추어나 프로 기사를 섭외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제안을 받더라도 카메라 테스트는 필수다. 김씨 역시 카메라 테스트를 위해 두 달 간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았다.

바둑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공부도 했다. 전에는 선수들의 수를 봤다면 이번엔 캐스터를 집중해서 봤다. 카메라 테스트를 거친 후 바둑 TV에서 일을 시작했다. 먼저 바둑 중계 용어와 녹화 진행 방식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교육 후에는 50분짜리 짧은 대국 녹화방송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녹화 중 발음이 꼬이거나 멘트를 틀렸어요. 제가 틀리면 모든 스텝들이 고생하기 때문에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2년 동안 녹화방송을 하고 경력이 생기면 생방송에 들어갑니다. 첫 생방송 때는 바둑 대국하는 것 만큼 떨렸어요. 얼마나 긴장했는지 떨렸던 것밖에 생각이 안납니다. 지금도 생방송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면 떨려요.”

대회 직전 이왕재 코치와 함께 운동하는 모습. / 본인 제공

◇콤플렉스 때문에 시작한 운동 대회까지

2016년 11월 헬스를 시작했다. 당시 체중은 46㎏. 말라서 뼈가 도드라 보일 정도였다. 체력도 약했다. 5~6시간짜리 대국 중계를 마치고 나면 몇 시간은 아무것도 못 하고 앉아 있어야 했다. 헬스장을 찾아 주 1회 개인 강습을 신청했다. 잘 먹고 운동을 하니 체중이 50㎏대로 늘었다. 트레이너의 조언으로 개인 강습을 주 2회로 늘리고 개인 운동 횟수로 늘렸다. 지방은 빠지고 근육이 붙는 것을 느끼자 운동에 재미를 느꼈다.

운동 시작한 지 5개월 정도 지났을 때 트레이너가 대회 참여를 제안했다. 운동이 좋았지만 대회는 두 달 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바둑 이미지에 누가 될까 봐 걱정이 많았습니다. 또 대회에 나가려면 비키니를 입어야 하는데, 노출을 싫어해서 수영장 한 번 가본 적이 없습니다. 하얀 피부를 좋아해서 태닝해야하는 것도 싫었죠. 그러나 갈수록 싫은 것을 감수할 만큼 운동이 좋아졌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응원을 들을 수 없으니 격려해주는 분들 덕에 출전을 결심했습니다.”

2017년 5월부터 대회 출전을 위해 운동량을 늘리고 음식 섭취량을 줄였다. 주 3회 생방송 일정을 소화하고 퇴근 후에는 2시간, 방송이 없는 날에는 하루에 5시간씩 운동했다. 일과 병행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둘 다 본인이 선택한 일이고 일과 운동 모두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식단 조절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2017년 9월 30일 피트니스 스타에 출전해 데뷔 전을 치렀다. 결과는 비키니 부문 6위였다. 같은 해 10월 나바코리아 비키니 노비스 부문에 출전해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림피아 아마추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수상한 김여원씨, 쏠라핏팀 코치와 함께 / 김여원 인스타그램 캡처

◇바둑과 운동 병행할 것

올해도 3월 25일 아시아 그랑프리 대회 출전을 목표로 운동을 시작했다. 아시아 그랑프리 대회 비키니 부문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좋은 성적으로 그다음 대회인 ‘올림피아 아마추어 아시아 그랑프리’에 출전할 수 있는 출전권을 얻었다. 그 대회에서도 비키니 부문 2위를 차지했다.

김여원씨는 마지막에 출전했던 올림피아 아마추어 아시아 그랑프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가장 마음에 드는 몸으로 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입상에 욕심을 부리지 않더라도 대회 수준에 맞는 몸을 갖추고 나가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했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더 기억에 남죠.”

지금은 대회보다는 균형 잡힌 몸을 목표로 운동을 한다. 김여원씨는 앞으로도 바둑 캐스터와 운동선수를 병행할 생각이다. “제게 주어진 생활을 잘하고 싶습니다. 캐스터뿐 아니라 가르치는 일도 열심히 해서 바둑 업계에 도움을 주는 바둑인이 될 겁니다. 선수로서는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실생활에서는 물론 대회에서도 보여줄 예정입니다.”

글 CCBB – Contents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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