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덮밥 가게 사장님이 불평 많은 고시생 찾은 까닭은

10

‘불편함’ 앱 만든 김준영 닉핏 대표
서비스⋅제품 부정적 의견 데이터화
“소비자 위한 데이터 플랫폼 되고 싶어”

‘오늘 OO식당 메뉴가 너무 별로다.’
‘상회는 언제 가도 불친절하다.’

고시촌의 대명사 노량진에 머무는 고시생들에게 유일한 낙은 끼니 때 ‘맛있는 밥’을 먹는 일이다. 김준영(28) 닉핏 대표도 다르지 않았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과 모바일 메신저로 식당에 대한 정보를 자주 주고받았다. 이 대화방에서는 ‘맛없는 반찬’이나 ‘불친절한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부정적인 얘기들이 주로 오갔다.

인터넷에 차고 넘치는 맛 집에 대한 정보는 고시생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이들이 모인 커뮤니티는 마음에 들지 않는, 불편한 점들만 얘기하는 장이 됐다. 고시생들이 적나라하게 평가한 식당 정보를 공유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대화방 참여 인원은 40명으로 늘어났다.

당시 경험이 사업으로 발전했다. 김대표는 사용자가 남긴 불편사항을 데이터화해 기업에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불편함’을 만들었다. 사용자는 특정 서비스나 제품, 주제 등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불편한 점을 적는다. 닉핏은 이를 연령, 성별, 주거지 등의 분류 기준에 따라 세분화해 서비스나 제품 생산자에게 제공한다.

◇ 고시생 모인 커뮤니티에 덮밥 가게 사장님이 솔깃한 사연

김 대표가 노량진에 발을 디딘 때는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3년. 5급 기술행정고시에 도전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졸업 후 선배가 차린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고시생 시절 경험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 닉핏을 창업했다. 그는 현재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도 공부 중이다.  

-고시생 시절 운영하던 커뮤니티 반응은 어느 정도였나. 

“네이버 밴드에서 5명 모임으로 시작했다가 막판에 40명까지 참여자가 늘었다. 맛 집이나 맛있는 음식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 다 나와 있어서 우리 관심사가 아니었다. 우리는 맛없는 집, 불친절한 식당 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었다. 정보를 미리 알면 최소한 그런 곳에 가서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불편함으로 지적한 사항을 참고해서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 상점들에도 소문이 좀 났나.

“우리가 그런 커뮤니티를 운영한다는 것을 전해 들은 30대 초반 덮밥집 사장님이 어느 날 ‘우리 가게에 대한 얘기도 나왔느냐’고 물어왔다. 사실대로 얘기하자니 상처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물어와서 답해줬다. 규동 고기에서 잡내가 난다는 불평이 많았던 가게였다. 당시 학생 신분이고 사업화하려던 생각도 없었던 때라 젊은 사장님에게 사람들이 얘기한 것들을 모두 보여드렸다. 이 사장님은 부정적 의견들이 올라온 시기를 보고선 당시 거래처를 파악했다. 이후 거래처를 바꾸고 그곳에 불만사항으로 적은 피드백을 모두 반영해 개선했다. 그 사장님이 나중에 이렇게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노량진에서 가게 열고 싶은 사람은 이 데이터만 보면 될 것 같다’고.”

-경험을 사업화하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 했나. 

“처음부터 이것을 나중에 꼭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졸업하고 선배가 차린 스타트업에서 1년 정도 일했다.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을 컨설팅해주는 곳이었다. 공대를 나와서 경영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다. 경영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었던 차에 어떤 분으로부터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추천받았다.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만 이 과정에 입학할 수 있었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고시원 시절 경험을 아이디어로 살렸다. 이 모델은 실제 어느 정도 운영을 해 봤고 사람들이 사용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사업화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성골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닉핏이 제공하는 ‘불편함’ 앱 화면 캡처.

◇ 프로불편러가 꼽는 1순위는 맛 아닌 ‘위생’

불편한 점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려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김 대표는 “미국 왓슨 스쿨에서 낸 통계를 보면 불편함을 느낄 때 직접 말하는 사람은 전체의 6% 정도라고 한다”며 “나머지 94%는 식당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예 다시 찾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94%를 잡기 위해선 6%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시생 시절 운영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불평은 어떤 종류가 가장 많았나.

“식당에 대해서는 가장 불편하게 생각한 부분은 위생이었다. 음식 맛은 웬만해서는 기본은 한다는 인식들이 있는 것 같다. 수저나 그릇이 더럽다거나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등 위생적인 부분에 대한 불평이 가장 많았다.”

-’불편함’ 앱 론칭 후 성적이 어떤가.

“올해 7월에 론칭한 후 누적 가입자 수는 1만 명 정도다. 하루 평균 600여 명이 방문한다. 시스템상 한 명이 하루에 단 하나의 불평만 올릴 수 있다. 하루 동안 쌓이는 데이터가 500~600건 정도 된다.”

-앱 운영 방침과 수익 모델이 궁금한데. 

“닉핏이 하루에 한 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불편함을 이용자에게 받는다. 이용자들은 하루에 하나의 의견만 낼 수 있다. 우리는 보상으로 의견 한건 당 일정 포인트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한다. 제휴처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포인트다. 소비자의 불편한 목소리를 궁금해하는 기업에는 우리가 모은 데이터를 일정 기준에 맞춰 분류해 판매한다.”

글  CCBB – Contents 절미

회신을 남겨주세요

귀하의 의견을 입력하십시오!
여기에 이름을 입력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