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카이스트 출신 남성이 안정적인 교수 대신 선택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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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대중화까지 시간 필요
다양한 인재 있어야 혁신 서비스 나와

스타트업의 고향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캐나다 토론토 거래소에 상장한 한 한국인. 스탠퍼드대, 콜롬비아대 MBA를 마치고 삼성 글로벌 전략 그룹에서 일한 미국인. 빅데이터를 통해 사회현상을 조사하고 예측하는 국제연합(UN) 산하 연구기관 UN 글로벌 펄스(UN Global Pulse)의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이들이 지금 일하는 곳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그라운드X다. 그 블록체인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플랫폼에서 돌아갈 서비스 개발과 발굴에 힘쓰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라운드X에는 경제학·사회학·인문학 등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다.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술만 알아서는 곤란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재들이 모여야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블록체인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습니다.”

한재선(47) 그라운드X 대표는 블록체인은 거래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며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서 태어날 새로운 서비스들에 대해 높은 기대감을 보였다.

-이력이 다채롭다. 처음부터 기업가를 꿈꿨나.

“부산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카이스트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카이스트에서 겸직교수로 2년 정도 지냈다. 교수를 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창업이 더 적성에 맞을 것 같았다.

2007년 클라우드 컴퓨팅 스타트업 넥스알을 창업했다. 2011년 KT가 넥스알을 인수했고, KT에서 클라우드웨어 CTO와 KT 넥스알 CEO를 맡았다. 2014년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를 많이 하는 투자기관 퓨처플레이를 류중희 대표와 공동창업했다가 작년에 카카오가 클라우드X를 설립하면서 합류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를 전문으로 했는데 지금은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 수장이다. 두 기술에 연관성이 있나.

“클라우드는 정보나 서비스를 개인 PC나 기업 서버가 아닌 대형 플랫폼을 활용해 처리한다. 이용자가 갑자기 몰려도 용량 증설이 용이하다. 클라우드에는 대형 플랫폼과 함께 이용자끼리 정보를 분산해 저장하는 P2P 기술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역시 P2P를 기본기술로 하고 있으니 기술적 연관성이 크다.”

-블록체인 기술과 현재 각광받는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 기술은 모두 초기에는 모험적인 소수 기업만 사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블록체인은 코인열풍 때문에 단기간에 대중적인 관심을 받았다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은 완전히 한 몸은 아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보여주고 이용자의 참여를 활발하게 만드는 수단일 뿐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꺼졌다고 블록체인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신기술이 나왔을 때 2~3년 간은 관심 갔다가 지지부진한 시기를 겪었다. 이제 기술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은 머지 않아 대중적인 기술로 성장할 것이다.”
한재선 대표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분야는 어디가 있나.
“금융권에서 가장 활발하게 적용하고 있다. 처음 블록체인 기술이 주목을 받은 것이 거래 투명성과 암호화폐 때문이니 금융권이 먼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초기에는 유연한 분야에서 먼저 적용할 것 같다. 콘텐츠나 게임, e스포츠 같은 분야다. 기존 산업에 비해 일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유연해 블록체인을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다. 지금 블록체인을 게임에 적용하겠다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제조업 같은 분야는 블록체인 적용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생산 체제가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블록체인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은 모든 아이템을 유일무이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게임에서 같은 아이템은 모두 같은 값으로 처리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면 이용자가 아이템을 획득한 순간부터 처분할 때까지 모든 기록을 고유한 값으로 관리한다. 이 기록은 추적도 가능하다. 아이템 복사(게임 아이템 불법복제)도 불가능하다. 게임에서 얻은 아이템의 고유가치가 있으니 거래도 쉽다. 열심히 게임하다 지겨우면 아이템을 정리할 수 있다. 게임에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자산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한재선 대표

-그라운드X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나.

“블록체인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또 글로벌 IT비즈니스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함께 한다. 아직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에 관심이 적으니 우리가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블록체인과 상관없었던 데이터사이언티스트, 경제학자, 인문학 전공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사회적, 긍정적 충격을 주는 소셜임팩트 분야에서 활발하게 일한다. 블록체인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라운드X는 어떤 기업을 추구하나.

“블록체인의 핵심에는 탈중앙화라는 게 있다. 거래 기록을 중앙에서 보관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이용자들에게 분산해 기록한다는 뜻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연구하는 회사나 조직 자체도 탈중앙화를 희망한다.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회사가 큰 성공을 거두었을 때 그 수익 대부분은 창업자나 초기 합류자, 투자사가 가져간다. 주식회사는 대주주의 몫이다. 그런데 회사의 성공에는 많은 직원들과 고객들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수익을 모두가 나눌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한재선 대표

-그런 회사를 만들 구체적인 방법이 있나.

“직원이 회사에서 창업할 수 있는 ‘서비스 스튜디오’ 모델을 도입했다. 서비스 스튜디오는 사내벤처와 유사한 개념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돌아갈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곳이다. 스튜디오에서 만든 사업의 성과는 스튜디오 멤버와 고객에게 돌아간다. 더 성장하면 이들이 독립해 독자적으로 기업을 운영할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단계를 보면 인프라를 깔았던 기업은 초기에는 각광을 받지만 곧 플랫폼기업과 콘텐츠 기업에 왕좌를 넘겨줬다. 플랫폼을 깔아줬으니 콘텐츠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 블록체인 킬러 콘텐츠가 그라운드X 서비스 스튜디오에서 나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그라운드X의 인재 채용 기준이 있나.

“하나는 돈 때문에 오는 사람은 우리와 다른 길을 가는 사람이다. 전 직장보다 높은 급여를 줄 것 같아서 오는 사람은 사절이다. 다른 하나는 블록체인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주인의식을 갖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대신 그 권한에 합당한 책임감도 가진다면 좋겠다. 회사를 위해 개인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신의 성장을 위해 회사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전정신도 필요하다. 빅데이터만 10년 해 오던 분이 지원한 경우도 있었다. 그 지원자는 하는 일에 매너리즘에 빠져서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익숙한 것과 과감하게 결별하고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그라운드X의 문은 열려 있다.”

글 CBCB
CCBB –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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